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김 윤 초대전 (제3회 ETRO 미술대상 은상 수상 기념전)
김윤 작가 노트
사회는 사람들의 인식에
의해 만들어진다.
고정된 인식은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나의 작업은 현상보다 이렇게
고정된 인식 자체에 집중한다.
작품에 담기 위해 비닐봉지를
뜯고 녹이며 겹쳐
붙임을 반복 하지만 비닐봉지
본래의 생산 목적이 바뀌었을 뿐
비닐봉지 자체의 속성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그러나 비닐봉지라는 물질을
바라보는 인식은
저급한 비닐봉지에서 고급한
미술 작품이라는 단계로 전이된다.
작품의 이미지는 영화 속
장면이나 스트리트 뷰 등을 통해 임의로 추출하여 형상화한다.
따라서 내 작업의 이미지에는
특별한 이야기나 메시지가 없다.
단지 편집한 이미지를 비닐봉지로
재현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닐봉지를
더 이상 비닐봉지로 볼 수 없는 고정된 인식의 오류를 드러낸다.
본인은 대부분 일상적인 일들 속에서 지내오면서, 불현듯 미묘한 이질적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항상 걸어 다니는 익숙하고 친숙한 장소들이 어느 날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본인의 집 근처의 모습인 장소에서조차 어느 순간 호기심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무언가가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지고, 또는 그 장소가 폐허가 되는 곳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번잡하고 복잡한 도시 속에서 사라지고 폐허가 되어가는 장소들. 인적은
사라지고 무성한 풀숲만이 자리해 한 낮에 정지되어 있는 장소들. 활발했던 낮과는 다른 고요한밤 정적만
이 감지하는 거리들. 이 모든 도시 풍경들을 홀로 지나칠 때 어딘지 모를 쓸쓸함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그래서 오리려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는 장소들이 있다. 본인은 이러한 도시의 풍경들 즉. 일상에 연관된 장소들, 나 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거리들, 도시의 주택가와
낡은 건물들의 주변의 풍경들 사이 속에서 느껴지는 비정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주 고독하기도 한 것들이 뒤섞여 있는 풍경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주변의 풍경들 사이 속에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