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대생활 5

동기회고록

홈 > 참여마당 > 동기회고록 > 김영제
동기회고록

나의 군대생활 5

0 1163

11. 무서운 대대장님과 꼴통 군의관

 

고백하건대,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걱정했던대로 정말 군기가 빠진, 장교 자격이 의심되는 어리숙한 군인이었던 것 같다. 대대에 도착하여 얼마 안된 며칠 후, 비오큐에서 내려오다 출근하시는 대대장님을 만나뵈었는데 나는 그만, 나도 모르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반갑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말았다. 나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대대장님께서는 어이가 없으셨던지 허허 하고 웃으시더니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그냥 지나치셨다. 논어에 보면 공자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길을 가다가 길 옆에서 방뇨를 하는 사람을 보고는 예의 염치를 모른다고 마구 야단을 치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다가 한참을 더 길을 가다가 이번에는 길 한복판에서 응가를 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야단을 안 치시고 슬쩍 고개를 돌려 모른척 하고 지나가셨다. 제자들 중에 공자께서 총애하시던 안회가 이상해서 스승님께 그 이유를 물으니 공자 왈, 세상에는 가르치면 나아질 사람이 있고 가르쳐도 안되는 사람이 있으니 가르쳐서 고쳐질 수 없는 사람들은 그냥 모르는 체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셨다는데, 그러면 내가 그 꼴?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대대장님은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보통 육사출신만 한다는 최전방 대대장 직책을 맡아 매우 열심히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 중이신 정말 깐깐하고 철처한 직업군인이셨고 잘못하는 사람들은 참모고 중대장들이고 간에 마구 욕을 하면서 무차별로 소위, 워커로 쪼인트를 까서, 두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게 만드는 무서운? 분이셨다. 실제로 인사참모 김대위가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걸을 수가 없어 양쪽에서 두 사병의 부액을 받으며 거의 기어오다싶이 의무대로 들어와서 치료를 받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니 그 참모들은 대대장을 무서워하여 회의 중에도 눈치만 살폈고 솔직한 의견의 개진은 고사하고 불만이 있어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고 매우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러니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부대가 자발적으로 원활하게 잘 돌아갔을는지 모르겠다. 대대장은 lone wolf 처럼, 의지하거나 상의할 참모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어 보여 안타까왔다. 하긴 지휘관은 모든 최종 결정을 자신이 혼자하며 그 책임도 혼자 지는 것이니, 고독할 밖에... 그러나 유능한 지휘관이라면 사소한 모든 일까지 사사건건 참견하고 지시하기보다 큰 줄기만을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부하들을 전적으로 믿고 맡기고 나중에 진행 과정을 체크하여야 하는 것 아닌지?


나는 이 때에도 아무리 군대이지만 명령과 점검 위주로 강압적으로 부대를 지휘하면 부대 운영의 능률이 떨어지고 화가 난다고 부하들에게 지나친 폭력을 행사하면 오히려 사람들의 반발을 사게되고 통제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그 분은 매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그리고 밤중 취침 전에 두번씩 연대장님에게 전화를 연결하여 “연대장님, 부대 이상 없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는 철저한 분이셨다. 그것을 보고 나는 중간 관리자는 지시받은 사항에 대하여 윗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철저하게 보고를 잘 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관리자의 기본이라는 점도 배웠다

 

12. 군대에서 고래 잡는 이야기

 

위생병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처음 의무소대에 도착한 후, 나는 담배를  피지도 않으면서 '솔' 인가 하는 비싼 고급 담배들을 사다가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같이 피워보려고도 하고 선임하사를 통하여 회식도 시켜 주곤 하였다.


