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4 AI가 만든 국악 ‘보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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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4 <br>AI가 만든 국악 ‘보허자’

별들이 하늘에 의미 없이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의미 있는 형상들을 골라서 연결하면 북두칠성이 된다. 하나의 형상이 생기는 것이다. 형상은 물질이 아니다. 우리가 집을 지으려면 그 집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들을 고른다. 그 재료들이 모여서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재료는 의미 있는 정보들을 말한다. 즉 인터넷 네트워크에 천문학적으로 쌓인 빅데이터에서 정보를 골라내 AI가 하나의 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AI(인공지능)을 활용한 국악연구사업의 가장 큰 관건은 서양음악과 다른 국악을 어떻게 AI에게 학습시킬 것인가이다. 현재 여러 AI 음악도구들이 있지만 그 도구들은 국악을 알지 못한다. 설사 국악의 일부를 안다고 하더라도 국악을 작곡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학습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학습을 잘 한다는 건 단순하다. 바로 디지털 데이터가 얼마나 많이 데이터화 되어 있느냐이다. AI를 활용한 국악연구사업에 있어서 가장 선결되어야 하는 사업은 바로 국악의 모든 장르와 축적된 디지털 음원을 데이터화 하는 일이다.

 

행악과 보허자 (사진=국립국악원) 2025.03.13..jpg 행악과 보허자 (사진=국립국악원) 2025.03.13.

 

고등과학원 초학제 연구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국악의 과학적 이해와 AI 국악 연구단’은 2021년부터 수년에 걸쳐 정악의 정간보를 국악의 특징에 맞게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많은 데이터를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작곡한 국악곡이 공연되기도 했다. 연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쌓여서 서양음악과는 다른 국악만의 특징을 점점 더 잘 구현해 냈다. AI 국악 연구가 진일보하는 데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이다.

 

정악뿐만 아니라 민속악, 민요, 판소리, 농악, 사물놀이 그리고 국악관현악곡 등 국악의 모든 장르의 곡과 전통춤까지 데이터화 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하이브리드 연구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이 데이터화 작업이 국악 전반을 아우를 정도의 성과로 이어진다면 국적(國籍)을 불문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 국악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국악 플랫폼을 활용하는 가장 흥미로운 작업 중 하나는 국악문헌으로만 존재하는 고전음악 복원이 아닐까 한다. 실례로 스케치 수준에서 머물다 완성하지 못한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 2021년에 초연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AI가 작곡한 곡이다. 다만 베토벤뿐만 아니라 당대 음악을 포함하여 수만 가지 데이터들을 AI에게 학습시켰고 특히 10번 교향곡을 구상할 당시의 여러 자료들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진정으로 베토벤과 어울리는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악 또한 문헌으로만 존재하는 곡들을 당시와 관련된 자료들을 학습시켜 훌륭하게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행악과 보허자, 하늘과 땅의 걸음”이라는 주제로 <보허자>가 지난 3월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막이 올려졌다. 그런데 이 공연은 일반 공연이 아닌 AI가 만든 궁중음악이다. 내용은, 왕이 궁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동선을 따라 구성한 궁중음악인 행악인데 9년 만에 국립국악원 무대에 오른 것이다.

 

정악단 이건회 예술감독은 "‘행악과 보허자, 하늘과 땅의 걸음’이란 주제로의 복원보다는 현재 계승하고 있는 왕실의 품격 있고 화려하고 찬란한 궁중의 행악을 입체적인 무대로 연출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악곡인 ‘보허자’의 일부 악장에는 ‘인공지능 문장가’가 노랫말을 익혔다.

 

아트플랫폼의 박진형 감독은, "조선왕실에서 가장 많은 한시를 남긴 효명세자의 한시 300여 편을 AI에게 학습시키고 정약용과 김정희의 시 100편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새로운 가사를 만들었다.”라고 하며, "옛날 책에 붓으로 써 놓은 한시를 컴퓨터로 옮긴 것이다. 한자를 다 옮긴 다음에 옛 한글 언해본도 같이 수집하였다”고 설명했다.

 

국악신문의 정수현 전문기자는, "이번에 AI를 통해 새로 창작된 3장은, 기존 1장, 2장과 큰 이질감 없이 원래 있던 곡처럼 자연스러웠다. 특히 선율은 더 다이내믹하게 극대화되어 극적인 효과를 보였다. 과학을 접목하여 탄생시킨 이 시대의 전통음악은, 앞으로 우리 음악이 나아갈 새로운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해주었다”라고 기사에서 밝혔다.

 

서양음악 클래식은 수백 년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있고, 정형화된 화성법과 대위법 그리고 수치화가 가능한 규칙적인 리듬과 일관된 화음의 진행이 있어서 AI가 학습하기 좋은 장르이다. 그런데도 베토벤 10번 교향곡을 연주하고는 "감정선의 흐름이 문제가 있다.” 또 "중요 주제를 연결할 때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았다”라는 연주자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악은 위의 조건에 맞는 축적된 데이터가 아직 없다. 그리고 AI 국악도구도 없는 실정이다. 거기다가 국악은 각 장르마다 시김새라는 특유의 특징적 요소들이 있다. 이러한 국악만의 독특한 특징적 요소들은 자기 전공분야가 아니면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이제 겨우 데이터화를 시작한 초보적 단계에서의 AI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국악의 다양한 장르가 데이터화 되어 있어야 하고 그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켜야만 결과물을 만들어낼 텐데 국악 분야는 그야말로 극초보 단계인 것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서양음악과 달리 장르, 악기, 각자의 버전마다 다른 시김새 즉 꺾기, 농음, 추성, 퇴성, 뒤집기, 그리고 고도화된 장단과 리듬 등의 수백, 수천 가지의 국악적 특징들을 데이터화 해서 AI에게 학습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같은 가야금산조의 김죽파류를 연주할 때 연주자마다 모두 독특한 차이가 있다. 연주자마다 다른 각자의 버전을 모두 저장하여 데이터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악의 경우도 그렇다. 왜냐하면 데이터 분량이 많을수록 AI의 학습효과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하는 버전으로 작곡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립국악원에 대용량 네트워킹 저장시설 즉 클라우드 병렬 시스템과 같은 시설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주된 모든 장르의 연주물과 공연물의 다른 버전 등이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되는 빅데이터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저장된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AI가 학습한 국악의 모든 버전은 누구든지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업무는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의 책임하에 국악연구실에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따라 국악연구실의 디지털 환경 구축은 자연스런 현상으로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도 고양되리라고 생각한다.

 

AI가 작곡한 <보허자> 같은 음악이 거부감 없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음악을 인간 연주자가 알아서 연주를 잘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AI가 창작하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음악성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공학도들과 함께 AI의 창작 과정에서 국악 연주가들이 보다 핵심적인 위치에서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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