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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愛鄕 ~ 빛고을 광주!
계절의 여왕, 5월이 오면 전교생이 붉은 장미 꽃송이를 들고 성모동굴 앞에 모여 성모님을 찬양하며
"성모의 성월이여~~" 성가와 함께 미사를 드리던 옛 추억이 장미향 처럼 새록 새록 피어난다.
藝鄕 광주에 신역이 들어서면서 없어진
태봉산 앞 중흥동에 이태리 출신의 아르키메데 마르텔리 신부님이 초대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수세식 화장실과 체육관 수영장 그리고 기숙사가 있어서 경향 각지에서 카톨릭 신자 유학생이 각 반에 3~4명씩은 함께 공부했던
살레시오고등학교가 바로 사춘기를 보낸 내 모교이며, 11회 졸업생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순에 이르도록 내 생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곳이 바로 살레시오 학창시절이며
방황하던 사춘기에 벌교에서 낯선 광주로 유학 와서 폭풍의 시기를 보냈던 곳,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철학이 가득한 곳, 영원한 마음속의 스승인 학교 설립자
돈보스코의 예방교육에 따라 심성을 됨됨이와 쓸모있게 가꾸어 주신 초대 교장 마신부님 유해와 동상이 모셔진 곳이기도 하다.
1학년 때 서울에서 유학온 내 짝꿍 신학생 창환이에게 주먹을 불끈 쥐고 "예수님을 믿으려면 내 주먹을 믿으라"라고
교만을 떨었던 내가 아내 에리사벳과 성가정을 이루어 이젠 네 명의 이쁜 손자들, 두 아들과 며느리들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두 헌신적인 사랑과 가르침을 솔선수범 하는 신부님, 수사님들의 모범을 무의식적으로 닮고 배운 살레시오 출신들만이 갖고 있는
살레시안(Salesian) 정신과 자긍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딩시절 요새 말로 일진이었다. "일진"이라고 유기정학 5일 동안 학교 도서실에서 온종일 삼국지만 읽는 기회가 주어져 오히려 삶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어쨌던 그런 거친 사춘기 심성이 살레시오라는 심성의 자연, 마음의 고향으로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광주는 수 없이 많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그런 그런 곳이니 ... 내겐 이번 빛고을 무등산 산행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고교.대학 때 진달래가 피는 봄이면 소풍을 갔던 곳이니 동기들과는 달리 특별한 무등산 등반이 아닐 수 없다.
사설이 너무 길었으니 이정도로 하고 ... 사당역에서 7시에 정시 출발한 관광버스에는 석중건 회장을 비롯 다리골절로 아직 성치 않은 정재화 총장도 함께 탔다.
<석중건 회장 인사말>
산악회 김기영 총무의 식사(김밥 떡 물)배급과 일정 소개와 함께 준비해간 "빛고을 광주"와 "국립공원 무등산" 동영상 비디오를 감상하며, 관광 시즌이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빠르게 달린 버스는 무등산을 가파르게 올라
충장사를 비켜 동쪽으로
소쇄원을 옆에 두고 예정시간 11시에 정확히 산장의
원효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은 왠지 예감이 좋다. 미리 도착한 광주전남지회 변영모 회장 이상화 총무, 엄기준 고문을 비롯 여러 동기들이 반가운 얼굴로 만남의 기쁨을 나누자마자 기념 촬영을 하고,
바로 옛길 2구간을 따라 오르다 동화사터를 지나 중봉이 코 앞인데 왕태곤 동기가 짊어지고 온 광주 막걸리와 돼지 머릿고기를 풀어 놓는다.
모두 입을 모아 부드럽고 맛이 좋다고 야단이다. 왕태곤 동기에게 감사를 ^^
이 무거운 짐을 혼자서 힘들게 어떻게 지고 왔을꼬? 광주 동신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이 친구도 참~ 진국이다.
출발시에 막걸리 1병씩 나누어 분산시켰으면 좋았으려만 ~
중봉에서 바라본 방송국 송신탑과 동쪽으로 뻗쳐오른 정상, 천왕봉 1187m 군부대가 손에 잡힐 듯하다.
올 봄 내내 오락가락한 기온 때문인지 철죽은 바람난 여인네 치마자락 처럼 풀이 죽어 어줍잖게 군데 군데서 ...
발 아래에 서쪽으로 광주, 북쪽으로 담양, 동쪽으로 화순, 남쪽으로 남평 나주평야까지 사방이 한 폭의 병풍 같은 산수화가 펼쳐진다.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은 변함 없이 무진(武珍)을 품고 있는 어머니의 가슴처럼 푸근하고 부드럽다.
그 어느 산 보다도 능선이 아름답고 초록빛이 감도는 산세가 풋풋한 처녀 처럼 싱그럽고 아름답다. 더구나 날씨까지 오늘은 화창하고 시계가 멀리 널널하고 깨끗하니 어찌 행복감이 더하지 않으리 ~~~
오늘의 목표 정상 주상절리 서석대에 헐떡이며 이르러 병풍 같은 석벽 아래 벤치에 내려놓은 막걸리와 주고 받는 술잔과 정담들은 새벽 4시반에 서둘러 짐을 챙겨 원행을 준비했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늦게 도착한 동기들의 숨고르기를 등뒤로 하고 아내와 함께 서석대 계단을 오르니 전망대가 잘 다듬어졌다.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성의가 느껴진다. 인증샷을 몇번 하고 1100m 서석대 정상에 올라서 느끼는 봄 바람은 내 영혼 속의 자연을 흔들어 깨운다.
