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뜩 이웅평소령 생각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황당한 생각이 든다.
‘이웅평소령 미그기 귀순(1983.2.25.금요일)’
이웅평소령이 연평도 쪽으로 남하하여 - 우리 공군기가 출격 - 미그기 귀순 의사 -
우리 공군기가 수원비행장으로 유도 착륙.......
새빨간 거짓말이다!
연평도쪽 군인들이 근무태만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니(사실인지 모르지만) 서글프다.
아마도 이웅평소령 귀순의 첫 목격자는 나일 것이다.
바로 나의 왼쪽어깨위로 날아왔으니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미그기 Canopy(조정석덮개)가 보일정도로 저공비행하여 날아왔다.
그것도 청와대 담장 옆으로!
내가 다니던 회사가 청와대 입구쪽 경복궁 담장을 마주보고 있었으며, 25일 인걸로 봐서 월급날이었던 듯 회사를 잠시 나와서 내가 거래하던 효자동 상업은행으로 가던중
저 멀리 북쪽 하늘에 까만 점이 하나 떠있었다. 저게 뭐지? 하면서 유심히 보는 순간 비행기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아 여기는 비행금지구역인데 웬 비행기?’
나는 멈추어 선채로 계속 보고 있었다. 엄청 빠른 속도로 엄청 낮게 직선으로 날아왔다.
나는 비행기를 따라 좌측으로 몸을 돌리며 어어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주둥이가 뭉퉁한 전형적인 미그기였다. 남쪽으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본 후 돌아서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입을 벌리고 있는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지나 가셨다. ‘미그기 귀순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일을 보고 길을 건너려는데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이 민방위날인가? 생각하며 뛰어서 회사로 돌아왔다. 지하1층 부서로 돌아온 나는 동료들한테 “미그기 1대가 넘어왔다. 한두달 뒤면 북한군 귀순 어쩌고저쩌고 할꺼다.”말했다.
동료들이 “왜? 한두달 뒤냐고?“ 그런다. “에이 정보부에서 바로 발표하나! 조사할 것 다하고 나서 적절할 때 발표하는거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날은 이웅평소령의 수원비행장 착륙으로 비상이 걸리고 사이렌이 울리면서 경복궁에 있던 중앙청 문이 닫히고 오후에 바로 호외가 나온 걸로 기억된다.
구글에서 미그기 남하 지점과 수원비행장위치 등을 찾아본 나로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이웅평소령은 수원비행장 위치를 알고 있었으며 암튼 북한에서 거의 정남향으로 남하하여 수원비행장으로 간 다음 비상착륙했다. 당황한 우리 군은 착륙후 비상연락하고 난리친듯 하다. 북쪽 점 하나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짧은 시간이었다. 내가 은행에서 볼일 보는 때 이미 비상착륙했을 듯하고 (경복궁에서 수원까지 전투기로 가면 단몇분이면 가능할듯) 그리고 내가 은행을 나온후 사이렌이 울렸던걸 보면 그사이 보고가 된듯하다.
이제 귀순자 본인은 고인이 되었고, 사실 자료는 정보부 자료에서나 남아 있을듯 한데.
나는 보았다, 그날 분명히! 효자동 상공으로 넘어오는 이웅평소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