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4] 1탄- 광견병(狂犬病) 소동

동기회고록

홈 > 참여마당 > 동기회고록 > 김운영
동기회고록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4] 1탄- 광견병(狂犬病) 소동

0 2378

칼럼 소개: 김운영 회장의 생활 칼럼 시즌 4가 시작됩니다. 이번 시즌에는 김운영 회장의 개인적인 삶에 포커스를 맞춰 그의 삶 주변인들과의 관계와 생활 속 에피소드에서 깨우친 교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시즌 4는 <광견병 소동>, <도박과 비즈니스>, <딸의 직업 선택>, <결혼 프로포즈>, <교통 사고와 안전 운행>, <해외에서의 신앙생활>, <비즈니스맨의 건강관리>, <효도 여행>, <아름다운 석양>입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인>

 


 

나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시골집에서 기르는 개는 암수 한 쌍이었으며 강아지도 2마리씩 딸려있었다. 60년대 당시의 시골에서 키우는 개들은 토종이라 덩치도 상당히 컸으며 어미 개가 작은 송아지만 한 큰 개였다. 오늘날같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종류의 애완견과는 아주 다른 종류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개들과 같이 뛰어놀았으며 강아지들이 잘 따라다녀서 우리는 다정한 친구였다. 특히 장난감이 없었던 시절이라 강아지가 우리 어린이들에겐 항상 놀이 친구였다.

 

그 당시에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놓으면 많은 쥐들이 곡식을 망가뜨리고 먹어버리는 일들이 번번이 발생했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는 곡식이 있는 창고나 쥐가 다니는 곳곳에 쥐약을 밥에다 섞어놓아 쥐를 잡는 경우가 일상의 일이었다. 시골 학교에서도 '쥐잡기 운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쥐를 잡아서 쥐꼬리를 잘라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학생들에게도 강요하던 시절이었다. 종종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들이 쥐약을 섞은 밥을 실수로 잘못 먹고 죽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ad6ced8fc8bcde4c53e9426d2c059bc8_1659252746_8582.gif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들도 쥐약을 실수로 잘못 먹고 고통 속에 달려 나가 들판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누이와 함께 엉엉 울면서 마치 가족이 죽은 것같이 슬퍼했다. 그리고 양지바른 언덕에 사랑하는 강아지들을 장사지내듯이 고이 묻어주었던 어릴 적 기억이 성인이 되어서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당시에 강아지들이 죽고 없으니 어미 개에 집착한 나머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들이 밥을 먹을 때에도 항상 옆에서 먹이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밥 먹는 어미 개의 먹이통을 무심코 손으로 만지다 손가락을 물리고 말았다. 아무리 유순한 동물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먹이를 먹는 동안 방해한다든지 먹이 밥을 손으로 만지는 경우에는 가차 없이 공격을 해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광견병 백신을 개에게 접종하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개에 물린 후에 광견병의 무서운 피해를 면하기 위한 민간요법으로 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씻은 후 개털을 불에 태워서 상처 부위에 어른들이 발라주었다. 그리하여 운 좋게 간신히 광견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튼 어미 개에 물린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흉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아픈 사연이었다.

 

내가 중국에 공장을 짓고 나서는 어릴 적에 좋아하던 개들을 공장에서 마음껏 기르기 시작하여 약 10마리 정도가 되었다. 이때가 마침 중국에서 광견병이 매우 유행하였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광견병 예방 주사약이 당시에 비쌌지만, 어릴 때의 아픈 기억에 어미 개는 물론 강아지들까지 접종 관리를 하였다.

 

"미친개에 물리면 약도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가끔 떠올리며 나름대로 철저히 관리하였다. 그런데 많은 개를 공장 안에 있는 숙소에서 길렀고 먹을 사료도 충분히 주었기에 주위에서 떠돌아다니던 강아지들이 종종 공장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였다.

 

나의 외국 출장 기간 중에 우리 공장 안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가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던 사실을 미처 챙기지 못하였던 어느 한 해의 구정(春節)이었다. 아들 다니엘(광범)이 구정 때 공장을 지키고 있는 아빠를 찾아온다고 연락이 왔다. 공장에서 근무 중인 아빠를 엄마와 같이 방문하여 공장 내의 숙소에서 모처럼 세 명의 가족이 구정 휴가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공장 내에서 평소에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던 아들이 강아지들과 재미있게 놀며 장난을 치던 중, 부주의로 강아지 한 마리가 아들의 손을 물어 상처가 났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들의 상처를 소독해주고 간단히 상처 부위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저녁 시간에 미국에 있는 딸 보람이와 전화 통화 중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의대생이었던 딸에게 들었다. 남동생이 개에 물렸다는 사실에 대하여 상당히 우려하며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 의사와 상담하고 광견병에 대한 즉각적인 체크와 조치를 하라는 얘기였다.