어느날, 사병들이 점호 취침한 후 독신장교숙소 (B.O.Q, Bachelor Officer Quarter) 비오큐로 올라와 공부를 하던 나는 영어 사전을 내무반에 두고 온 것이 생각이 나서 사전를 가지러 다시 병사들의 숙소인 내무반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문을 열려고 하니 웬일인지 문이 안에서 잠겨있고 창 틈 사이로 약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지 하며 궁금해 하면서도 병사들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살살 문을 두드리며 작은 소리로 "불침번, 지대장이야, 문 좀 열어봐" 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안에 후다다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한참 만에 문이 열렸다. 그런데 가만히 불을 켜고 보니 대부분은 자는 척 하고 누워있는데 위생병이 아닌 사병이 하나 침상에 모포를 뒤집어 쓰고 반대로 누워있었고 치우다만 꺼즈, 핀셋 등 의료용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아차 싶었지만, 오히려 내가 무슨 잘못을 하다 들킨 것 처럼 민망해져서 그냥 그를 못 본척하고 사전을 가지러왔다고 말하고 얼른 사전을 집어들고 모두 취침하라고 하고는 소등한 후 바로 비오큐로 올라왔다. 그리고 다음날, 선임하사에게 살짝 물어보니, 몇몇 고참 위생병들이 선임병들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로 사병들에게 포경수술을 시켜주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어떤 고참병들은 제대할 때 제법 돈을 벌어 가거나 부대 앞 술집에 진 외상을 갚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한 수술 같아도 포경수술은 피부를 절제한 후, 혈관을 잘 봉합하지 않으면 출혈이나 혈종이 생겨 위험할 수도 있고 아무리 군대지만 허가없이 수술하는 것은 위법이며 위험한 일이었기에 나는 연대의 의무중대장 육대위님과 상의하여 위생병들이 절대로 위험한 수술을 하지 못하도록 정식으로 명령을 하달하였고 대대장님께도 말씀을 드려 대대 사병들에게도 위생병들로부터 위험한 수술을 받지 말도록 알렸다. 그러나 그 때에는 제대 하기 전에 포경수술 받는 것을 무슨 제대선물처럼 여겨 병사들 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러니 추측컨대, 이후에도 이런 나쁜 관행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은밀하게 계속 되었을 것이다. 


0 Comments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9

댓글 0 | 조회 1,423
37. 17기 후배, 교육장교 김재성 나는제대 후 몇 년 만에 내가 근무했던102 야전병원으로예비군 동원훈련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이때에 훈련을 마친 후 하루를 더 머물렀고아직 그곳에서 근무하던 옛 동료들도 만나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8

댓글 0 | 조회 1,310
34. 검사와 병사 군단에도검찰관이 한사람 있었는데K 검사라고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군대이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을 나는 형이라고불렀는데 그 형은 매우 샤프하고 똑똑한 분이었다.그 당시, 소위 말하는 고등고시는…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7

댓글 0 | 조회 1,305
33.낙동강 오리알과 사마리아인 어느토요일 점심시간 퇴근할 무렵,야전 병원 안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창(倉: 군대에서의약품을 보관하고 예하의 하급부대에 의약품을 배급하는 기관, 창고)에 들렀는데 전방 사단 의무대에…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6

댓글 0 | 조회 1,223
32. 내 새 군화를 신고 휴가 간 약제병 어느날약제병 천상병이 휴가를 나갔다.그런데 내가 분창에서 쿠폰을 주고 사다가닦아서 약제과 사무실,내 책상 밑에 잘 모셔 놓았던, 나는 개시도 안한 새 군화가 없어졌다. (이…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5

댓글 0 | 조회 1,443
30. 간호장교와 포경수술 국군간호 사관학교출신의 간호장교들은 대부분 남자 사병들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기가 세고 거친 편이었으나 수술실의 수술 보조 간호사인 (보통 수술하는 집도의 의사 곁에서 의료기기를집어주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4

댓글 0 | 조회 1,267
29. 한밤중에 플래쉬 라이트로 물고기 잡은 이야기 그때진료부장이었던 내과 군의관 모모소령은 조금은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특이한 분이셨다. 예를 들면, 처방 조제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나절에 진료부장님이 급한 일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3

댓글 0 | 조회 1,218
27. 전임 약제과장에 관한 소문 내가부임했을 당시 나보다 한참 전에 봉직했던 전임 약제과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문으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었다. 그분은 모 대학 약대룰 졸업하신 ROTC 출신이었다는데 무슨 이유에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2

