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5탄 - 해외에서의 신앙생활

동기회고록

홈 > 참여마당 > 동기회고록
동기회고록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5탄 - 해외에서의 신앙생활

0 2193

나는 내가 보기에도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빵점짜리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다. 비즈니스를 하며 늘 바쁜 나날이었고, 신실한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언제나 핑계를 대면서 살아왔다. 더욱이 모든 사물을 세상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생활하였기에 탕자의 생활이나 진배없었다. 항상 나 자신이 최고인 삶이었다. 사실 나는 불교 가정에서 태어나서 고향마을 감악산 연수사의 연등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어릴 적에 시골 예배당에서 나눠주는 사탕과 과자를 얻어먹으려고 몇번 갔었지만, 나에게는 교회가 그저 놀이터였다. 중학생 때는 단짝인 친구를 따라 성당에서 성경 공부도 하고 미사에도 참석하였다. 하지만 거창의 집 옆에 있던 전도관에서 새벽기도시간에 큰 소리로 울면서 기도하셨던 친구의 어머니가 마냥 으스스하게만 느껴졌던 학창 시절이었다.


3695730634_KOnRBV4Q_7bc2657ee088fa0a98fb2bbce70ed9c316cbfbb6.jpg2001년 부활절에 세례를 받고 있는 필자

싱가포르 주재 시에 다니던 성당도 술과 담배가 허용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미사 후에 교우들과 골프를 치는 재미가 너무 좋았다. 제사보다는 제삿밥에 더욱 관심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홍콩에 정착한 후부터는 아내의 종교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고, 평신도 생활을 거쳐서 집사 직분을 받고 35년째 다니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일요일마다 교회 예배당에 입장한 후 하나님의 구원을 믿는 착실한 양으로 변하였다가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모든 성경 말씀을 잊어버리는 치매 현상이 일어나는 불치병 환자였다. 고백하건대 나의 경우는 주일예배 중에 설교 말씀이 영락없이 자장가로 들려 깜빡깜빡 조는 때가 많이 있었다. 그럴수록 이러한 불량 신도를 자랑스러운 신도로 대해 주시며 항상 격려해주시는 목사님이 존경스러워 교회 생활을 그만둘 수 없었다. 물론 우리 가족은 전부 교회를 같이 다녔고, 나는 교회에 갈 때만큼은 항상 가족들의 든든한 운전 담당 집사였다.


3695730634_bYeG8WdM_613ba4dd3b982cd20999acebc75db7ffabffe927.jpg아버지학교를 수료하고 느낀 소감을 발표하는 필자의 모습

신앙심이 가장 희박한 나였지만, 아들딸이 항상 좋은 신앙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가장 강렬하였다. 따라서 하나님이 벌을 주셔야 하는데 교훈을 주신 것임에 틀림없다고 느꼈다. '사스'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던 2003년에는 홍콩 제일교회에 개설된 일주일 과정의 '아버지학교'에 등록하였다. 신실한 아버지와 남편이 되어보려는 각오로 열심히 전과정을 수료하였다. 아빠로서 부족했던 점도 많이 깨닫고, 아내에게 사과 편지도 전달했다. 하지만 아버지학교의 약효는 두달이상 가지 못했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아버지학교'가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


2012년, 딸아이의 혼사 날짜가 결정된 후 결혼식의 주례 선생님을 모시는 것도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다행히도 사돈댁에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딸내미를 위해서 어릴 때부터 딸의 신앙을 이끌어주신 홍콩의 윤형중 담임목사님을 주례로 모시는 것을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윤 목사님의 미국 방문비자가 몇 해 전 거절당했던 기록이 있었기에 그 당시 비자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딸내미의 기도와 설득력 있는 편지를 제출받은 미국영사관에서 비자가 무사히  발급되었다. 홍콩한국선교교회는 원래 중국 실크로드를 생명 길로 바꾸는 사역을 위하여 노래 선교를 바탕으로 복음을 전하는 교회였다. 윤 목사님은 우리 가족을 1994년부터 거의 30년 동안 영적으로 이끌어주신 분이라 보람이의 결혼식 주례 선생님으로 미국 달라스까지 모시고자 했다. 딸아이 결혼식이 있었던 달라스는 미국에 있는 신랑의 부모님이 이민을 가서 처음 정착한 곳이라 신랑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었다. 딸아이의 결혼식과 관련하여 우리 교회의 선교사역에도 매우 유익한 일이 일어났다. 결혼식에 참석한 후 목사님은 달라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신학대학교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사우스웨스턴침례교 신학교를 방문하셨다.


