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57
BTS의 음악이 투쟁가처럼 등장 - BTS와 아미 현상(8)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각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관련한 아미들의 활동을 계속 이어 가겠다.
왜 아미(Army)들은 정치·사회 활동에 참여하는가? BTS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갖는 화두이다. 2020년 7월 미국 인종차별 반대 운동 ‘Black Lives Matter(BLM)-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아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BLM 운동에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기부하자 아미가 이 행렬에 동참했다. 하루 만에 1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우리는 흑인 아미를 사랑한다(#We Love Black Army)’라는 해시태그를 전파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유세에 집단으로 ‘노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외신들은 케이팝 팬들이 진보적 정치 세력으로 등장했다며 앞 다투어 보도했다.(시사인 참조)
하지만 이 사건들은 아미가 참여한 사회운동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BTS 아미들은 각자가 속한 사회에서 나름의 정치적인 존재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홍콩, 태국, 미얀마 등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늘 BTS의 음악이 ‘투쟁가’처럼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BTS와 아미컬처”를 쓴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는 "북미에서는 BTS를 둘러싼 팬덤 현상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팬덤 활동이 실질적인 사회운동으로 나타나는 정도는 아시아에서 훨씬 더 강하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용창출법이라 불리는 ‘옴니버스법’을 통과시켰을 때 아미들도 시위에 나섰다. 그 이유는 인도네시아 국회가 2020년 10월 일자리 창출 특별법(일명;옴니버스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안이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규제 개혁, 그리고 관료제 개선 등에는 초점이 맞혀져 있었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우에서는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친기업적인 불균형한 법안으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최저 임금이 삭감되고 고용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노동계와 환경단체, 그리고 학생들은 이 옴니버스 법안에 대해 ‘개악’이라고 반대했고, "약자에 대한 정의는 사라졌다”,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다”라고 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인류학자인 카리나 옥티바니는 "아미는 집이자 가족처럼 기능한다. 또 다른 아미가 삶의 위협을 느끼면, 그 문제는 아미에게 국경을 초월한 문제가 된다. 국가가 아닌 개인으로 그 문제를 바라본다”고 말하며 "나는 ”Not Today”의 가사인 ‘Today we fight!’라는 가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왜 아미들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까. 필리핀의 아미인 몰리 벨라스코 완솜에게 물었다.
그는 "모든 아미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미가 시민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많은 아미는 BTS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에 아미들도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하며, "아미들은 메시지를 구현하기 위해 아시안 혐오, 흑인 인권 등 세계적 사회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불만, 전 세계에 존재하는 편견과 관련해 행동한다”고 말한다.
BTS의 메시지를 그들 자신의 커뮤니티나 국가를 위한 가시적 행동으로 바꾸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Not Today(낫 투데이)”, "뱁새(Baepsae)” 같은 노래가 아미의 믿음을 실행하는 신조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아미들은 위의 노래 등을 이용해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여기에서 BTS의 노래 ‘뱁새’는 어떤 노래일까?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서 BTS의 노래들을 음미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지만, 위의 내용에 대한 문맥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뱁새”가 어떤 노래인지를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뱁새’ 가사의 일부분을 살펴보면, "They call me 뱁새/욕봤지 이 세대/빨리 Chase’em/황새 덕에 내 가랑인 탱탱/So call me 뱁새/욕봤지 이 세대/빨리 Chase’em/금수저로 태어난 내 선생님/(중략)/노력 타령 좀 그만둬/아 오그라들어 내 두 손발도/아 노력 노력 아 노력 노력/아 노랗구나 싹수가/(우린 뱁새야) 실망 안 시켜/(우린 뱁새야) 이름값 하네/(우린 뱁새야) 같이 살자고/(우린 뱁새야) 뱁새야/(후략, 처음과 동일)”
가사의 내용과 같이,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수저 계급론에다가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을 따라서 힘겨운 짓을 하면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뜻으로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의미의 속담까지 곁들여 현 사회를 통찰력 있게 비판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Not Today’는 어떤 노래인가? 2019년도 알제리에서 일어난 독재 반대 시위 당시에는 리더 RM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All the underdogs in the world(전 세계 모든 약자들이여)/ A day may come when we lose(우리가 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But it is not today(하지만 오늘은 아니다)/Today we fight!(오늘 우린 싸운다!)”라는 "Not Today”의 가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해당 피켓은 2021년 2월 시작된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도 자주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9년 차인 아미 A(28세)씨는 "방탄소년단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실천하게 한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