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니 ‘떵~떠떠 쿵떠쿵~ 떵~떠떠 쿵떠쿵~’의 휘모리 장단이 들려온다. 앗, 이게 무슨 소리지, 눈여겨 들어보니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라는 노래 소리였다. 좀더 자세히 들어봤더니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그리고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반복해서 부르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따라 부르고 있었다. 얼떨결에 중독된 것 같았다.

이 노래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ROSE’, 본명은 채영)가 미국의 유명 팝가수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APT.)>인데,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해 로제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붕어빵 예술교육에서 자유로운 K-POP 아이돌이 또 한 번 일을 낸 것이다.

‘아파트’는 영어의 한국식 표현이다. <아파트>라는 노래는 단순하면서도 후렴구에 ‘아파트’라는 가사를 중독성 있게 반복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따라 부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고 있다. 유명 팝스타 찰리 푸스도 ‘아파트’를 따라 부르는 영상을 자신의 틱톡 계정에 게시하며, "아파트란 단어가 영원히 내 머릿속에 갇혀 버렸다"고 말할 정도로 아파트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당연히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커져가고 있다.

로제는 <아파트>가 만들어진 동기에 대해서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놀고 있었는데요. 제가 한국의 ‘술자리 게임’을 알려주면 어떠냐고 했어요. 그리고 게임 '아파트'를 시작했죠." <아파트>는 "아파트”라는 한국어의 가사로 부르는 ‘술자리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게임의 방법은 참가자들이 양손을 포개 쌓아 올린 뒤 맨 아래서부터 손을 하나씩 빼다가, 술래가 처음 외친 특정 숫자(층수)에서 손을 빼는 사람이 벌주(罰酒)를 마시는 놀이이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 (사진=더블랙레이블)

또한 미국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로제가 소개한 김치볶음밥과 청양고추 소스를 곁들인 마른 오징어에 대한 반응과 함께,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등 한국의 술 문화도 소개되고 있고, 특히 "건배 건배”라는 단어를 브루노 마스가 한국어로 부르면서 한국의 술 문화도 더욱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팝 음악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한국만의 문화를 녹여 만든 로제의 <아파트>는, '강남스타일'과 '오징어게임'과 같이 세계의 보편적인 주제에 한국적인 요소와 재미있는 독창성을 가미해 전 세계를 열광시킨 성공 방정식이 또 한 번 통했다는 평가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강남스타일'도 일렉트로닉으로 시작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했잖아요. <아파트>도 재미 요소를 강조했다고 봅니다. 청취자의 청각을 완벽하게 장악한 거죠."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손흥민이 소속되어 있는 토트넘에도 ‘아파트’가 등장했는데, 지난 10월 19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홈 경기에서 팀이 3-1로 앞서던 후반 15분에 손흥민이 골을 터뜨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같은 소식에 토트넘 공식 SNS에는 손흥민이 활약한 짧은 영상들이 올라왔는데, 이때 경기장에서 손흥민의 모습을 담은 영상엔 "손파트 아파트 손파트 아파트”라고 한국어로 적은 글을 올려 한국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본 팬들은 "토트넘 소셜팀에 한국 사람이 입사했나”, "토트넘 센스 있다", "토트넘 미디어팀은 일을 참 잘한다" 등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별다른 방송 출연이나 홍보 없이도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2500만 회를 넘기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23일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은 <아파트> 뮤직비디오가 발매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회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발매 직후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 1위에 오르고 총 40개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정상에 안착하는 등 음원 성적도 뒤따르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소개하겠다. 발표된 지 10일 조금 넘은 <아파트>는 ‘수능 금지곡’에도 포함되었다. 바로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중독성이 강한 노래는 수능이 코앞인 수험생들의 집중을 방해한다고 해서 '수능 금지곡'이 된 것이다.

또한 한국경제 TV에 의하면 24일 기준 YG에 소속되어 있는 로제가 미국의 유명 팝 가수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신곡 <아파트(APT.)>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음원 유통을 맡고 있는 YG PLUS 주가가 나흘 만에 100% 상승했다고 한다. 지난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에 다음날에도 10.51% 오르며 나흘 만에 주가가 100% 뛴 것이다.

한류 K-POP은 주가지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