3695730634_VSqziZ4b_7f971340aedf35f8754543112102031ef223cd39.jpg미국식 결혼예식순서에 맞춰 하객들앞에서 딸과 댄스를 하는 필자 

당시 윤 목사님의 생명 길 선교 사역(Life Road Mission)에 대한 원대한 꿈은 홍콩에서 선교지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생명길 신학교 설립에 정점을 두고 있었다. 딸아이의 결혼 장소인 달라스에 이러한 유명 신학교가 위치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기막힌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는지 그 당시에는 알 길이 없었다. 결혼식 참석 후 담임 목사님의 사우스웨스턴침례교 신학교 방문은 성공적이었다. 윤 목사님의 비젼과 생명길 선교회 사역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대학 측에서 대표단을 홍콩에 파견하였다. 그 후 몇 차례의 교류 후에 사우스웨스턴침례교 신학교와 생명길 선교회는 상호 MOU를 체결하게 되었다. 이것은 홍콩 정부의 인가를 받아 2018년에 개교한 '생명길 신학교' 사역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2022년에는 벌써 2회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2012년 결혼식에 참석한 해부터 시작해보면 6년 만에 이루어진 결실이었다. 어쩌면 딸내미의 결혼식이 딸의 이름(보람)같이 우리 교회의 축복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한편, 윤 목사님은 바쁜 목회 활동 중에도 학업을 지속하여 선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생명길 신학교의 초대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다. 


우리 가족 신앙의 보금자리인 홍콩한국선교교회와 세계 최고의 신학교가 협력하여 윤 목사님의 비젼을 통해서 홍콩에서 하나님이 역사하심을 보여주시니 경외스럽기만 할 뿐이다.


0 Comments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9

댓글 0 | 조회 1,424
37. 17기 후배, 교육장교 김재성 나는제대 후 몇 년 만에 내가 근무했던102 야전병원으로예비군 동원훈련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이때에 훈련을 마친 후 하루를 더 머물렀고아직 그곳에서 근무하던 옛 동료들도 만나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8

댓글 0 | 조회 1,312
34. 검사와 병사 군단에도검찰관이 한사람 있었는데K 검사라고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군대이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을 나는 형이라고불렀는데 그 형은 매우 샤프하고 똑똑한 분이었다.그 당시, 소위 말하는 고등고시는…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7

댓글 0 | 조회 1,306
33.낙동강 오리알과 사마리아인 어느토요일 점심시간 퇴근할 무렵,야전 병원 안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창(倉: 군대에서의약품을 보관하고 예하의 하급부대에 의약품을 배급하는 기관, 창고)에 들렀는데 전방 사단 의무대에…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6

댓글 0 | 조회 1,223
32. 내 새 군화를 신고 휴가 간 약제병 어느날약제병 천상병이 휴가를 나갔다.그런데 내가 분창에서 쿠폰을 주고 사다가닦아서 약제과 사무실,내 책상 밑에 잘 모셔 놓았던, 나는 개시도 안한 새 군화가 없어졌다. (이…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5

댓글 0 | 조회 1,443
30. 간호장교와 포경수술 국군간호 사관학교출신의 간호장교들은 대부분 남자 사병들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기가 세고 거친 편이었으나 수술실의 수술 보조 간호사인 (보통 수술하는 집도의 의사 곁에서 의료기기를집어주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4

댓글 0 | 조회 1,268
29. 한밤중에 플래쉬 라이트로 물고기 잡은 이야기 그때진료부장이었던 내과 군의관 모모소령은 조금은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특이한 분이셨다. 예를 들면, 처방 조제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나절에 진료부장님이 급한 일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3

