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대생활 18

동기회고록

홈 > 참여마당 > 동기회고록
동기회고록

나의 군대생활 18

0 777

  

34. 검사와 병사

  

군단에도 검찰관이 한사람 있었는데 K 검사라고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군대이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을 나는 형이라고 불렀는데 그 형은 매우 샤프하고 똑똑한 분이었다그 당시, 소위 말하는 고등고시는 1년에 백명 정도만 뽑았으므로 합격하기가 정말 어려웠고 더구나 대학 재학시에 합격하는 것은 본인이 노력도 많이 하였겠지만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면 힘든 일이었다.  K검사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병원에 자주 놀러와서 나하고도 친해졌다

 

그런데 이때에 우리병원 인사과에 병원과 군단 검찰부를 왔다 갔다하며 서류를 전달하는 연락병이 한명 있었다. 그는 살살 웃으며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재주가 뛰어나서 우리 병원의 인사과의 최고참 상사가 매우 아끼는 병사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나의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나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로 아부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도 않지만그의 행동들이 진실성이 없어보이고 어딘가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했기 때문이다그는 일등병인데도 인사계의 총애를 받아 어느새 인사과에서 가장 막강한 직책인 재무와 휴가증을 관리하는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는 공공연이 서울대 정치과를 다니다가 군에 입대하였다고 떠벌렸고 고시를 본다는 둥 하며 수시로 출장이나 휴가를 나갔고 그 때마다 인사계에게 선물을 사다 바치곤 했다.

 

그러더니 어느새 군단 검찰부를 왔다갔다 하면서 감언이설로  K검사님을 홀린 모양이었다. K검사가 그런 그를 이쁘게 보아 군단 소속 검찰부 사병으로 차출해 가겠다고 병원에 협조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나는 형에게 무엇인가 수상하니 그 애의 말을 전부를 믿지 말고 뒷조사를 한번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현명하던 그는 무엇에 홀렸는지 막무가내였고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결국 검찰부로 차출되어 갔는데 얼마 후 일이 터졌다

 

그가 떠난 후 병원 인사과의 후임자가 재무서류에 이상을 발견하였고 조사하여 보니 그는 군대의 공금을 횡령하여 휴가를 나가 놀러다녔고 심지어 그 돈으로 인사계 주임상사에게 선물을 사다 바친 것이었다그것을 시작으로 그에 관한 조사가 시작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가 서울대를 다녔다는 것도 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하였다는 것도 심지어 그의 부유하다는 가정환경도그에 관한  모든 사실이 거짓이었다교활한 시골뜨기 거짓말장이에게 군단 전체가 놀아난 꼴이었다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연못 전체를 탁하게 만든다는 말이 생각나게하는 일이었고 서양 속담에 too good to be true, it is not true  란 말이 꼭 맞는 말이었다. K 검사님은 얼마 후에 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처녀와 약혼하면서 큰 의약품 회사의 사위가 되었고 최근까지 변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35. 논산훈련소 소대장 동기에게 편지 보낸 일

  

병원에 근무하던 어느날 잠깐 휴가를 나와 집에 가니 아버지께서 서울대 인문계열에 다니던 내동생 윤제가 2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교련 반대 데모를 하다가 학적이 변경되어 군에 끌려갔으며 윤제가 입고 간 옷이 집으로 부쳐져 왔는데 피가 묻어 있었다고 매우 걱정하셨다. 이때에는 데모를하다가 군대에 끌려가면 그 학생들은 최전방으로 보내지고 요주의 사병으로 찍혀 죽도록 고생을 시킨다고 알려져 있었다아버지는 한참 걱정을 하시다가 논산에 사시는 고모에게 연락하시어 보안대 상사에게 돈을 주어 윤제를 후방으로 보내달라고 손을 쓰셨고 그 결과 윤제는 논산 훈련소에 기간병으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전해들은 나는 찾아갈수는 없으나 동생 윤제가 걱정이 된 나머지 아무런 생각 없이논산 훈련소에서 훈련병의 소대장을 맡고 있던 나의 서울 약대 동기인 신형식 중위에게 동생 윤제의 이름을 적고 한번 찾아 보고 잘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엽서를 보냈다. 봉함 편지도 아니고 누구나 볼수 있는 우편 엽서에 이런 사연을 적어보냈으니 나의 무지함이란나중에 제대하고 학교에서 얼굴이 검게 탄 형식이를 만났더니 ", 임마, 보안대 검열에 걸리면 어쩌라고 그런 걸 엽서에 써서 보냈냐! " 하면서 난리를 쳤다

 

그러나 허허실실 인지, 다행히 그 엽서는 아무 탈없이 그에게 전달 되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엽서에 설마 그 따위 부탁을 할 멍청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보안대가 검열을 소홀히 한 탓이리라. 알고 보니 논산 훈련소는 군기도 제일 쎄고 기간병은 제일 힘든 곳이었다. 그래도 윤제는 그후 그곳에서  힘들었겠지만 나름대로 군 생활 잘 마치고 제대하여 복학하였다.

