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20

자유게시판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20

0 1,172

[국악신문]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0

- 흙과 바람, 전통과 변화

박상진(철학박사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얼마 전 자동차 전용 도로를 운전하며 가는데 "길어깨 없음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길어깨’?, 약 20여 년 전에 노견(路肩)을 우리말로 바로 쓴다고 길어깨로 잠깐 사용하다가 갓길로 개정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느닷없이 길어깨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이미 도로교통법이 1991년에 개정돼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아마도 도로 공사에서 설치한 표지판일 텐데 아직도 20여 년 전 용어를 사용하다니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것을 감각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길어깨(노견)라는 말은 영어의 ‘Road Shoulder’를 일본에서 영문자 그대로 노견으로 직역한 일본말을 다시 우리말로 그대로 바꾼 것이다만약 한자 단어 노견을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여 계속 사용했다면 아마도 길거리를 방황하는 개의 뜻으로 읽혔을 것이다그래서 노견을 노변(路邊)의 개념으로써 갓길이라고 개정한 것이다갓길은 큰 도로 옆의 가장자리 길을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 토착어이다.(이어령 글 참조)


한자나 영어 같은 외래어들은 구두 신고 발을 긁는 것과 같다상처 위에 생긴 딱정이가 떨어지면 여린 새살이 난다한자와 외래어들은 한국인의 마음에 난 상처를 덮은 딱지 같은 것이다그 딱지가 떨어지면 새로 나온 새살의 감촉과 신경줄 같은 토착어가 살아난다이렇게 같은 뜻의 센서티브한 토속 문화가 있다좋은 말을 자꾸 쓰면 굳은살이 박힌다일상어는 발뒤꿈치처럼 굳은살이 박힌 언어이다.


다운로드 (16).jpg
Madonna and PSY singing 'Gangnam Style'  (싸이&마돈나 합동공연)

 

창조력의 씨앗은 당연히 지극히 이 토착어 또는 토속문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그것을 우리는 풍토(風土)라고 부르는데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토(즉 은 고정불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바람()’은 한순간도 머물지 않는 변화의 상징이다일본인이 아무리 약탈을 해가도 흙은 약탈할 수 없었다땅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혼이 묻혀 있다그러나 바람은 끊임없이 변한다동쪽에서도 불고 서쪽에서도 불어온다서양에서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불어 들어온다결국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우리의 운명이 있고과거와 오늘이 있고 또한미래가 있는 것이다.


토착어를 우리는 보통 모국어라고 부른다그러나 토착어는 모국어보다도 더 원천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이어령 선생에 의하면, "토착어란 세 살 때 어머니의 품에서 옹알이를 할 때부터 몸에 익힌 모국어이다내 인생의 첫 책은 어머니의 모습이고어머니의 말어머니가 읽어주셨던 그 많은 모음과 자음에서 상상력을 길렀다라고 말한다한마디로 모국어로 생각하는 것이 왜 창조력과 영감의 원천인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미()를 말할 때 여백(餘白)의 미라고 한다여백의 미란종이 전체에서 그림이나 글씨 따위의 내용이 없이 비어 있는 부분을 말한다한국화 중 산수화, ’풍속화‘ 등에서 주로 나타나 있다한국음악 중 국악도 여백의 미를 표현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서양음악은 화성 음악으로써 음악을 꽉 채운 듯이 느껴지지만국악은 선율음악으로써 서양음악에 비교해서 웅장함이 덜 느껴지면서 서양음악에 비해서 단출함도 느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여백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는 보고 느끼는 사람의 상상에 맡기는 거다그 여백 안에 무엇을 넣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그 여백은 상상하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용한다정확하게 여백이 없이는 상상하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을 갖지 못한다그 여백은 한국 음식도 그렇다한국 음식 하나하나는 완성품이 아니다밥은 싱겁고 반찬은 짜다싱거운 밥이 맵고 짠 김치와 입속에서 어우러질 때 진정한 맛이 난다먹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한국 음식이다.