 

중국 의사를 만나서 진료 중 여러 가지 새롭게 알게 된 광견병의 치사율로 더욱 공포에 떨게 되었다. 중국의 광견병의 치명적인 살상력의 무서운 소식이었다. 이 중국 의사는 아직 광견병에 대하여 아무런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매년 중국에는 결핵 등과 같이 광견병으로 죽는 환자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고 하였다. 그 당시 들판에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의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려면 한 마리당 2번의 예방접종 비용이 공원의 한 달 월급 수준이었으니 대부분 접종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아들을 물었던 강아지가 만에 하나라도 광견병 균이 있었다면 아들의 생존이 문제가 된다니 눈앞이 캄캄하여 가족들 모두가 멘붕 상태가 되었다. 혼비백산한 우리 가족은 그 날밤 공장 근처의 작은 병원을 떠나서, 야간에 몇 시간을 이동하여 대도시의 큰 병원을 찾아갔다.

 

큰 병원에 도착하여 다시 한번 크게 놀란 사실은 소도시와 똑같이 여기에서도 우리 아들과 같이 개에 물려서 광견병을 의심하여 긴급하게 치료를 위하여 찾아온 많은 사람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또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접근하여 많은 돈을 요구하며 신비의 신약이라고 약을 파는 사기꾼이 있는 아수라장 같은 상황도 벌어지고 있었다. 생명이 위급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세상 말세의 광경이 여기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딸과 미국 전문의 그리고 중국의 담당 의사들과의 통화와 협조로 광견병에 전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판명되어서 한바탕의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애완견만 보면 그때의 험악했던 상황이 되살아나곤 한다. 물론 지금도 나는 애완견을 기르지 못하는 이유가 아들의 광견병 관련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몇 년 전에는 중국에서 광견병 가짜 백신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기도 하였다. 

광견병 공포증에서 벗어난 지금도 길을 가다 큰 개를 만나면 물릴까 봐 두렵다.


0 Comments
Hot

인기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9탄 - 아름다운 석양

댓글 0 | 조회 3,082
머나먼 세월 같았던 인생길이 화살같이 지나가 버렸다.하지만 나는 인생은60부터라는 말을 믿고 싶다.앞으로 남은 인생 여정을 어떻게 값지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지를 생각해봐야 할 나이가 되었다.그동안 끊임없는 도전정신…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8탄 -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효도여행

댓글 0 | 조회 2,021
해외에서 생활하게 된 지상사 요원이나 나와 같은 교포의 경우에 부모님을 해외에서 모시고 살 수 있는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설혹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재정적인 형편이 가능하더라도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해외…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7탄 - 비즈니스맨의 건강관리

댓글 0 | 조회 2,229
지나온 나의 건강 상태를 장난스럽게 표현하면 '종합병원'이었다. 첩첩 산골에 보건소 외에는 의료시설이 아예 없었던 어린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앓아누웠을 때 할아버지가 장롱 깊숙이 숨겨놓으셨던 대마로 만든 …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6탄 - "오늘도 무사히~!" (해외에서의 안전 운전)

댓글 0 | 조회 1,732
외국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교민이나 일정 기간 모국에서 주재국에 파견되어 활동하는 주재 상사 직원의 경우, 지하철과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 살게 되면 차량 운전이 생활의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일과일…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5탄 - 해외에서의 신앙생활

댓글 0 | 조회 2,193
나는 내가 보기에도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빵점짜리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다. 비즈니스를 하며 늘 바쁜 나날이었고, 신실한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언제나 핑계를 대면서 살아왔다. 더욱이 모든 …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4탄 - 신사복 차림에 상투 튼 아빠

댓글 0 | 조회 1,745
나는 시골촌놈으로 보수적인 환경에서 태어나서 연애 결혼 따위는 당시에 나의 결혼관과는 전혀 다른 우주 밖 멀리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당연히 중매 결혼이 항상 나의 결혼에 대한 주된 생각이었으며, 혹시나 주위의 사람…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4] 3탄 딸의 직업 선택