  

36. 전임약제과장의  방문과 새 약제과장의 부임

  

1979 4월이 되자 새로 임관한 군의관들이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 중 충청도 모대학 출신의 약물학을 전공한 군의관 x대위가 있어서 병원장과 상의하여 그에게 약제과장 자리를 물려주었다병원장님이었던 변해공 대령은 국군의무사령부로 전출 가시고 그 당시 병원장님은 새로 부임하신 이치우 중령님이셨다. 변대령님은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신 성품이어서 모든 일을 자신이 챙기는 스타일이었지만 이중령님은 loose 하고 모든 일을 부하들에게 맡긴 채 언제나 허허하고 웃으시는 설렁설렁한 스타일이셨다보직이 없어지자 나는 제대할 때까지 진달래 철쭉이 피는 봄을 만끽하며 간호장교들과 하사관들과  도시락을 싸 들고 설악산 줄기의 풍광 좋은 병원 근처 그 동네를 놀러다녔다.

 

그리고 그 때쯤에 나의 전임 약제 과장으로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여주고 후방 병원으로 떠났던 나의 대학동기 홍효신 중위가 우리 병원을 찾아 놀러왔다. 그는 군번도 빨랐지만 ROTC 장학금을 받아 우리들 보다 2년간 더 군에서 복무하기로 되어 있어 우선적으로 의정병과를 받았고 보직도 처음부터 병원 약제과장을 부여 받았다. 말이 적고 수더분하면서도 down to earth style 인 그는 대전고등학교 출신 충청도 양반으로 말도 천천히하고 성격도 느긋하고 모든 일에 서두르는 법이 없이 여유가 있었다. 귀중한 휴가를 하필 전방으로, 옛날 근무하던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찾아온 그가 반갑고 고마웠다그는 우리 비오큐에서 며칠 자고 함께 진달래 피는 병원 뒷산과 강가에서 잘 놀다 갔다홍효신 동기가 우리병원에 놀러오는 바람에 우리 병원 약제과에서는 3대에 걸친 약제과장 세명이 함께 만나 회식을 하는 진귀한 일이 벌어졌다.

  

 

  
0 Comments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9

댓글 0 | 조회 877
37. 17기 후배, 교육장교 김재성 나는제대 후 몇 년 만에 내가 근무했던102 야전병원으로예비군 동원훈련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이때에 훈련을 마친 후 하루를 더 머물렀고아직 그곳에서 근무하던 옛 동료들도 만나고… 더보기
Now

현재 나의 군대생활 18

댓글 0 | 조회 778
34. 검사와 병사 군단에도검찰관이 한사람 있었는데K 검사라고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군대이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을 나는 형이라고불렀는데 그 형은 매우 샤프하고 똑똑한 분이었다.그 당시, 소위 말하는 고등고시는…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7

댓글 0 | 조회 793
33.낙동강 오리알과 사마리아인 어느토요일 점심시간 퇴근할 무렵,야전 병원 안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창(倉: 군대에서의약품을 보관하고 예하의 하급부대에 의약품을 배급하는 기관, 창고)에 들렀는데 전방 사단 의무대에…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6

댓글 0 | 조회 772
32. 내 새 군화를 신고 휴가 간 약제병 어느날약제병 천상병이 휴가를 나갔다.그런데 내가 분창에서 쿠폰을 주고 사다가닦아서 약제과 사무실,내 책상 밑에 잘 모셔 놓았던, 나는 개시도 안한 새 군화가 없어졌다. (이…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5

댓글 0 | 조회 903
30. 간호장교와 포경수술 국군간호 사관학교출신의 간호장교들은 대부분 남자 사병들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기가 세고 거친 편이었으나 수술실의 수술 보조 간호사인 (보통 수술하는 집도의 의사 곁에서 의료기기를집어주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4

