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5탄- BORAM 공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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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5탄- BORAM 공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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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江門市 新會 古井에 위치한 '보람 공장' 전경 사진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오퍼상을 거치며 본인 소유의 공장을 지어 중간상 역할을 벗어나겠다는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오퍼상과 임가공 공장을 하면서 조금씩 저축해놓은 자금을 투입하여 100% 독자 기업으로 공장을 짓게 되었다. 소유권이 없는 임가공 공장에서부터 출발하여 몇 번의 소규모 공장을 거쳐 10년 후에는 마침내 모든 경험을 살려서 원스톱 일괄 생산체제의 100% 본인 소유의 공장을 건설하였다. 공장의 이름도 아비의 사랑을 자식들에게 남기는 방법으로 아들과 딸의 이름을 한자씩 따서 지으려고 했으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딸의 이름만을 딴 '보람 공장(BoramFactory)'으로 명명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학 전공자로 엔지니어링에 문외한이었지만 냄비 3중 바닥 접착 브레이징 기계 판매를 위해서 중국공장들을 열심히 방문하면서 경험한 제조공정과 말레이시아 플랜트 수출을 진행하며 몸으로 현장에서 습득한 경험이 보람 공장건설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본인이 직접 공장설계 후 모든 기계의 선정, 운전,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경험에서 출발했다. 물론 통역 없이 현지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점과 당시에 중국 지방정부의 외국 투자자에 대한 우대정책 등도 한몫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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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보람양의 이름을 딴 공장 이름

공장설계단계부터 100,000스퀘어미터 공장 일부분의 생활지역 안에 양어장과 축사를 건설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꿈꿔왔던 목표 중의 하나였다. 삭막한 공장 지역에서 부족할 수 있는 취미생활과 직원들의 복지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약 1,700여 명의 공장직원이 근무하는 사내 식당에서는 매일 주요 육류인 돼지고기, 닭고기와 생선류의 공급이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구매하는 육류는 신선육류가 아닌 냉동육이었으며 생선은 공장 공인들이 먹을 수 없는 비싼 가격이었다. 양어장을 만들어 물고기를 길러서 공원들의 식단을 풍족하게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가로 50미터, 세로 80미터, 깊이 2미터의 양어장을 건설하였다. 중장비를 동원하여 모래를 파내서 외부로 반출한 후 연못 바닥을 자갈, 진흙 등으로 다져서 누수가 되지 않도록 하였고, 수돗물이 비싼 점을 고려하여 지하수를 개발하여 연못에 들여보내고, 양어장에서 발생한 고기들의 배설물을 외부로 추출하여 순환시키고 항상 고기들이 맑은 물에서 살 수 있도록 하였다. 양어장에 기르는 고기는 날씨와 수온 등 현지 양어장에 적당한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주말이나 야간에 여유가 있을 때 관련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하고 주위에 있는 양어장 관리인을 찾아다니며 양어법을 배워가며 양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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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 공장에서 직원들과 회의 중인 필자

또한 양어장 주위에 축사를 건설하여 닭, 오리, 거위, 칠면조 등 가금류와 돼지, 소 등의 가축류를 기르기 시작하였고, 상추, 배추, 양파, 호박 등을 파종하여 농사도  지었다. 공장 안에 작은 농장이 만들어져서 삭막한 공장에서 나름대로 너무나 기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가축을 기르거나, 양어, 농사 등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였다. 어떤 겨울 날씨에는 너무 추운 날이 계속되어 애써서 기른 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파종한 배추나 상추가 벌레로 인하여 수확이 불가능하기도 하였다.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돼지 축사가 있으니 주위 농장에 있는 파리 떼들이 돼지 배설물의 지독한 냄새를 감지하여 우리 공장으로 모여들어서 정차시킨 차량들이 파리떼로 뒤덮였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위생상의 문제로 돼지 축사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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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완제품이 되어져 나오는 과정

또한 그 당시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라 가금류의 농장을 폐쇄하지 않으면 주요 바이어인 백화점들로부터 제품 오더를 받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대형 백화점이나 유명브랜드의 경우 그들의 생산공장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공장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했으며, 공장환경 검사 시 조류독감과 관련 있는 조류를 공장에서 기르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이런 연유로 철저한 소독작업 후 재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급자족으로 '보람 공장'과 외부의 단절로 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타 공장에 비하여 적고 공장의 위생 상태가 더욱 좋다는 판정을 받았다. 비둘기도 어릴 때 길러보아서 예쁜 비둘기집을 만들어줘 자연 방사된 비둘기들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을 데려오는 바람에 많을 때는 약 100마리로 개체가 불어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자랑삼아 공장에서 기르는 비둘기 사진을 당시에 미국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었던 딸(보람)에게 보낸 후, 질겁을 한 딸아이의 충고로 모든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비둘기 기르는 일을 포기하였다. 비둘기가 병원균을 외부에서 공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가장 많다는 이유였다. 이제는 공장 안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류와 양어장에서 기른 물고기와 직접 기른 가금류를 직원들의 식용으로 사용함으로써 '보람 공장'에서는 주방용품만 생산하지 않고 식생활 재료도 생산하여 자급자족하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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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는 양어장 앞에서~ 오른쪽 첫 번째 필자의 어머니
한편 공장을 방문한 바이어들도 비싼 호텔에 가지 않고 공장 내 연못가에 지어놓은 숙소에서 같이 며칠씩 지내다가 돌아가는 것을 원하기도 하였다. 공장에서 며칠씩 같이 생활하고 돌아간 바이어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보너스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러한 좋은 점들 때문에 주위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타 회사 직원들이 '보람 공장'에서 근무하고 싶어했다. 아주 어릴 때 친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손에서 자란 본인의 자형은 가끔 한국에서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보람 공장'을 방문하여 며칠 동안 같이 텃밭을 가꾸며 모자간 재회의 시간을 갖게 해주셨다. 나는 결국 젊은 시절에 꿈꾸었던 농장과 공장설립의 두 가지 꿈을 '보람 공장'을 통하여 동시에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열악해지는 제조업 환경에서 탈출하여 한 단계 더 높은 인생의 목표를 꿈꾸었던 나는 2012년에 보람 공장을 매각하고, 1년 뒤 발자노(Balzano) 브랜드를 인수하여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하는 큰 결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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