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6탄 - "오늘도 무사히~!" (해외에서의 안전 운전)
외국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교민이나 일정 기간 모국에서 주재국에 파견되어 활동하는 주재 상사 직원의 경우, 지하철과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 살게 되면 차량 운전이 생활의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일과일 수 있다.
아내에게 운전과 골프를 가르치다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거나 간혹 이혼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위에서 절대로 아내에게 두 가지를 가르치지 말라고 하였다. 나의 경우는 상기의 두 가지를 모두 아내에게 가르치고도 일흔 가까이 무사히 잘 살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된 도시국가인 홍콩에서는 자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문제가 없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와 같이 대중교통망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에는 자가 운전이 필수적이다. 물론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가에서는 기사가 운전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우버(Uber) 서비스가 발달한 요즈음에는 자가 운전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경우는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한 후에 왼쪽 운전대에 익숙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과 같이 오른쪽 운전대로 운전하는 국가에 파견되어 생활하다 보니 초창기 몇 년 동안은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 초 미국 Kansas City에서 거래선 에이전트 Paul 윤 사장이 렌트카로 나를 태우고 직접 운전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사고 당일 왼쪽 운전석에서 운전 중이던 Paul 윤은 주택가 사거리의 정지표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대로 운행하였다. 이때 오른쪽 앞좌석에 앉아있던 나는 오른쪽에서 왼쪽 사거리 방향으로 달려오던 차량이 우리의 차량을 들이받는 순간을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이 앉아서 경험하였다. 내가 오른쪽을 쳐다보는 순간 우리 차량을 들이받은 상대방 차량이 우리 차량의 오른쪽 좌석 방향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러자 우리 차량이 충격으로 공중에 튕겨 나갔고, 나와 운전자인 Paul 윤이 잠깐 의식을 잃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오른쪽에서 우리 쪽 전방으로 직진중인 상대 차량이 우리가 탄 차량의 문짝을 60킬로 속도로 충돌해서 내가 앉아 있는 좌석의 약 3분의 1 정도를 밀고 들어왔다면 큰 부상을 당했어야 했다. 그런데 의식이 깨어나 보니 운전자와 나는 아무런 부상이 없었다. 기적이었다! 차량은 파손으로 인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였다.
엄청난 사고에 놀란 가해 차량의 여자 운전자는 경찰에 사고 발생 신고를 하였으나 1시간이 지나도록 경찰이나 구급차는 오지 않았다. 그 당시 내가 겪은 선진국 미국의 교통사고 처리방식은 영락없는 후진국 수준이었다. 다행히 사고 난 차량은 나중에 보험으로 보상받았고, 거래선과도 무사히 미팅을 마치고 귀홍하였다.
귀홍 이틀 후 나는 시차 적응도 없이 광동성 짜오칭(肇慶)의 AIA공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연이어 또 경험하게 되었다. 신회(新會)의 보람공장에서 출발, 약 20Km가 되는 산악도로를 거쳐서 목적지인 신흥현(新興縣)에 가게 되었다. 나의 일상적인 공장 생활과 같이 그날도 새벽 6시에 보람공장을 출발하였다. 10년 이상 나를 수행한 운전기사가 평소같이 운전을 하고, 직원 2명이 동행하였다. 운전대가 한국같이 왼쪽에 있는 중국차량이라 나는 앞좌석 오른쪽에 앉아서 출장 중 시차로 인한 수면 부족에 비몽사몽으로 졸고 있었다.
1시간 정도의 운행 중에 차량이 험준한 산악지역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마침 나의 오른쪽 창문밖에는 까마득한 절벽지대였다. 왼쪽에서 운전 중인 기사가 약간씩 졸고 있었던 모습이 반수면 상태인 나의 무의식 속에서 나타났고, 의식을 차리는 찰나에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차량이 오른쪽 절벽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 순간 큰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난 내가 급히 운전대를 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나의 고함소리에 놀라 졸음으로부터 탈출한 기사가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는 바람에 차량이 약 몇 미터 정도를 진행하다 도로에 강제로 멈추어 섰다. 모든 탑승자가 하차한 후에 오른쪽 절벽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원인은 사장이 미국 출장으로 부재중이자 운전기사가 공급상과 밤늦게까지 어울려 과로하였고, 수면 부족 상태에서 새벽에 급히 수행하였기 때문이었다.
중국과 달리 전용 운전기사가 없는 나라에 출장을 가게 되면, 가끔 렌트카를 빌려 자가 운전할 때가 있었다. 이때 제일 큰 실수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경우에 오른쪽 차선으로 잘못 들어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정면에서 달려오는 차량들과 마주쳐서 혼비백산하여 원래의 차선으로 돌려놓은 적이 있었다.
또한 해외 출장 중에 장시간 비행으로 시차적응이 되질 않아서 렌트카 운전 시 잠깐씩 졸음운전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졸음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한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이런 일로 인해 '음주운전'만큼이나 '졸음운전'도 나쁜 행위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시차 적응이 되었을 때만 렌트카를 이용하였다.
홍콩 차량번호 GD190의 바로 밑에 붙은 중국 차량번호판
나이가 중년에 접어든 지난 10여 년 동안은 중국 출장시 중국과 홍콩을 왕래할 수 있는 차량번호판이 동시에 2개 달린 홍콩 본사의 차량을 이용하였다. 운전대가 오른쪽인 홍콩 차량에 중국 차량번호판을 붙이고, 운전기사와 번갈아 교대 운전을 했기에 사고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한편, 중국을 왕래할 수 있는 홍콩 차량의 숫자는 정부에서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중국 차량번호판은 홍콩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우리 인간의 생과 사는 오로지 이 세상 창조주의 손에 달려있다는 진리를 교통사고를 당할 때마다 매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