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한류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는 보편성과 독창성이다.한국인의 장끼인 창의성과 끼가 한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한류의 DNA라고 하는 한국인의 문화적‧예술적 역량은 어떤 근원에서 비롯되었을까? 동양미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논어의 내용 중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위이불범(違而不犯)’에 대해 비교 설명을 함으로써 한국인의 문화적 성향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화이부동’은 ‘절제의 미(美)’라고 하며 예(禮)에 해당하고 국악에서는 정악(正樂)에 해당한다. ‘위이불범’은 ‘자유의 미’라고 하며 악(樂)에 해당하고 국악에서는 민속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화이부동’은 지나치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화합형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니 하모니가 잘 이루어진다. 그러니 메뉴얼을 만들고 잘 지킨다.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민족이라고 할까. 아마 일본이 여기에 해당되는 민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위이불범’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지나치지 않게, 그리고 창의적이고 끼가 많다. 그러니 돌출형들이 많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 그러니 메뉴얼보다는 순간 순간 창의성과 임기응변, 즉흥성에 능하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민족이라고 할까, 한국(한민족)이 여기에 해당이 되는 민족일 것이다. 여기서 ‘화이부동’은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고, ‘위이불범’은 독창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세계에서 일본문화가 동양의 문화대표 격으로 행세를 하였다. 동양에는 일본문화만 존재하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일본 문화는 고급문화라는 등식으로 인식되었다. 한국문화는 중국과 일본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한국은 선진 일본문화를 따라 흉내내기에 급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20세기 중반 이후, 거대한 ‘한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민족의 원조인 동이(東夷)민족이 동양문화의 원형(原型)을 창조했듯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우리 문화가 넘실댔듯이 새로운 한류의 실크로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위이불범(違而不犯)' 중 한국인들에게는 이 두 가지 사상이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도 4 대 6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위이불범’에 가까운 민족으로서 창의적이고 끼가 많다. 일본인은 ‘위이불범’보다는 ‘화이부동’에 가까운 민족으로서 창의적이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모방하여 자기의 문화로 탈바꿈시키는데 능한, 소위 모방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관료주의가 발달하고 국가통치의 수단으로 모든 분야에 전자회로와 같은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이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비상시국을 염려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본국민 특유의 근면성으로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다고 본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일련의 비상사태를 목격한 우리는 그들의 창의적이지 못한 메뉴얼 국가 이미지를 확인하게 된다.
한국은, 드라마 ‘대장금’ 등이 일본과 중국을 거쳐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것은 한류다”라는 용어가 중국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10여 년 전 중국 최고의 인민대회에서는 우리나라 드라마인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를 거론하면서 중국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왜 못 만드느냐고 자탄을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K 드라마, K 팝 등이 세계를 요동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민들도 놀라고 정부도 한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같은 K 팝 등의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