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대생활 14
29. 한밤중에 플래쉬 라이트로 물고기 잡은 이야기
그때 진료부장이었던 내과 군의관 모모소령은 조금은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특이한 분이셨다. 예를 들면, 처방 조제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나절에 진료부장님이 급한 일로 약제과장인 나를 부르신다고 전갈이 와서 나는 무슨 급한 일인가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갔다. 그런데 진료부장의 방문을 노크 한 후 열고 들어가니, 그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간호장교 한 사람을 불러다 곁에 앉게 하고 그녀에게 그의 책상을 두 손으로 두들기며 박자를 맞히게 하면서 " 사아고옹에에 뱃노오래.." 하고 뽕짝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부장님, 부르셨습니까" 했더니 대뜸 " 어, 약중위 이리 와봐, 이게 도롯또 4분의 3박자 인가, 아니면 4박자 인가?”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의 등쌀에 바쁜 업무시간에 그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그의 곁에서 함께 앉아 젓가락 장단을 맞추어야 했다. 이런 그도 비오큐에서 우리와 함께 기거했는데 그는 술을 좋아하여 비오큐에서도 술을 많이 마셨고 어떤 때에는 업무시간에도 살짝 취해있는 것 같았다.
어느 여름날 밤, 한 밤중에 술이 약간 취한 진료부장님이 비상을 걸어 비오큐의 위관장교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그가 술을 마시다보니 술안주감이 모자라 매운탕을 끓일 물고기가 필요하다며 한밤중에 문을 두둘겨 만만한 우리를 깨워 집합시킨 것이었다. 물론 대위인 군의관들은 그의 명령을 무시했지만 소위 중위들은 꼼짝없이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자다말고 비상소리에 놀라 어디 공비라도 내려왔나 하며 새벽 한시가 넘은 한밤중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츄리닝에 슬리퍼 바람으로 집합하였다. 그때 나의 룸메이트였던 안대위님은, 계셨으면 나를 집합에 나가지 말라고 막아주셨을 터인데 서울에 가시고 안계셨던 것 같다.
위관들이 모두 모여봤댔자 나와 기행사관 출신의 김중위와 갓 전입 온 소위 한 명 등 서너명이었는데 진료부장은 갑자기 우리들에게 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하면서 자신이 플래쉬 라이트로 앞을 비추며 병원 뒤의 하천이라고하기에는 크고 강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은, 그렇게 깊지는 않은 작은 강으로 우리들을 떠밀다시피 하며 데리고 갔다. 그러더니 그곳에 다다르자 김 중위와 또 다른 장교 한 사람에게 플래쉬 라이트를 하나씩 주고는 다짜고짜로 강 한 가운데로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해 어쩔줄 모르고 서있던 그들에게 하는 말이, 강 속에 들어가 플래쉬 라이트를 켜고 물속 한 곳을 비추며 한참 서 있으면 물고기들이 불빛을 보고 와하고 모여 들텐데 그러면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오다 다시 천천히 강 속으로 걸어가면서 왔다 갔다하기를 몇번 반복하라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리에게, 그는 물고기들이 불빛을 따라 이동하도록 몇번 물속을 왔다 갔다하면서 불빛을 비추어 유인하다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확, 물 밖으로 잽싸게 뛰쳐 나오면 물고기들도 불빛 따라 모래사장으로 확, 튀어나올 것이니 나보고는 그 물고기들을 가지고 간 냄비에 주워담으라는 것이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어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다른 장교들과 달리 나는황당하여 기도 안찼지만 평상의 그의 기이한 행동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말단 소위 중위 두명은 울쌍이 되어 진료부장 소령이 시키는대로 할 수 없이 캄캄한 한 밤중에 허벅지까지 차는 깊고 차디찬 강물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데.. 과연 우리는 물고기를 몇마리나 잡았을까? 그날 밤 우리가 매운탕을 잘 끓여 먹었을까에 대한 것은 동기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 옛날, 강원도 산골짜기 계곡에서 한 여름밤의 꿈, 믿거나 말거나, 전설따라 삼천리 와도 같은 이와 같은 해프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