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11<br>전통문화 콘텐츠 육성 정책
젊은이들은 인습의 벽, 우상의 벽, 낡은 시대의 벽으로 치부(恥部)될 수 있는 오래 묵은 정원을 가꾸었다. 그들은 화전민 같이 불을 질러 만든 오래된 정원에 한 손에는 곡괭이, 또 한 손에는 ‘창조의 씨앗’을 뿌렸다. 창조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견고한 벽과 땅을 파헤치는 극복의 곡괭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류(K-컬처)의 기막힌 꽃을 피워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 묵은 정원, 즉 국악을 포함한 전통문화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창조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계속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한류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연관광 산업은 현재 K-POP 등 한류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 외국인들이 한류 콘텐츠를 통해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 즉 국악 등 한국 전통문화를 담아낸 공연의 공급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콘텐츠의 육성 정책과 인프라 확충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래에 그와 관련한 정책토론회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 2024년 12월 17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임오경 민주당 의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한국 공연관광 산업 지원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한국 공연관광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엔터투어먼트 시대의 공연관광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다. 주관은 한국공연관광협회, 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맡았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하며 "공연관광 산업 활성화는 단순히 문화·예술 분야의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브랜드 향상으로 이어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큰 만큼 공연관광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1부 발제로는 권장욱 동서대학교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의 ‘엔터투어먼트(entertourment; 여행과 문화를 결합하여 지역 축제, 이(E) 스포츠, 뮤지컬 따위를 즐기며 하는 여행)로서의 공연관광 글로벌 경쟁력’, 김민자 원밀리언 대표의 ‘해외 관객 유치를 위한 지원 정책과 공연 관광 접근성 모색’, 정진이 가톨릭관동대학교 학술연구교수의 ‘공연관광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등이 있었다.
권장욱 교수는 "여행의 제일 큰 동기는 일탈인데 그만큼 재미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공연관광은 체험형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중심형 엔터테인먼트 관광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K팝 콘서트 공연에만 집중된 관광의 한계에 대해 일반 관광과 연계가 제한적인 점, K팝 주류인 10대들의 경제적 능력 등을 지적하였다.
또한 권 교수는 "창작·기획, 제작, 유통,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 보완을 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소비가 늘어나면, 즉 돈이 되면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공연 콘텐츠가 10년 전과 변화한 것이 없고, 전통 공연에 대한 수요에 비해 콘텐츠 공급이 적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국내 최대 규모 댄스 레이블인 원밀리언 공동대표인 김민자 대표는 "MZ 관광객은 개인의 경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관광상품 구매에 있어서도 비대면 소비 행태가 자연스럽다"라고 말하며 "한국을 방문해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어서 1달, 혹은 1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현재 공연관광은 로컬 정보 부재, 관광상품 스토리텔링 부재, 언어 장벽, 결제 시스템 등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면서 "MZ 세대를 위해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소셜 플랫폼을 통한 홍보와 접근성이 필요하며 전통공연과 결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이 교수는 공연을 작품과 상품으로 구분하는 것이 공연관광 육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한류 콘텐츠를 넘어서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 관광객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못하고 있는데 공연을 작품과 상품으로 분산해 이원화되면서 문제가 생긴다"며 "정책 지원 사업 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공연관광형 특수 목적 정책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 교수는 "공연예술, 공연콘텐츠, 관광목적이 결합된 3중 구조 접점이 곧 공연관광의 코어라고 할 수 있으며 기획·개발·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 대응, 맞춤형 콘텐츠 지원, 지속가능한 공연관광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위의 토론회 내용은 한마디로 오래 묵은 정원의 견고한 벽과 땅에 지속적인 곡괭이질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악 등 한국 전통문화를 담아낸 공연관광 산업 활성화는 곧 국가브랜드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에는 국악 등 전통문화 콘텐츠 육성정책이 활성화되어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원한다.
역사의 뒤안길이 된 2024년을 돌아보며, 독자 여러분 송구영신(送舊迎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