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교육부의 제 8차 교육과정 개정 작업 중 음악과(科) 교육 과정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한류와의 관련성, 즉 국악교육에 대해 살펴보면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중앙일보 기사 등 인용 및 참조)
올해 말 확정 · 고시 예정인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서 국악이 전면 배제되면서 국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졸속 개정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국악협회 등 100여개 관련 단체가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판소리를 전공한 트로트 가수 송가인도 청계천 광장에서 치러진 교육부를 규탄하는 자리에 나와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 분위기에 가세했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에 따르면, 교육부가 2022년 4월 중순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 목표를 의미하는 ‘성취 기준’은 학교 수업 · 평가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이에 따라 현행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총 6개 항목의 국악 관련 내용이 ‘성취 기준’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현행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 8차 음악과교육과정 개정 작업 중 국악이 송두리째 빠져버린 ‘교육과정 시안’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국악계는 교육부가 시안 개발 연구에 앞서 2021년인 지난해에 진행한 기초 연구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 2명이 모두 서양음악 전공자인 탓에 국악 교육을 후퇴시키는 편향적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부산교대 교수인 정은경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장은 "기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장단과 리듬, 한배와 빠르기의 용어를 일원화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국악의 장단엔 리듬뿐 아니라 속도의 의미가 있고 한배는 단순한 빠르기가 아닌 길이의 의미를 포함하는 개념인데, 이를 모르는 국악 문외한의 주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렇게 국악 교육 체계가 흔들리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국악계는 교사 양성 과정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전국교대국악전공교수협의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전국의 교육대학에서 국악 관련 필수과목 수업 시수는 서울교대 1시간, 부산교대 1.5시간, 청주교대 2시간 등 평균 2.11시간에 불과하다. 4년 동안 주 2시간 정도 국악 수업을 한 학기만 들으면 된다는 의미가 된다. 중등 교사 양성 기관인 사범대의 경우 국악 교육의 실태는 더욱 열악하다. 음악교육과에 국악 전공 전임교수가 있는 학교는 교원대와 공주대, 단 두 곳밖에 없다. 이렇게 국악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공교육 현장으로 나온 교사들이 또 서양음악 위주의 수업을 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학교 음악 교육은 시작부터 서양음악 중심이었다.
최근 시가 200억원 상당의 땅을 문화재청에 기증해 화제가 된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이영희 명인은 국악 교육을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받지 못했다. 중학생 때인 1951년 퇴기(退妓) 김향초에게 춤을 배우면서 그의 가야금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되었고, 이후 농사꾼 풍류객인 이덕열을 찾아가 가야금 · 단소 · 양금 등을 익혔다.
그 당시 국악 공부는 정규 학교가 아닌 누군가의 집 한쪽에서 이뤄졌다. 이렇게 인간문화재급 국악 명인들이 훗날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괄시받고 서러운 세상을 살았다”고 회한을 털어놓는 배경이다. 60여 년 전 박헌봉, 박귀희 등 국악인들은 후진들에게 그 서러움을 주지 않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민속음악 위주의 학교를 직접 만들었다. 그것이 1960년 개교한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이다.
이렇게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국악 교육은 국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뿐만 아니라, 서양음악과 전통음악 관련 기본 음악적 소양을 교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허선형 경기 산본고등학교 교사는 안양 신기중학교 재직 시절 전교생에게 가야금과 해금을 가르쳤던 경험을 들려주며 "학교에서 가르치는 순간 보편적 악기가 된다. 한 학기 만에 국악의 오음계 ‘중임무황태’에 익숙해졌고 모두 진도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부상하면서 국악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3월에 퓨전 그룹 킹덤이 발표한 ‘승천’은 종묘제례악과 K팝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국악’으로 아마존 뮤직 ‘베스트셀러 디지털 송’ 차트(1위)와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6위) 등에 이름을 올렸다. 국악이 단순한 옛 전통이 아닌 동시대적 가치가 큰 문화자산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에서는 일찍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국악의 휘모리장단으로, 소녀시대의 ‘I Got A Boy’ 는 동살풀이장단으로 작곡되어졌다고 규명한 적이 있다. 전통음악이 K-POP 등 한류음악의 원형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 개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악이라는 용어를 드러내지 않고 좀 더 포괄성을 높여 일반적인 용어로 표기했을 뿐 여전히 국악은 살아있다”면서 "향후 시안 개발 2차 연구와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학계 및 현장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