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정읍에 다녀왔습니다.
간 김에 몇 군데 다녔습니다.
남도는 바야흐로 봄이 지천이었습니다.
내장산을 넘어 백양사로 갔습니다. 백양사 뒤편에 학산이라했던가? 버티고 선 위용이 학처럼 준수하다기 보다는 마징가 제트처럼 위풍 당당했습니다.
구례로 가니 마침 산수유꽃 축제 기간이었습니다.
노란 산수유꽃이 온 동네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저토록 노란 빛의 꽃이 열매는 붉디 붉은 빛을 띤다는 자체가 신비롭지요.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에 아버지의 사랑과 산수유 열매를 잘 매치시켰는데 찾아서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관심있는 아버지들은 읽어 보세요.
해마다 한번쯤은 들려보는 고창 선운사입니다. 고창은 미당 서정주의 고향이지요. 도솔산에 둘러싸인 절의 정취가 참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곳의 압권은 동백(선운사는 동백이 아니라 춘백이랍니다)인데, 마침 갔을 때 아직은 동백이 한창은 아니었습니다. 4월 첫주 정도가 피크일것 같네요.
서정주 시인의 작품에 송창식이 곡을 부친 <선운사>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경내를 어기적거리면 더더욱 감동적입니다. 특히 동백꽃이 툭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날, 그 나무 아래에서 막걸리 한잔하면 모두가 시인입니다. 꽃망울이 막 오르기 시작합니다.
특히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를 읊조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거의 시선(詩仙)의 경지에 가깝다고 해야지요. 이 시비는 선운사 입구에 서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칩니다. 모르니까-----
禪雲寺 洞口 서정주
선운사(禪雲寺)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아무튼 남도는 지금 한창 봄 단장 중이었습니다. 장성 들녁엔 보리싹이 움트고 있었고요. 아!! 보병학교 시절 하염없이 바라보던 저 보리싹!! 저것이 자라나서 벨 때 쯤 상무대를 걸어 나왔으니------ . 언제 자랄꼬? 30년 넘은 지금 바라 보아도 괜히 가슴이 애잔합니다그려.
봄이 그리운 사람. 봄을 가슴에 채우고 싶은 사람. 이번 주말 쯤 마누라 차에 싣고 남도로 달려가 보세요. 그리고 시간이 나거들란 기준이와 재걸이에게 전화하세요 ㅎㅎㅎㅎ
무장공비 두넘이나 동네를 한바퀴돌아 훌꼬 지나갔는데도 못잡았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