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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7<br>선생님, 방일영국악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그 시절, 앞길이 막막했던 나의 진학과 삶의 방향에 대해 어느 누구든 붙들고 묻고 싶었다. 스승의 실종 시대같이 느껴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안개 같은 세상으로 보여져 저 멀리 비추는 등대 같은 간절한 학업에 대한 지도가 필요했다. 필자의 고등학교 입학 초기에 관한 추억의 한 단상(斷想)이다. 이영희 선생님의 방일영국악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존경하는 이영희 선생님!

제31회 방일영국악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1970년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이지요. 그 때 학교는 비원(지금의 창덕궁) 앞 운니동에 있었습니다. 저희 1학년 교실 맞은편에는 예능과 교무실이 있었는데 거기에 계신 젊은 이영희 선생님을 비롯해서 인간문화재이신 신쾌동 선생님, 김윤덕 선생님, 지영희 선생님, 김소희 선생님 등의 모습을 매일 뵈면서 국악예고의 시절을 보냈습니다.

 

언론 기사에 의하면, 선생님은 항구의 도시 군산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승무에 매료되고 풍물패의 풍장 소리에 홀리다시피 국악에 푹 빠졌다고 했지요. 군산 여중학교에 다니실 때는 친구들과 함께 승무와 살풀이를 배우고, 이어서 가야금과 단소, 양금을 배우신 후 가야금 산조를 익혔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일인다기(一人多技)를 익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영희.7.jpg 국가무형유산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영희 보유자

 

선생님은 지금까지 국악을 전승하고 보급하는 교육에 온 힘을 쏟고 계십니다. 그 이유는 선생님 자신이 국악과가 아닌 일반대학을 거쳐 어렵게 공부를 하신 이유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죠. 참으로 대단한 열정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대학에 진학하실 무렵의 1958년도에는 대학에 국악과가 없었지요, 최초로 서울대 국악과가 1959년도에 설립되었으니까요.

 

그러던 1958년에 선생님은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진학하셨고, 가야금을 공부하고 싶어서 수소문한 끝에 국립국악원 사범이던 김윤덕 명인을 직접 찾아가셔서 가야금 산조와 거문고를 사사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일섭 명인에게 아쟁도 익히시면서 결국 1961년 대학 4학년 때 중앙방송국(전,KBS) 국악경연대회에서 아쟁을 연주하여 기악부 1등(당시 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내셨습니다. 그리고 1991년 스승이신 김윤덕 명인에 이어 가야금 산조와 병창 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가 되셨습니다. 참으로 입지전적(立志傳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2000년부터 12년간 (사)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을 역임하셨습니다. 12년이면 세 번을 연임하셨네요. 그동안 해외 입양아를 위한 국악교육,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국악 강사를 파견(강사풀제)하는 국악교육 등에도 기여하셨습니다. 이렇듯 선생님은 국악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어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1999)과 서울시 문화상(2006)을 받으셨습니다.

 

선생님은 국악과 무용 등 전통 예술을 한자리에서 교육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걱정하시며 200억 상당의 개인 토지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기부하셨습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많아 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리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전수교육관이 준공되면 그 안에 거처할 공간 몇 평만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미혼으로 살며 휴지 한 장 허투루 안 쓰고, 자가용 대신 버스 타고, 난방 대신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모은 재산”이었지만 "쓸 곳에 썼으니 하나도 아깝지 않다”라고 스스로 대견해 하셨습니다.

 

참으로 국악계의 스승으로서 사표를 제시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운이 좋아 땅값도 올랐겠지만, 선생님의 삶과 전공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제자 사랑에 대한 지극함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1도 없지만 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존경스런 마음으로 지켜봐 왔습니다. 제가 대학을 갈망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이미 명문대학인 이화여대를 졸업하시고 국악 교사를 하셨던 저의 롤 모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예능과 사무실에서 여학생을 장고채 같은 것으로 여러차례 체벌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시절은 그렇게 교육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던 시절이기도 하였지요. 그 체벌을 받은 학생은 국악을 계속하고 있는지 확인은 안 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학생은 대금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짧으니 피리가 좋겠다고 지도하시어 지금은 피리의 명인이 되신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선생님께서 주도하시어 '(사) 한국국악진흥예술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드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국악 관련한 단체가 하나라도 더 만들어져 국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백번 찬성할 일이지요. 그러나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의 이사장이 문제가 있다라는 이유로 국악협회 전체 회원을 무시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든다는 것은 국악계를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악협회의 정관’을 거의 복사하다시피 하면서 국악협회처럼 전국에 지회와 지부를 둔다고 하는데 맞는지요? (사)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을 12년 동안 역임하신 분의 행동이라기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처사라고 대다수 국악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국악진흥예술연합이 주최하는 ‘국악진흥법’ 관련 학술토론회에서 주최 측 발제자가 직접 ‘K-국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악인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습니다. ‘국악’이라는 용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전통음악의 정체성(正體性)을 나타내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국악진흥법’에도 ‘국악’이 정의되어 있듯이 ‘K-국악’이라는 용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K-국악’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만부당천부당(萬不當千不當)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난방 대신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모은 전 재산을 국가에 기부하셨습니다. 국악인들은 선생님 같은 분이 많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물질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승이 나타나기를 오매불망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생활하지만 전통음악을 발전시키고 한류 확산에 기여한다는 자존심으로 대다수의 국악인들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선생님, ‘K-국악’이라는 용어 사용을 나무라주시고 국악계를 화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면서 국악계 동량(棟樑)이 될 인재 양성에도 힘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방일영국악상 수상’의 의미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존경하는 선생님! ‘제31회 방일영국악상 수상’을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무쪼록 만수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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