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취약종목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br>한 서도소리 전승자의 斷想
국악진흥연구소(소장 박상진)와 ㈜국악신문(대표이사 기미양) 공동 추최, 제1차 ‘국악진흥을 위한 집중토론’을 10일 4시간에 걸차 개최하였다. 주제는 ‘전승취약종목(가곡 가사 서도소리) 활성화 방안’이다. 3인의 발제와 3인의 토론이 있었다. ‘집중토론’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으로 대안을 도출, 해당 공동체와 관련 기관과 공유하고, 공론화와 정책 반영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그 결과물을 공동체와 기관에 송부 하고, 공론화를 위해 3편의 발제문에 이어 이에 대한 질의문을 게재한다. 현잠감을 독자들과 함께하고자 그대로 수록한다.토론문 세 번째는 ‘한 서도소리 전승자의 斷想’으로 오현승 (사)향두계놀이보존회 사무국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편집자 주)
한 서도소리 전승자의 斷想
경기민요. 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를 공부하는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10명으로 잡아 분류해보면 경기민요가 6명, 남도민요가 3명, 서도소리 1명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기민요는 경기서울, 충청 쪽에서 널리 불렸고, 보유자 안비취, 이은주, 묵계월 세 분께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해 내신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경기민요가 오늘의 위치에 있게 된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경쾌하고 흥겨운 음과 대중적인 매력에도 있었겠지만, 방송매체에서도 경기민요에 집중한 데도 큰 기여를 했다도 본다. KBS ITV ‘국악한마당’을 보면 현재는 다양하게 퓨전, 기악, 등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경기민요 일색이었다. 부르고 즐기는 이들이 많은 결과에 따른 현상이다.
그러나 귀하기도 하고 듣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는 서도소리는 왜 이렇게 낙후되어 있을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소리 자체가 경기민요와 다른 음계를 사용하고 음을 기교적인 요성을 구사하는 어려운 소리라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몇년 정도를 배워서는 흉내를 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경기민요는 한 3년 정도 배우면 여기저기 무대에도 설 수가 있지만, 서도소리는 3년 정도면 초보 정도라는 취급을 받는다. 서도소리가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그런데 이주 문화유산인 서도소리의 이러한 처지를 우리 문화유산청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다 현재 전승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도 조차도 알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본인은 서도소리가 좋아서 30년째나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이다. 사단법인 향두계놀이보존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런 본인이 드디어 지난달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도소리 이수시험을 볼 기회를 가졌다. 오늘 이런 자리에서 이와 관련하여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3년 전부터 전승교육사도 이수자를 배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6일 첫 이수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본인은 유OO 선생님 제자로서 6인과 박준길교육사 제자 3인 총 10인이 이수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6인만이 합격하고 비전공자 4인은 낙방을 했다. 본인은 비전공자이지만 소리공력 20년이 되는 30년 소리꾼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아마 보유자 선생님에게서 20년간 공부를 했다면 벌써 이수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보유자 선생님께 5년 정도 공부하면 이수시험을 보아 이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본인은 보유자가 아닌 전승교육사 선생님에게서 공부한 죄로 오랜 세월 공부했지만 이수시험을 볼 자격조차 없었던 처지였다.
그런데 올해 드디어 이수시험을 볼 자격을 얻어 설레고 고마운 마음으로 응하여, 자신 있게 가사 한 소절, 한 음도 틀리지 않게 당당하고 자신있게 마첬다. 이론도 자신있게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낙방을 했다. 10명 중 대학 전공지 6명은 합격하고, 비전공자 4명은 탈락을 한 것이다. 우리 국가문화유산청에 이런 결과의 이유를 묻고 싶다. 이수시험 기준에 반드시 전공자를 우선해야만 한다는 것인지를. 이것이 형평성에 맞는 처사인지를. 경기소리와 달리 어렵고 힘든 서도소리인데 이수자라도 많이 배출해 주어 훗날에 가서도 이어질 수 있게 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를?
이론 시험 때 심사위원이 이수자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렇게 대답을 했다. 어려워서 부르려 하지 않는 서도소리를 특징 있고 매력있는 소리라고 널리 알려 부르고 즐기는 이들이 많게 활동하는데 압장서겠다고 밝혔다. 대학 국악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본인처럼 30여년 소리를 좋하고 서도소리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이에게는 더 넓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본인이 소리를 시작할 때는 대학에서 전공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사실에서 오래 세월을 활동한 이들에게는 대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인정을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만 서도소리의 전승 취약 현상을 개선할 수가 있다고 감히 주장을 한다. 이는 본인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정리하면 이런 기회에 꼭 할 제안이 있다. 현재의 서도소리 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보유자 두 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 제안은 속 좁은 "내 논에 물대기”가 아니다. 지도자가 많아야 전수, 이수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방송 출현 등이 일반화 되어 대중에게 전파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이유에서 서도소리 종목도 보유자를 확대 지정하여 상황을 개선시켜야만 한다. 이는 현 서도소리 생태상의 당위이고, 30년 현장 소리꾼으로서의 확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