아! 충장공의 충절과 기대승의 의기도 송순과 정철의 음율과 가사도 의제의 아름다운 화선도 모두 다 이 무등산의 품안에서 태동하고 꿈틀거리며 살아났구나 싶다.
<서석대 표지석에서 아내와 함께 >
시인이자 사진 작가인 황왕윤 동기와 정담을 나누며 이제 내려가는 길에 입석대에 이르러 찰칵 ~
그런데 옛날 학창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묘가 입석대 아래에 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수 백년 전부터 있었다고 전한다. 정말 그랬을까?
학창시절에 오르던 무등산 옛길에는 앞서가던 단발머리 여학생의 예쁜 뒷태만 보이더니 이순에 오르는 오늘의 옛길에는 광주의 정신이 보이고 선인들의 예술과 문학이, 동행한 아내의 이마에 맺힌 잔주름과 동기들을 배려하는 친구의 넓은 가슴이 보이는구나. 같은 눈인데도 내 어찌 이리도 다른게 뵈는가? ㅎㅎ
입석대 장불재를 지나 내림 갈림길 중머리재에서 숨을 돌려 뒤 돌아 보면서 서석대 입석대와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토끼등을 거쳐 증심교로 줄달음쳐 내려오는 길목에서 아는 반가운 얼굴을 조우했다.
이게 인연이란 것인가? 늘 웃음이 매력적인 내 친구를 이 산중에서 만나다니 ㅋㅋ
증심사 주차장 뒷풀이 식당에 이르니 산행에 동참하지 못했던 동기들과 광주 친구들이 반가이 맞는다. 모두가 방갑고 환한 웃음이다. 참~ 정 많고 끈끈한 인심 좋은 내 고향 동기들이 사랑스럽다.
보리밥에 나물들을 넣고 쓱 쓱~비벼가며 출출함을 채우니 이 맛을 어느 진수성찬에 비하랴.
더구나 김원동(충북대) 영광원자력발전소 본부장이 보냈다는 복분자 술잔이 달짝지근하다. 몇 순배를 받고보니 취기 돈다.
석중건 회장과 김일현 회장이 변영모 광주전남 지회장에게 감사의 뜻으로 금일봉을 전달하고 변함 없는 격려와 감사 멘트가 이어졌다. 우리 석중건 문학박사의 멘트는 늘 들어도 향기롭고 아름다움의 극치다. ㅎㅎ
22일 연주회 발표를 코 앞에 둔 알시오콰이어 메버들의 연습을 일탈했던 이번 산행이었지만 예향 남도의 무등산 정기를 받았으니 더 일취월장한 공연이 될지라. 즉석 공연 "고래고기..." 합창은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비록 자칭 어설픈 어울림이라지만 듣는 동기들은 늘 "앙 ~콜~"을 외치게 만든다. 나이들어 화모니를 이끌어내는 그대들의 성숙된 조율과 미혹적인 감성이 자랑스럽다.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의 소리를 가슴으로 듣고 싶은 동기들은 22일날 용산구청으로 모두 달려가자. 그리고 응원의 박수를 뜨겁게 크게 크게~~~보내자.
<김진만 동기가 준비한 선물 - 타월>
육신은 피곤한 하루지만 깨끗하게 단장된 증심사 계곡의 식당과 문화시설들 만큼이나 마음은 정갈해진 고향 무등산이었다. 무등은 뭐니 뭐니 해도 설경이니 다음 기회에는 꼭 겨울 서석대의 눈꽃 보러 다시 오르리라.
동기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늘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난 더 젊어지고 있다.
다음 달에는 우리 모두 백두산 천지에서 반도의 향연을 펼쳐 보자. 고구려의 흥망과 발해의 대조영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끝으로
이번 원거리 산행을 함께한 부인들과 수고 많으신 광주전남지회 집행부 임원들(16명 변영모,이상환,왕태곤,안흥록,왕항윤, 정문재,서미석,신승남,김진만,서재걸,조근호,이기영,김석호,박창진,이용석,엄기준)과 김일현 회장, 김기영 총무 그리고
선물까지 준비해준 김진만(전남대) 동기께 깊이 감사를 올린다.
끝까지 읽어 주시어 감사 합니다.
무등산 산행 슬라이드쇼 보기
박두현동기 글도 잘쓰시네 ~ 수고하셨소.
글이야 현라인에 주현 교장과 우보가 단연 으뜸 아니겠소. ^^
가끔씩 얼굴 봅시다. ^^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해주신 인품에 늘 매료되고 있다오. ^^
라인으로 엮으면 꾀 많이 엮일걸!
그외도 수현,진현,문현,동현,영현,병현,남현 등등...
그렇지만 일헌이 으뜸이지^^
풍류야 그대가 으뜸이란 걸 이미 다 알고 있는터 소인은 그냥 풍류관을 지키는 집사로서 가끔씩 곡간에 뭐가 있는지 물목이나 정리하는 정도 일 뿐이라오.
사람이 좋아 산을 가오? 산이 좋아 사람을 만나오? 그게 요즘 저에 궁금증이오.
술병과 영원히 이별 할 요량이면 혼자 말고 나도 이별식에 끼워주시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