은 고정불변의 상징이라면, ‘바람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New

새글 [초대 글] 알시오콰이어 창단 15주년 기념, 정기 연주회

댓글 0 | 조회 76
유난히도 길고 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만추의 길목에서 15기 동기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1977년 육군소위로 임관했던 ROTC 15기 동기들이 2009년 가을 합정동에서 처음 모여 과… 더보기

김병년 동기의 "내가 사는 캐나다 트렌트에서는" 열린북스

댓글 0 | 조회 77
크게보기‘내가 사는 캐나다 트렌튼에서는’ 책표지. 열린북스 제공상사맨으로 일하다 캐나다로 이민 가 24년간 살며 느낀 단상과 애환을 담은 ‘내가 사는 캐나다 트렌튼에서는’(김병년 … 더보기

TV드라마 '정년이' - 10/12 [토] 밤 9:20 첫 방송(정인수 동기 여식 감독 작품)

댓글 0 | 조회 80
정지인 PD는 정인수(서울대ROTC15기) 따님으로 이번 동기의 날 행사에 아버지의 홍보에 의해 소개되었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TV드라마 '정년이' -10/12 [토] 밤 9… 더보기
Hot

인기 [대한민국ROTC중앙회] 중앙회보 307호 발간

댓글 0 | 조회 454
웹진 보러가기(https://rotcmuseum.or.kr/pdfjs/web/viewer.html?file=rotc0307.pdf)지난 회보 보러가기(www.rotc.or.kr)▶…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1

댓글 0 | 조회 521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1‘시행령’의 핵심은 2030 국악인들에게 많은 지원 이뤄지게 하는 것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지난 달 …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70

댓글 0 | 조회 894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0“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자아를 깨닫는 예술교육이어야”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국악진흥법’은 제9조 ‘…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9

댓글 0 | 조회 630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9'국악진흥법'은 ‘창조적 상상력’의 행정이 뒷받침되어야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한류 음악의 원형자산은 …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8

댓글 0 | 조회 749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8-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을 ‘문화’로써 해결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지금과 같이 정치가 어지럽고 경…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7

댓글 0 | 조회 825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7“문화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을 진심으로…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6

댓글 0 | 조회 749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6한류 확산이 문화 융성의 길 – 국악진흥법으로 시너지를(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한국은행은 지난 9…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5

댓글 0 | 조회 742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5한류확산이 문화융성의 길 – 국악진흥법으로 시너지를(2)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바야흐로 한류의 세상인…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4

댓글 0 | 조회 808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4한류확산이 문화융성의 길 – 국악진흥법으로 시너지를(1)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2023년 7월 25일…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3

댓글 0 | 조회 809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3문화 융성의 길 – ‘국악진흥법’에서 새 길을 찾다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은 일제 …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2

댓글 0 | 조회 891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2- 문화 융성의 길 - ‘온리 원(only one)’의 사고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요즈음 대통령 관저 …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1

댓글 0 | 조회 789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1“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 BTS와 아미 현상(12)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브라질에서는 2019년 …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0

댓글 0 | 조회 923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0‘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 BTS와 아미 현상(11)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이번 회에서는 데…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9

댓글 0 | 조회 864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9‘BTS와 같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왔다’ - BTS와 아미 현상(10)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지난 1…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8

댓글 0 | 조회 912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8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포용과 사랑 - BTS와 아미 현상(9)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각국의 정치적 사회… 더보기
Hot

인기 삽십오일 간의 서유럽 자동차 여행 - 문근찬, 이명희 지음

댓글 0 | 조회 1,252
이번에 다녀온 '서유럽 자동차 여행'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봤습니다.해외 자동차여행에 관심있는 동기들에게 약간 도움이 될 내용이오니 일독 바랍니다. 문근찬 ^^https://www… 더보기
Hot

인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7

댓글 0 | 조회 994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7BTS의 음악이 투쟁가처럼 등장 - BTS와 아미 현상(8)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각국의 정치적 사회적…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