댓글 0 | 조회 1,312
26. 3군단, 102야전병원으로 전출 1978년 해가 바뀌고 중위로 진급하면서 3군단 본부로 발령이 났다. 나는 이 때에도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것이 섭섭하여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다음 날 하루 늦게 출발하여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1

댓글 0 | 조회 1,270
25. ROTC 단복과 휴가 내가연대에서 사단으로 복귀명령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6개월 이상이 지나갔다. 연대에서 보직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의무중대장 군의관 육순황 대위님이야물론, 내가 의무중대에 있거나말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0

댓글 0 | 조회 1,134
24.연대 지휘 능력 측정 훈련 RCT (RegimentCombat Training) 과 삼국지 대대측정도끝나고 11월 말 12월초가 되자 전방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훈련겸 측정…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9

댓글 0 | 조회 1,129
22. 군대에서 쥐약 먹은 이야기 50연대 의무중대에서 근무하던 어느날, 사병들이 덥다고 오렌지 주스를 타 먹고있었다. 그러면서 같이 근무하던, 식품 영양학 전공의 초급대학을 졸업하고가업인 소규모의 식품공장을 이어받…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8

댓글 0 | 조회 1,171
19. 포사격 측정에 관한 전설 지난번포사령부 군의관 윤중위님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포병대대에 12기 인가 전설적인 ROTC 선배가한사람 있었다는데 사단에서 포대 대항 포사격 측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보통 산너머…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7

댓글 0 | 조회 1,075
16. 코가 삐뚤어진 병사 벙커공사가한창이던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점심 때, 갑자기 대대장님의 호출이 있어서 달려가보니 한 병사가 쓰러져 있는데 코가 삐뚤어져 있는 것이었다.질통을 지고 오르던 그 병사는 너무졸립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6

댓글 0 | 조회 1,238
13. 한 밤중에 완전군장으로 산꼭대기까지 달려가다. 내가 의무지대장으로 취임한지 두 주일도 안되어 대대 전체가 훈련 및 벙커 진지공사를 나가게 되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의무대 선임하사에게 모든 일을 의지하여… 더보기
Now

현재 나의 군대생활 5

댓글 0 | 조회 1,164
11. 무서운 대대장님과 꼴통 군의관 고백하건대,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걱정했던대로 정말 군기가 빠진, 장교 자격이 의심되는 어리숙한 군인이었던 것 같다. 대대에 도착하여 얼마 안된 며칠 후, 비오큐에서 내려오다…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4

댓글 0 | 조회 1,442
8. 15 사단 50연대 3대대 의무지대장 (군의관) 으로 전출 사단 의무근무대는 별로 할 일도 없어 돌아가며 당직 서는 것 외에는 부대 밖에 나가서 삼시세끼 뜨거운 밥 먹을 먹거나 드물게 수의장교가 얻어오는 고기를…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3

댓글 0 | 조회 1,238
5. 15 사단 의무근무대 1977년 6월, 대구의 군의학교에서 4개월 간의 의정병과 전문교육을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되었다. 하루 전날밤, 각각 어느 부대로 배치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전방에 배치된다는 소식을 들은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2

댓글 0 | 조회 1,177
4. 군대에서 홀딱 벗고 뛴 이야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이건 실제로 군의학교 시절에 일어났던, 내가 죽을 때까지 모자 속에 감추어 두었어야할 나의 흑역사의 한 부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 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댓글 0 | 조회 1,358
나의 군대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한 방의 동기들 1977년 3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대구 군의학교에서 16 주간 병과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우리는 소위 계급장은 달았지만 아직 병과 교… 더보기
Hot

인기 그때 그 시절 5

댓글 0 | 조회 1,187
14. 장기자랑에 능한 관동대학 동기들 훈련의 마지막 주가 되자 쉬는 시간에는 오락도 허락하고 장기 자랑을 하는 시간들이 주어졌는데 숫자가 가장 많은 서울대학교 동기들은 모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었…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