댓글 0 | 조회 2,047
나의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아서 시골 동네에 있는 보건소의 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의사 선생님을 보러 가면 너무 무서워서…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4] 2탄 도박과 비지니스

댓글 0 | 조회 1,980
내가 1985년부터 살고 있는 홍콩은 청나라시대 중국의 영토로서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식민지 찬탈에 눈이 어두운 세계 열강들에 의해 침략당한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그런 슬픈 역사는 1839년에 일어난 1차 아편전… 더보기
Now

현재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4] 1탄- 광견병(狂犬病) 소동

댓글 0 | 조회 2,379
칼럼 소개:김운영 회장의 생활 칼럼 시즌4가 시작됩니다.이번 시즌에는 김운영 회장의 개인적인 삶에 포커스를 맞춰 그의 삶 주변인들과의 관계와 생활 속 에피소드에서 깨우친 교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합니다.시즌4는…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10탄- 정관장 중동시장 마케팅 실패기

댓글 0 | 조회 2,069
해외의 홈쇼핑채널에서 발자노(Balzano) 브랜드로 비교적 성공적인 판매를 이루고 있을 때였다. 특히 중동시장에서 주방 소형가전제품의 판매로 'Balzano'가 명성을 얻고 있을 무렵에 Balzano Japan 법…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9탄- 홈쇼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87
상품 판매를 텔레비전 방송매체의 방식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생방송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판매하는 방식은 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유행하고 있었다.1980년대에 설립된 미국의HSN(Home Shop…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8탄- 발자노 브랜드 이야기

댓글 0 | 조회 2,130
창업을 하고 비즈니스를 한 사람들의 인생역정은 끊임없는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나는 공산품은 한번 거래를 시작하여 공장과 바이어와의 관계만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면Trading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다고 처음에 생각…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7탄- 아들(다니엘)의 중국공장 생활

댓글 0 | 조회 2,853
비즈니스맨으로 창업을 한 경우에 가업으로 본인이 일구어놓은 사업체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대부분의 창업을 해본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생각일 것이다.나도 예외는 아니었다.딸아이가 전문직인 의사로 직업…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6탄- 북한과의 무역 거래

댓글 0 | 조회 2,679
1985년 이후 홍콩에 정착해 살면서 북한과의 무역을 한다는 중국인 혹은 한인들과 많이 접촉하여 보았으나 비즈니스의 성질상 구체적인 거래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고 항상 위험성이…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5탄- BORAM 공장 이야기

댓글 0 | 조회 2,111
중국 江門市 新會 古井에 위치한 '보람 공장' 전경 사진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오퍼상을 거치며 본인 소유의 공장을 지어 중간상 역할을 벗어나겠다는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오퍼상과 임가공 공장을 하면서 조금씩 저축해…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4탄- 말레이시아 플랜트 수출 이야기-"동방을 알고 한국을 배우라"

댓글 0 | 조회 3,315
1990년대 초 당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수상은 낙후된 가전제품 제조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하여 말레이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진 기술 보유국인 한국에서 기술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로"동방을 알고 한국…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3탄- 뉴월드 그룹과의 인연

댓글 0 | 조회 2,051
홍콩의4대 재벌그룹 중의 하나인 뉴월드 그룹과 나의 인연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이루어졌다.홍콩에서 창업한 후 건축용 삼양밸브와 선박용 벤드 아이템을 취급하는1인 오퍼상으로 서울과 부산의 제조업체를 방문하며 분주히…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2탄- 홍콩 창업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92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2탄- 홍콩 창업 이야기처음 홍콩에 주재하면서 홍콩 로컬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홍콩 정부건설 관련기관을 부지런히 방문하고 다녔다.당시에 홍콩에 진출하여 활발하게 건설…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1탄- 홍콩 정착기

댓글 0 | 조회 1,900
칼럼 소개:김운영 회장의 칼럼 시즌 3을 시작합니다. 이번 시즌 3에서는 김운영 회장과 그의 가족이 홍콩에 정착한 이후의 생활과 비즈니스 활동들을 중심으로 기획했습니다. 칼럼은 [1탄 홍콩 정착기]와 [2탄 홍콩 창… 더보기
Hot

인기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2] 7탄- 싱가포르(가족과의 재회)

댓글 0 | 조회 2,015
[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2] 7탄- 싱가포르(가족과의 재회)인도네시아에서 '유림사리' 법인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던 1984년 말이었다. 이리안자야 현장에서 생산되는 원목을 수출하기 위하여 원목 수입상이 많이 …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