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6펄벅 여사와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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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6<br>펄벅 여사와 아리랑

펄벅 여사가 한국에 와서 거문고 소리를 듣고는 "저 소리는 악기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울음을 참으며 흐느끼는 소리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민족은 우리의 한을 전통음악을 통해 풀어왔다. 그러나 그 맺힌 한을 온전히 풀지도 못하고 가슴 한 쪽에 켜켜이 품어왔다. 쌓인 한을 모두 풀어버리는 것보다 그것을 품을 때 비로소 생각과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생긴 노래가 민요이고 그 중 대표적인 노래가 ‘아리랑’이다.

 

소설 <대지>의 작가로 알려진 펄벅(Pearl S. Buck 1892.6.26 ~ 1973.3.6.) 여사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던 1960년 11월 경 경주를 여행하던 중,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지게에도 볏단을 짊어지고 걸어 가던 농부를 보고는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왜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짐까지 지고 가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농부는 ”에이 어떻게 타고 가나요, 소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요, 그러니 짐도 나눠지고 가야죠,"라고 대답했다. 농부의 말에 감동한 펕벅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라고 회상하였다. 서양의 농부였다면 달구지에 모든 짐을 싣고 농부도 함께 타고 편안하게 귀가하였을 텐데, 한국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주려고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짜릿한 마음의 전율을 느꼈다고 펄벅은 토로하였다.

 

또 펄벅은 늦가을 감나무에 달려 있는 감을 보고 ”왜 감을 마저 따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하였더니 ”겨울을 지나는 새들을 위해 남겨놓은 ’까치밥‘"이라는 농부의 설명에 매우 감동하였다고 한다. 펄벅은 ”내가 가 본 어느 유적지나 왕릉보다 이 감동의 현장을 목격한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오기를 잘했다고 자부한다"라고 털어 놓았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한국을 소재로 한 펄벅의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원재 : The Living Reed)>의 첫머리에 나온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의 초판본 표지에는 <아리랑>의 가사가 씌어 있고, 서문에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다”라고 평하는 등, <갈대는 ~~>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었다. 이 소설은 영・미 언론에서 <대지> 이후에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았다.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의 초판본 표지에 <아리랑>의 가사가 씌어 있다고 했는데, 왜 ’아리랑‘의 가사가 책 표지에 소개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다만 펄벅이 한국에서 느낀 정서적 감정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이미 파악함으로써 작가적 상상력이 발휘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펄벅의 소설 <갈대는 ~~>의 표지에 ’아리랑‘의 가사가 씌어졌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앞에서, 펄벅이 거문고 소리를 들으면서 그 소리가 악기 소리가 아닌 사람이 울음을 참으며 흐느끼는 소리 처럼 들었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문화와 정서에 대해 깊이 동감하여 함께 하려는 공명(共鳴)의 생각을 갖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펄벅은 공명의 정서가 발현되고 그 의미가 함축된 노래가 ’아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갈대는 ~~>의 표지에 ’아리랑‘의 가사를 소개한 것으로 본다.

 

아리랑은 우리 국악의 일부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전통민요이다. 구전에 의해 전승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 집단의 민속성과 아울러 시대성과 사회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리랑은 근세 민족사를 반영하고 각 계층별로 그들 생활의 애환들을 담고 있다. 직업공동체나 사회공동체의 문화적 독자성이 강하게 아리랑에 담겨져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성이 담겨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역의 음악적 독창성이 반영되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지역의 ’아리랑‘이라고 할 것이다.

 

아리랑을 서울 작곡가에게 의뢰하여 ’지역 아리랑‘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이것은 난센스이다. 예를 들어 ’정선아리랑‘만 하더라도 강원도 영서지방의 모내기소리로 불려지는 ’긴아라리‘가 진화하여 현재에 이른 것이다. 만약 아리랑을 만든다면, 적어도 그 지역의 모내기소리나 노동요 등 토속민요에 정체성이 반영된 ’아리랑‘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정선아리랑이 유명하다고 정선아리랑을 흉내 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펄벅의 시대를 넘어 글로벌 K-컬처 시대로서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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