댓글 0 | 조회 754
29. 한밤중에 플래쉬 라이트로 물고기 잡은 이야기 그때진료부장이었던 내과 군의관 모모소령은 조금은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특이한 분이셨다. 예를 들면, 처방 조제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나절에 진료부장님이 급한 일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3

댓글 0 | 조회 767
27. 전임 약제과장에 관한 소문 내가부임했을 당시 나보다 한참 전에 봉직했던 전임 약제과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문으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었다. 그분은 모 대학 약대룰 졸업하신 ROTC 출신이었다는데 무슨 이유에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2

댓글 0 | 조회 777
26. 3군단, 102야전병원으로 전출 1978년 해가 바뀌고 중위로 진급하면서 3군단 본부로 발령이 났다. 나는 이 때에도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것이 섭섭하여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다음 날 하루 늦게 출발하여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1

댓글 0 | 조회 744
25. ROTC 단복과 휴가 내가연대에서 사단으로 복귀명령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6개월 이상이 지나갔다. 연대에서 보직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의무중대장 군의관 육순황 대위님이야물론, 내가 의무중대에 있거나말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0

댓글 0 | 조회 658
24.연대 지휘 능력 측정 훈련 RCT (RegimentCombat Training) 과 삼국지 대대측정도끝나고 11월 말 12월초가 되자 전방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훈련겸 측정…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9

댓글 0 | 조회 642
22. 군대에서 쥐약 먹은 이야기 50연대 의무중대에서 근무하던 어느날, 사병들이 덥다고 오렌지 주스를 타 먹고있었다. 그러면서 같이 근무하던, 식품 영양학 전공의 초급대학을 졸업하고가업인 소규모의 식품공장을 이어받…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8

댓글 0 | 조회 692
19. 포사격 측정에 관한 전설 지난번포사령부 군의관 윤중위님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포병대대에 12기 인가 전설적인 ROTC 선배가한사람 있었다는데 사단에서 포대 대항 포사격 측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보통 산너머…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7

댓글 0 | 조회 668
16. 코가 삐뚤어진 병사 벙커공사가한창이던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점심 때, 갑자기 대대장님의 호출이 있어서 달려가보니 한 병사가 쓰러져 있는데 코가 삐뚤어져 있는 것이었다.질통을 지고 오르던 그 병사는 너무졸립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6

댓글 0 | 조회 745
13. 한 밤중에 완전군장으로 산꼭대기까지 달려가다. 내가 의무지대장으로 취임한지 두 주일도 안되어 대대 전체가 훈련 및 벙커 진지공사를 나가게 되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의무대 선임하사에게 모든 일을 의지하여…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5

댓글 0 | 조회 746
11. 무서운 대대장님과 꼴통 군의관 고백하건대,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걱정했던대로 정말 군기가 빠진, 장교 자격이 의심되는 어리숙한 군인이었던 것 같다. 대대에 도착하여 얼마 안된 며칠 후, 비오큐에서 내려오다…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4

댓글 0 | 조회 901
8. 15 사단 50연대 3대대 의무지대장 (군의관) 으로 전출 사단 의무근무대는 별로 할 일도 없어 돌아가며 당직 서는 것 외에는 부대 밖에 나가서 삼시세끼 뜨거운 밥 먹을 먹거나 드물게 수의장교가 얻어오는 고기를…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3

댓글 0 | 조회 759
5. 15 사단 의무근무대 1977년 6월, 대구의 군의학교에서 4개월 간의 의정병과 전문교육을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되었다. 하루 전날밤, 각각 어느 부대로 배치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전방에 배치된다는 소식을 들은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2

댓글 0 | 조회 717
4. 군대에서 홀딱 벗고 뛴 이야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이건 실제로 군의학교 시절에 일어났던, 내가 죽을 때까지 모자 속에 감추어 두었어야할 나의 흑역사의 한 부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 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댓글 0 | 조회 838
나의 군대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한 방의 동기들 1977년 3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대구 군의학교에서 16 주간 병과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우리는 소위 계급장은 달았지만 아직 병과 교… 더보기
Hot

인기 그때 그 시절 5

댓글 0 | 조회 700
14. 장기자랑에 능한 관동대학 동기들 훈련의 마지막 주가 되자 쉬는 시간에는 오락도 허락하고 장기 자랑을 하는 시간들이 주어졌는데 숫자가 가장 많은 서울대학교 동기들은 모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었…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 글이 없습니다.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