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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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5 <br>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

우리는 현대를 살면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해 낸다. 그런데 혹자는 그것을 하늘에서 어느 날 번쩍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아이디어들은 우리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토양에서 나온다. 그 토양인 즉, 가난이란 결핍에서 아이디어들은 발현되는 것이다. 가장 현대적인 것이 되려면 가장 오래된 정원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 묵은 정원일수록 기막힌 꽃들이 피는 것이다. 조상들이 만든 오래된 정원을 잘 가꿈으로써 오래된 미래가 있는 것이다.

 

영민한 우리 조상들은 가난했지만 위급할 때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則通)’이다. 궁즉통은 몇 천 년 간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인의 창조력이자 돌파력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하였다.

 

그 위기를 견뎌온 한국인의 돌파력은 어디서 나왔는가. 다색다양한 토양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창조적 상상력에서 나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올수록 일색(一色)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한 가지 색이 지배하는 것을 은근히 강요당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획일적 사회와 일색의 문화를 깨뜨리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다색다양(多色多樣)에서 창조적 상상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2025033109464.jpg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 유지숙 예술감독

 

마침 이와 같은 우려를 극복하려는 음악회가 지난주에 있었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이다. 이 공연을 준비한 민속악단의 유지숙 예술감독은 "그간의 음악 인생 동안 묻혀진 보물들을 찾아 다듬어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기쁨과 보람을 느껴왔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음반의 자료로만 전해졌던 곡들을 발굴해서 처음으로 시연하는 자리였다.

 

이 공연은 총 5막으로 구성되었는데, ‘삶과 죽음을 오가는 애절한 선율’, ‘사랑과 기다림이 흐르는 노래’, ‘산과 바람을 닮은 소박한 가락’, ‘흥과 신명이 넘쳐나는 놀이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시대의 희노애락을 스토리텔링하여 한폭 한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소리가 하나씩 엮이며 5폭의 병풍을 완성했다.

 

이날의 공연은 "단순한 가락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흔적이며 그것을 다시 불러보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을 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한 줄의 시를 적듯, 한 획의 그림을 그리듯, 우리는 다시 그 소리들을 불러본다.”라고 소개했다.

 

팜플랫의 공연 내용 중 1막은 ‘기억속의 소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2막은 ‘사랑과 기다림, 자연 속의 노래’, 3막은 봄과 꽃이 피어나는 생의 순간‘, 4막은 ’신명의 장, 모두가 하나되는 순간‘, 5막은 ’산과 바람을 담은 노래‘로써 각 막마다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곡의 성격에 따라 작은 제목을 다시 붙였다. 1막은 경기소리-극락을 향한 염원, 남겨진 자들의 노래, 2막은 서도소리-바람과 강물 위에 피어나는 노래, 3막은 남도소리-자연 속에서 삶을 피우는 노래, 4막은 장타령-인천 장타령・강원 장타령, 5막은 강원도 소리-자연으로 돌아갈 우리들의 마음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와 같이 전체의 내용을 스토리텔링화 하여 기획 의도와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하였다. 당연히 무대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게 했다.

 

무대의 구성은 무대 뒷부분과 좌우에 ’ㄷ‘로 반주자들이 빈틈없이 자리했다. 무대 중앙에는 정사각형 무대를 설치했고 그곳에서 분리된 LED 조명판이 천장에서 각도를 조절하며 무대를 비춰주었다. 출연자들의 의상은 모두 백색이었다. 공연은 재담과 해학을 섞은 재담가가 진행을 맡았다. 출연자들의 소리와 반주음악은 꽤 수준 높은 연주였다. 연습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진다. 몇 곡 빼고는 처음 듣는 소리가 많았다. 곡목 설명은 없었다. 잠시 졸았다. 졸고 난 후의 무대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등퇴장도 없이 앉았다가 순서가 되면 노래했다. 시작할 때의 무대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공연이 끝난 후의 느낌은 개운치 않았다. 중학교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소설을 읽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가 영화로 개봉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실망한 느낌이랄까. 영화가 나의 상상력을 모두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그리는 노래>의 팜플랫을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이 스토리텔링 된 멋진 소설이 그려졌었는데 정작 무대 공연을 보고는 그런 기대가 무너졌던 것이다. 질감이 다른 다섯 가지의 댜양한 장르가 있었는데 무대 연출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다섯 가지의 다양한 장르 속에 또 다른 갖가지 개성 있는 이쁜 꽃들이 소중하게 피어 있었는데 새롭게 보여주질 못했다. 많이 아쉽게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기획 단계부터 공연이 끝난 후까지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작품의 완성도가 높여지도록 논리적 관점에서 다시 되새겨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경인교육대학교 김혜정 교수는 팜플랫 서두에 ’차이에 주목하다‘라는 글을 기고하였다. 그 글의 ’다시 차이에 주목하고 다르게 이야기 하자‘라는 작은 제목 속에서 "규격화된 관습에서 자유로워지고, 정해진 대로가 아닌 더 재미있고 멋진 것을 추구했던 예인들의 초심을 옛 자료에서 배우고 그 정신을 다시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정리하였다. 그런데 갖가지 개성 있는 이쁜 꽃들이 주목받지 못했고 정해진대로 규격화된 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한 무대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필자는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들이 만든 오래된 정원을 잘 가꿈으로써 오래된 미래가 있다는 것을 잘 실현하려고 애쓴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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