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5 여성국극단과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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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5 <br> 여성국극단과 ‘정년이’

"나에게는 영 놓지 못하는 예술세계가 있다. 여성국극,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그의 몰락에 안타까운 마음은 꿈속에서도 못 잊는다.”

 

여성국극의 1세대 배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79발탈예능보유자인 조영숙(90) 명인이 지난해 말 펴낸 자신의 저서 '여성국극의 뒤안길'에서 회고한 글이다.(국민일보 참조)

 

"빚을 지고 사글세에 살면서도 여성국극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혼자 몸부림쳤어요. 그런데 이렇게 관심을 받는다니, 춤이라도 추고 싶어요.”

 

2024- 015637.jpg 드라마 '정년이' 포스터 (이미지=tvN 방송사)

 

여성국극 1세대조영숙 명인이 tvN ‘정년이로 시작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에 이같은 소감을 털어놨다. 지난 1030일 이데일리에 의하면, 조 명인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년이에 대해 "감명 깊게 봤다"시작할 때부터 고마웠고 즐겁고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정도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조영숙 명인은 지난 10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1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을 수상한 이유는,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의 여름 시즌 프로그램인 싱크넥스트 24, <조영숙X장영규X박민희 - 조 도깨비 영숙>(2024726~27,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을 통해서 여성국극1세대인 조영숙 명인을 조명했던 공연이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조영숙 선생님을 통해 여성국극이 2024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90세 명인의 굽은 등에서 보여주는 예술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이데일리 참조 인용)

 

여기서 '조 도깨비 영숙'은 국극 '선화공주'를 현대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제목에 '도깨비'가 들어간 이유는 과거에 조 명인의 별명이 도깨비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깨비처럼 무엇이든 기막히게 잘한다는 의미로 동료들이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조영숙 명인은 1951년 임춘앵 선생(1924~1975)이 이끌던 광주 여성국극 동지사에 입단해 소리를 시작했다. 2024년인 현재까지 무대에 서며 여성국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국극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지난주까지 인기리에 방영했던 tvN ‘정년이의 원작인 동명(同名) 웹툰부터 자문을 해준 작품 탄생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짧은 머리부터 무엇이든 행동하는 당돌함 등 드라마 주인공 윤정년(김태리 분)의 모습도 실제 조 명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 드라마 제작에도 기여를 했다. 촬영 현장에 방문해 주연 배우들에게 소리·국극에 대한 조언을 해줬고 오프닝에 참여해 소리로 배역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며 도운 것이다.

 

여성국극은 1948년 박록주 박귀희 임춘앵 등 여성 소리꾼 30여 명이 남성 중심의 국악계에 반발해 여성국악동호회를 결성하면서 태동했다. 기존 혼성 창극이 판소리 다섯 마당에 머물던 것과 달리 여성국극은 레퍼토리가 다양했다. 또한, 판소리를 토대로 하되 대중적인 음악과 함께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그리고 무용 등으로 극적인 요소를 강화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남자 역할의 배우들은 요즘 아이돌처럼 사생팬(私生fan)’을 달고 다닐 만큼 인기를 누렸다.

 

조영숙 명인은 "여성국극이 사라지면 우리의 전통인 국악의 한 축이 무너지는 거예요. 그만큼 잘 지키고 계승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화재가 돼야 해요. 국가문화재(국가유산)가 어렵다면 지역문화재(지역 무형유산)라도 되어야 명맥은 안 끊길 것 아닙니까. ‘정년이가 붐을 일으켰으니 이 붐을 타서 누가 나서줘 여성국극 제대로 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90세가 된 조 명인은 현재 제자들을 가르치며 여성국극의 계승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이데일리 참조)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의 여성국극의 현황은 어떠한가.

일본은 다카라즈카가극단이 있다. 1914년 서양 뮤지컬과 연극의 요소를 접목시켜 탄생했는데 현대적 공연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의 어느 나라 공연을 연상하게 한다. 1960년대에 들어서 쇠퇴의 길을 걸어간 우리나라의 여성국극과 달리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매우 상업화되어 있으며 일본 내에서 아주 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에는 월극(越劇)’이 있는데, 중국 전통 음악극 형식의 한 종류로, 중국 저장성 지역의 전통 연극이다. 특히 남방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예술 형식은 북방 음악극의 웅장한 분위기와는 달리, 섬세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사용하여 관객들에게 강한 감동을 준다. 초기인 1900년대 초반에는 남성들만으로 구성되어 극단을 주도했으나, 1920년대 이후 여성들이 무대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여성 관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졌고, 오늘날까지 월극은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예술 형태로 정착되었다. 중국의 월극은 일본의 다카라즈카와 비교해서 상업화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국 내에서 전통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현대적으로 꾸준히 재해석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국극이 드라마 정년이를 계기로 재도약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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