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지난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11회’는 국악 음계에 대한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회에서는 고가 마사오와 전수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여담을 간단하게 하고자 한다.
각국의 문화적 정서에 따라서 한 가지 사물을 놓고도 접근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길 위에 우주인이 떨어뜨리고 간 물건이 있다고 가정하자. 물론 지구에는 전혀 없는 생소한 물건이다. 그걸 프랑스 사람이 주었다면 눈으로 샅샅이 뜯어보았을 것이다. 독일 사람이라면 귀에 대고 흔들어 볼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시각문화와 독일의 청각문화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뛰고 나서 생각한다’는 스페인 사람은 우선 발로 깨버리고 그 속을 볼 것이다. 의회민주주의 창시국인 영국 사람은 스페인과는 정반대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집으로 가져가서 가족들의 투표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군자(君子)의 나라인 중국 사람은, 우선 점잖게 사방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지를 확인하고 허리춤에 그걸 감추고 집으로 가서 생각한다. 골동품처럼 모셔두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은 어떻게 할까? 그 물건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해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루호토(아,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친다. (이어령 글 참조)
바야흐로 수학의 세상이라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면 반드시 출현하는 용어가 빅데이터, 인공 지능(AI), 사물인터넷 등이다. 이것은 다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수학경시대회를 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상을 휩쓸고 있다. 그런데 수학에 대한 흥미는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한다. 인공 지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들은 수학경시대회 성적은 별로지만 흥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음악 분야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콩쿠르에서 수상은 해외 유학파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국내에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 생기면서 유학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도 수상을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음악 전공 학생들이 세계 콩쿠르에서 상위에 입상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예술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은 왜 거의 없는 실정일까.
그 이유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탓하는 이들이 많다. 일제강점기에 뿌리내린 ‘톱-다운(Top-Down)’ 방식의 주입식 교육의 틀이 가장 큰 요인이다. 흔히 비유하기로 한국 사람은 우뇌형인데, 좌뇌형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려니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특히 예술교육과 수학 교육이 큰 문제이다.
우뇌형은 틀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틀 안에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좌뇌형은 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며 한번 만들어진 틀 안의 내용을 고수하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창의성과 끼가 있는 한국 사람은 우뇌형에 해당하고, 한번 배운 것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는 일본 사람은 좌뇌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국민성은 우뇌형인데 아직도 교육은 좌뇌형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니 ‘톱-다운’ 방식의 틀 하나 만들어 놓고 붕어빵을 뽑아내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예술교육은 예술인 음악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 교육자를 양성하는 교육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음악 문화를 전통적 바탕과 음악적 생성의 원인 등 다양한 시선으로 보지 않고 붕어빵식 자신의 음악적 잣대로만 음악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국민성은 우수한데 제도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그런 점에서 K-POP 등 한류를 형성하고 있는 대중음악은 제도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학교 성적은 엉망이었는데 스위스 바젤로 간 뒤 좋은 예비학교에서 좋은 교사를 만나 처음으로 인정을 받는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기면서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최고의 물리학자가 된 것이다.
21세기 비틀즈라고 불리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3년 연속 수상, 빌보드 핫100 1위,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은 2013년 중소기획사에서 데뷔했지만, 비슷한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를 벗어나 일찌감치 해외로 진출하였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생했던 삶들을 스스로 작품에 반영하며 그들만의 메시지를 유튜브에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렸다. 직접 트위터로 진솔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등,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며 세계 최고의 K-POP 그룹이 되었다.
이러한 음악 영재들은 음악을 통해서 철학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사고하는 방식이 일반사람들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