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10탄- 정관장 중동시장 마케팅 실패기
해외의 홈쇼핑채널에서 발자노(Balzano) 브랜드로 비교적 성공적인 판매를 이루고 있을 때였다. 특히 중동시장에서 주방 소형가전제품의 판매로 'Balzano'가 명성을 얻고 있을 무렵에 Balzano Japan 법인대표가 정관장 제품의 중동지역 대리점으로 투자할 용의가 있는지를 내게 물어왔다. 그 당시 정관장 홍삼 제품판매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로서 엄청난 파워로 성장하고 있었고 홍콩,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 명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해외대리점들도 막강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모든 수입상들이 에이전트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정관장 담당 직원들과의 미팅 시에 알게 된 사실은 중동 GCC 지역 에이전트와의 법정 다툼으로 수출이 몇 년 동안 중단되었고, 3개월 후 대법원판결이 나오면 새로운 에이전트계약으로 향후에 대박 시장이 될 것이라는 장미빛 소식이었다. 이와 더불어, 1년 전에 일본 발자노에서 정관장과의 에이전트 계약 후 급격한 판매성장을 기록한 직후였고, 지난 몇 년간의 총수입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의 정관장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동에서의 판매 성공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발자노도 중동지역에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투자를 감행하여 급성장하였기에 더욱 정관장 아이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해외 홈쇼핑 전문 판매회사라고 한국 언론에 보도된 우리 회사의 정보를 정관장 본사에서 체크한 후 정관장의 중동판매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직접 해왔다. 그리하여 우리 회사도 드디어 정관장의 중동 에이전트가 되었다. 성급하게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미화 약 15만불의 대금을 선불하고 수입하여 방송(Citruss Home Shopping)을 추진한 결과는 참패였다. 홈쇼핑 용어로 '쪽박'이었다.
상품의 유효기간이 있는 제품을 처음 수입판매하는 경우에는 단기간에 제품을 완판하기 위하여 적은 양의 제품을 수입하여야 했다. 점차적으로 수입 물량을 늘려가는 판매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대기업인 정관장의 입장은 한꺼번에 많은 수량을 요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런 단계적인 판매를 취할 수 없었다. 특히 식품의 경우 소비자의 입맛을 감안하여 장기적인 판매가 필요한 제품이라 애당초 단기간에 성공이 불가한 제품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였다. 또한 홍삼 제품 중 일부의 의견으로 선택한 분말 제품보다는 캡슐 타입이 중동에 더욱 적합하였다는 게 나중에 판명되었다. 이러한 사전 조사가 철저히 되지 않은 제품을 브랜드 명성만 믿고 무조건 수출하겠다고 뛰어든 나의 무모함이 부른 사업 실패였다.
또 한 가지 실패 원인은 오프라인에 먼저 제품 판매를 시작하고 온라인에 판매를 시도해야만 정상적으로 상호 보완과정을 거쳐서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판매 의료품 수입허가를 받지 않고 무작정 정관장 본사의 말만 믿고 성급히 수입을 추진하여 홈쇼핑으로만 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기에 실패를 경험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일부 중동국가에서는 홍삼이 의약품으로 분류되어있어 수입허가를 받는데만 몇 년씩 걸리는 사실을 모른 채 일을 진행한 것도 실패 원인 중의 하나였다. 이를 위해 홈쇼핑 판매 기간 중에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1년이 넘도록 홍삼 제품의 수입허가 사항이 이전의 정관장 중동 에이전트와의 분쟁으로 전부 승인이 거부되었다. 할 수 없이 홈쇼핑에만 의존하여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십회의 홈쇼핑 생방송으로 정관장 홍삼분말 제품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정력 증강 작용과 사막 지역인 나라에서 섭취 시 발열 현상 등 부작용이 많다는 인삼 제품에 대한 편견으로 홈쇼핑 마케팅도 참패하였다. 오프라인을 비롯한 여러개의 다양한 판매채널이 성공의 비결이었지만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 김운영 회장의 정관장 중동 진출 시 온라인 판매 영상
한편, 중동의 홈쇼핑 주요 바이어 중 하나인 가정주부들이 구매를 기피하였다는 것도 실패의 부수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남편 한 사람에 최대 4명의 부인들이 대부분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생활하는 특수한 가정 환경하에서 이 중 한 명의 부인이 정력과 관련된 '건강보조식품'을 타 부인들 몰래 구입하여 남편에게 복용케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미묘한 가정 상황이 주부들 사이에서 홍삼 제품 구입을 공개적으로 회피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현지의 마케팅담당자들은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밤중에 남편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변경하여 방송을 해보기도 하였으나 이런 방법도 역시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인삼 제품이 상당히 인기가 있는 일부일처제인 국가에서는 정관장을 가정주부가 구입하여 남편에게 권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으니, 이처럼 판매 부진의 원인을 일부다처제에서 찾는 웃지 못할 비화까지 생겨났던 것이다.
중동지역 전 국가를 상대로 한 홈쇼핑 광고 방송은 비록 판매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로 인한 우리나라 홍삼에 대한 엄청난 홍보 효과는 돈으로는 추정할 수 없는 애국적인 홍보활동이었다고 확신한다. 2019년 사우디 출장 중, 중동지역 유일의 Citruss홈쇼핑에서의 정관장 판매방송을 한국에서 방문한 VIP들과 차량으로 이동하며 보았다는 사실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주재하였던 조병욱 대사와의 미팅에서 알게 되었다. 조 대사는 한국의 K-POP 대표주자인 빅뱅의 공연에 수많은 사우디인들이 열광하였던 상황과 비교하며, 정관장도 미래에 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정관장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 홍삼 수출상품들이 아직도 중동지역 모든 국가의 수입허가를 받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과적으로는 발자노의 정관장 중동수출은 실패하였지만, 나는 한국의 제품 중 대표브랜드인 정관장 제품을 국가브랜드로 중동지역에 홍보했다는 크나큰 자부심은 있다. 그리고 후배 사업가들이 향후에는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서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기업도 중소기업을 잘 리드하여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