댓글 0 | 조회 1,219
27. 전임 약제과장에 관한 소문 내가부임했을 당시 나보다 한참 전에 봉직했던 전임 약제과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문으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었다. 그분은 모 대학 약대룰 졸업하신 ROTC 출신이었다는데 무슨 이유에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2

댓글 0 | 조회 1,313
26. 3군단, 102야전병원으로 전출 1978년 해가 바뀌고 중위로 진급하면서 3군단 본부로 발령이 났다. 나는 이 때에도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것이 섭섭하여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다음 날 하루 늦게 출발하여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1

댓글 0 | 조회 1,271
25. ROTC 단복과 휴가 내가연대에서 사단으로 복귀명령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6개월 이상이 지나갔다. 연대에서 보직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의무중대장 군의관 육순황 대위님이야물론, 내가 의무중대에 있거나말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0

댓글 0 | 조회 1,135
24.연대 지휘 능력 측정 훈련 RCT (RegimentCombat Training) 과 삼국지 대대측정도끝나고 11월 말 12월초가 되자 전방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훈련겸 측정…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9

댓글 0 | 조회 1,131
22. 군대에서 쥐약 먹은 이야기 50연대 의무중대에서 근무하던 어느날, 사병들이 덥다고 오렌지 주스를 타 먹고있었다. 그러면서 같이 근무하던, 식품 영양학 전공의 초급대학을 졸업하고가업인 소규모의 식품공장을 이어받…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8

댓글 0 | 조회 1,172
19. 포사격 측정에 관한 전설 지난번포사령부 군의관 윤중위님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포병대대에 12기 인가 전설적인 ROTC 선배가한사람 있었다는데 사단에서 포대 대항 포사격 측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보통 산너머…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7

댓글 0 | 조회 1,076
16. 코가 삐뚤어진 병사 벙커공사가한창이던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점심 때, 갑자기 대대장님의 호출이 있어서 달려가보니 한 병사가 쓰러져 있는데 코가 삐뚤어져 있는 것이었다.질통을 지고 오르던 그 병사는 너무졸립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6

댓글 0 | 조회 1,240
13. 한 밤중에 완전군장으로 산꼭대기까지 달려가다. 내가 의무지대장으로 취임한지 두 주일도 안되어 대대 전체가 훈련 및 벙커 진지공사를 나가게 되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의무대 선임하사에게 모든 일을 의지하여…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5

댓글 0 | 조회 1,165
11. 무서운 대대장님과 꼴통 군의관 고백하건대,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걱정했던대로 정말 군기가 빠진, 장교 자격이 의심되는 어리숙한 군인이었던 것 같다. 대대에 도착하여 얼마 안된 며칠 후, 비오큐에서 내려오다…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4

댓글 0 | 조회 1,444
8. 15 사단 50연대 3대대 의무지대장 (군의관) 으로 전출 사단 의무근무대는 별로 할 일도 없어 돌아가며 당직 서는 것 외에는 부대 밖에 나가서 삼시세끼 뜨거운 밥 먹을 먹거나 드물게 수의장교가 얻어오는 고기를…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3

댓글 0 | 조회 1,238
5. 15 사단 의무근무대 1977년 6월, 대구의 군의학교에서 4개월 간의 의정병과 전문교육을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되었다. 하루 전날밤, 각각 어느 부대로 배치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전방에 배치된다는 소식을 들은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2

댓글 0 | 조회 1,178
4. 군대에서 홀딱 벗고 뛴 이야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이건 실제로 군의학교 시절에 일어났던, 내가 죽을 때까지 모자 속에 감추어 두었어야할 나의 흑역사의 한 부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 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댓글 0 | 조회 1,358
나의 군대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한 방의 동기들 1977년 3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대구 군의학교에서 16 주간 병과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우리는 소위 계급장은 달았지만 아직 병과 교… 더보기
Hot

인기 그때 그 시절 5

댓글 0 | 조회 1,189
14. 장기자랑에 능한 관동대학 동기들 훈련의 마지막 주가 되자 쉬는 시간에는 오락도 허락하고 장기 자랑을 하는 시간들이 주어졌는데 숫자가 가장 많은 서울대학교 동기들은 모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었…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