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일본의 전통음악인 가가쿠(雅樂)로 전승되고 있는 고구려 음악인 고마가쿠(高麗樂)는 848년에 일본의 왕립음악기관인 가가쿠료(雅樂寮)의 악제개혁(樂制改革) 때 백제음악인 구다라가쿠(百濟樂)와 신라음악인 시라기가쿠(新羅樂)를 통폐합시켜 가가쿠료의 오른쪽인 우방(右坊)에 배치하였다. 좌방(左坊)에는 당나라 음악인 도가쿠(唐樂)를 배치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마가쿠는 우방악으로 도가쿠는 좌방악이라고도 부른다.
[국악신문] 일본 고마가쿠 연주 모습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음악가들의 활약상을 조금 더 짚어보도록 하자.
570년에 일본에서 고구려 사신이 머물던 고려관(高麗館), 또는 일명 상락관(相樂館)이 완성됐을 당시 고구려 음악인 고마가쿠가 상락관에서 연주되었다. 701년 왕립음악기관인 가가쿠료의 직원령(職員令)에 의하면 당시에 고구려의 고려악사(高麗樂師)는 4명이었고, 그 문하생인 고려악생(高麗樂生)은 20명이었다. 고려악사 4명은 횡적(橫笛; 가로부는 피리) · 군후((고구려 거문고)는 연주되지 않았고, 그 대신에 고(鼓)가 추가되어 고마가쿠에서 연주되었다. 고마가쿠의 횡적은 현행 고마부에(高麗笛; 고려적)로 전승되었고, 막목은 현행 히치리키(觱篥; 피리)로 전승됐으며 고(鼓)는 현행 산노쓰즈미(三の鼓)로 전승되고 있다.
고마부에는 가로로 부는 피리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대금과 같이 옆으로 부는 악기이다. 한 개의 취구와 6개의 지공이 있고 길이는 37cm 지름은 9mm 정도로 우리나라 대금보다는 작은 악기이다. 막목은 일본에서는 히치리키라고 부르는데 한반도에서 넘어간 악기로 현재 우리나라의 당피리와 비슷하다. 악기의 길이는 약 18cm 정도이다. 산노쓰즈미는 우리나라의 장구의 형태처럼 허리가 잘록하고, 길이가 20cm 정도로 장구에 비하면 아주 작은 편이다.
음악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당시 음악의 악조(樂調) 체계는 어떠했을까? 고구려, 백제, 신라는 악기만 일본에 전한 것이 아니었다. 음악의 체계까지 전해지면서 일본 음악의 이론이 정립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악조의 이름에서 알 수가 있다.
현행 일본의 아악인 가가쿠의 고마가쿠에서 사용되는 악조(樂調)는 세 가지이다. 박일월조(狛壹越調)라고 부르는 고려일월조(高麗壹越調)와 박평조(狛平調)라고 부르는 고려평조(高麗平調), 박쌍조(狛雙調)라고 부르는 고려쌍조(高麗雙調) 등, 세 가지이다. 박일월조와 고려일월조는 일본말로 고마 이치고쓰조(狛壹越調 또는 高麗壹越調)이고, 박평조와 고려평조는 고마 소조(狛平調 또는 高麗平調)이며, 박쌍조와 고려쌍조는 고마 효조(狛雙調 또는 高麗雙調)라고 부른다. 세 악조의 기본음의 음고(키)는 고마가쿠는 D키이고 도가쿠는 C키로 고마가쿠가 당나라 음악인 도가쿠보다 음정이 장2도가 높다.
세 가지 악조로 공연되는 곡을 살펴보면 고려 평조로 된 고마가쿠의 무악곡(舞樂曲, Bugaku)은 임가(林歌, Ringa)에만 해당된다. 고려쌍조의 무악곡은 백빈(白濱, Hakuhin) · 소지마리(蘇志磨利, Soshimari) · 지구(地久, Chikyū) · 등천락(登天樂: Tōtenraku)에 해당되며, 고려일월조의 무악곡은 감취악(酣醉樂, Kansuiraku) · 고려용(高麗龍: Komaryū) · 곤륜팔선(崑崙八仙, Konron Hassen) · 귀덕후(歸德侯, Kitokugo) · 길간(桔桿, Kikkan) · 납소리(納蘇利, Nasori) · 박모(狛鉾, Komaboko) · 신말갈(新靺鞨, Shinmaka) · 신조소(新鳥蘇, Shintoriso) · 인화락(仁和樂: Ninnaraku)·장보락(長保樂: Chōbōraku) · 진숙덕(進宿德, Shinshukutoku) · 퇴숙덕(退宿德, Tsishukutoku) · 호접악(胡蝶樂, Kochōraku) 등이 해당된다. 현재 일본 가가쿠에서 공연되고 있다.
일본 전통음악은 고대부터 19세기 중반인 에도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구려 음악인 고마가쿠의 영향 아래에서 발전을 계속 거듭하였다. 가가쿠라는 이름으로 많은 악기들이 변형되고, 새로이 만들어지면서 현재까지도 전통음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민속음악인 속악(俗樂)도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일본의 대중음악은 19세기 후반부터 1920년대 후반까지는 일본의 전통 민속음악과 함께 속악(俗樂)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에도시대를 지나 메이지 시대(1868~1912)를 열면서 일본은 대중음악의 태동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까지는 일본의 대중가요를 지칭하는 소위 엔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19세기 후반부터 서양문물이 유입되면서 간접적으로 서양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무렵 한국도 1870년경부터 서양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한국의 서양음악 유입은 일본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본다.
지난 2회에 걸쳐 삼국시대에 전수한 일본 전통음악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음 회에서는 트로트 뽕짝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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