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단상(2014년)

감동글

세모단상(2014년)

현중재 3 179

지난여름은 너무나 뜨거웠습니다.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던 숲속 나무들도

줄곧 몸을 비틀며 땅속 어딘가에 있을 수맥을 찾아, 죽도록 뿌리를 뻗은 듯합니다.

봄부터 시작됐던 그 긴 싸움의 끝은 과연 어딜까요?

그렇듯 살아있는 것들이 모두 다 보이는 만큼 주어진 것으로는

스스로를 다 채울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아니 어쩌면 차고 넘치는 것까지도 버리거나 나눌 수 없는 습성 때문에

오히려 하루하루가 더 힘겨운 것은 아닐런지요.


작은 기쁨으로는 크게 웃지 못하고

큰 슬픔의 눈물도 그리 오래가지를 않앗습니다.

한때는 가슴을 매몰차게 도려냈던 숱한, 어린 죽음들에 대한 애태움으로

눈물이 또 하나의 바다를 이룰 듯했는데 정작 사막처럼 타들어간 그 자리엔

벌써 식어버린 희뿌연 재만 남아... 

컥,  컥,

메마른 기침만 토해내고 있군요.


사랑으로 위장됐던 이기심은 갈수록 뻔뻔한 몸짓으로 변하여

마침내 어린죽음들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정녕 돌아올 수 없는 그들,

결코 한마디로 토해낼 수 없는 그들을 대신해 엄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댔지만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아우성일까요?  누구를 위한 몸부림이었을까요?


뜨겁던 여름이 다 가고 햇살이 길게 자리를 폈던 십리도 넘는 신작로 변엔

코스모스가 떼로 몰려와 모락모락 그리움을 피워 대더니

어느새 그들마저도 시간의 저편으로 미련도 없이 발길을 돌려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그 기나긴 여름도, 잠시나마 우리들 가슴에 머물러 

그리움을 피워대던 가을의 향취도 벌써 끝입니다.


늘 그렇게 세월은 기척도 없이 우리 곁을 스쳐가는 낯선 흐름일 뿐인데도

우리는 또다시 필요없는 무게로 가슴속에 세월의 의미를 채워 가겠지요.

정녕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기억의 저편에 버려둔 채 말입니다.

이제 눈이 내리고 머지않아 우리는, 이 한 해의 끝을 붙잡고 서서

아듀! 2014년!을 외치게 되겠지요.


지워지지 않는 슬픔과 떨쳐지지 않는 후회, 그리고 벗을 수 없는 오명들을

가슴에 가득 안은 채 말입니다.

그런데도 돌이켜보면 폭풍우처럼 밀려 왔다가는 슬그머니 썰물처럼 빠져가는

사람들의 약삭빠른 변심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슬픈 메모 한 줄로 남을 이야기들......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한해한해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내년, 그날이 다시오면 하얀 국화꽃 몇 송이 허공에 뿌리며

떠나간 그들이 그립다 말을 하겠지요. 

결코 잊을 수가 없어서 가슴속엔 숱한 무덤들만 즐비하다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또 다른 슬픔을 버릇처럼 낳는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왜? 우리는 빤히 보이는 것을 볼 수가 없을까요?

다시는 없어야할 일들이 반복되는 이 가슴 아픈 현실 앞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들 자신에게 더욱 더 냉혹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하여 정녕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하여

주저없는 우리들이 되기를 간절이 빌어보며....

희생자의 영전에 작은 마음을 바쳐봅니다.


2014년 12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우보


Comments

우보의 좋은 글이 반갑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행운이 가득한 을미년 새 해를 맞으세요. ^^
김형목
동기생들,
언제나 계절의 변화는 무상함이지 !
우리네 인생도 흐르는 물과 같이 중년의 세월을 지나는 것을  ~~~~~
환갑도 지나고 인생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시기에,
배려와 베품으로 모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을 ~~~~~~~
을미년 한해도 좋은 일들이 많이 있기를 전북 군산에서 빌어 보네 . . .
정진앙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해 더욱 건승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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