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慢慢的), 만만디, 콰이디얼(快點兒)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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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인 사업가에게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알려준 중국 속담이다. 한 지방의 물과 토양이 그 지방의 사람을 기른다는 말로 고장이 바뀌면 언어와 풍속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에 잘 적응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중국의 상관행을 적절히 이용해 현지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과 사업가가 늘고 있다. 중국인들로부터 프랑스 고급 베이커리로 인식되는 '파리바게뜨'부터 베이징 최고급 한식당으로 자리 잡은 '애강산', 회전식 손톱깎이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뺏은 '보카스'까지. 기자는 중국에 진출해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와 현지 전문가들을 만나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중국은 '카피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불법 모조품 생산이 성행한다. 제품이 완전히 차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중국에 없는 독특한 아이템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1.완벽히 차별화된 상품을 찾아라
공산품의 경우 제품 성능이나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식료품의 경우 중국 현지에는 없는 한국 특산물을 선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얼빈국제경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한 하이서울브랜드 기업 가운데 차(tea) 수출 전문업체인 튤립인터내셔널은 유자차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영호 튤립인터내셔널 사장은 "유자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생산되는데 한국산이 가장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상품성이 좋다. 현지에서 한국산 유자를 높이 쳐주는 데다가 유자차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금과 색깔이 같아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좋다"고 말했다. 가격도 현지 생산 유자차보다 10위안(1600원) 정도 더 높게 받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에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일부 바이어는 한국 업체와 상담 시 제품의 핵심기술을 심도 있게 질문하거나, 제품 내부구조를 보여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샘플 제공을 요청하기도 하고 무료 제공을 거부할 경우, 유료로라도 구입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신기술, 신제품일 경우 현지 특허권을 신청하기 전에는 상세한 기술 자료와 샘플을 제공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대식 SBA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유통업체보다 자체 생산 개발력을 가진 제조상을 조심해야 한다. 일단 상담 시 지참한 샘플은 상담용이기 때문에 제공하기 어렵다고 완곡히 거절하고 귀국 후 다시 논의하자고 답변하는 게 요령"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공산품을 수출할 때는 발명특허나 상표 등록을 미리 받아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라도 돈이 된다 싶으면 일주일 만에 짝퉁 상품이 나오는 게 중국 시장이기 때문이다.
2. 특허·상표 등록부터 하라
하이서울브랜드 기업인 보카스(BOCAS)는 지적재산권을 미리 확보한 덕분에 짝퉁 제품에 대한 우려 없이 중국 수출 길을 연 모범사례다. 지난해 처음 회전식 손톱깎이를 중국에 수출한 이 회사는 이미 2003년 12월 제품과 관련된 발명특허를 중국 정부에 신청했다. 회전식 손톱깎이는 사용자가 날을 원하는 각도로 쉽게 돌려 편안한 자세로 깎을 수 있도록 고안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한정식 보카스 사장은 "당시 특허 등록을 할 때만 해도 양상 제품이 나오기 전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먼저 특허를 낸 것은 중국에서 유사 상품이 만들어져서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당시 보카스는 중국뿐 아니라 대만, 일본, 미국, 한국에도 발명 특허를 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5억원이 넘는다. 중국에 특허가 정식 등록된 것은 신청 후 5년 뒤인 2008년이다. 특허가 등록된 후 회사는 곧장 보카스라는 상호도 등록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치로 중국 내수시장에 수출도 가능하게 됐다.
한 사장은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중국에서 좋은 상품이 있다고 하면 곧바로 카피해 팔기 때문에 제품을 수출하기 전에 미리 상표와 특허 등록을 마치면 좋다"고 조언했다.
"1년에 12~14번은 박람회에 참가했어요. 3년 동안 이렇게 다니다 보니 중국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 3. 현지 디자인·가격대를 찾아라
경식 MB주얼리 사장은 2008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국 현지 박람회에 참가했다. MB주얼리는 수제 귀금속 제조업체로 천연옥(비취·자수정) 위에다 금을 세공해 귀걸이와 목걸이, 반지, 팔찌 등을 만들어왔다. 2007년 처음 중국시장에 문을 두드렸지만 현지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고. 명 사장은 "국내의 인기 있는 제품을 갖고 나가면 되겠다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현지인들은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갸우뚱거리기만 할 뿐 구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명 사장은 중국 현지 박람회를 빠지지 않고 다녔다. 그는 전시회를 통해 얻게 된 중국 소비자의 취향과 정보를 곧바로 제품에 적용했다. 원석의 품질을 높이고 색상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꿨다. 디자인도 중국인 취향에 맞게 더 고풍스럽게 만들었다. 대신 가격은 시중에 판매되는 유사 귀금속보다 30% 이상 높게 책정했다. 처음엔 바이어들이 가격이 비싸다고 깎기를 원했지만 명 사장은 원칙을 고수했다. 어차피 중저가대 귀금속은 중국 현지 업체들한테 뺏길 것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에 고급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렇게 박람회에 다닌 지 1년 6개월이 되자 시장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박람회에 제품을 전시하기 무섭게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샘플로 가져온 제품은 금세 동이 났고 바이어들이 한 번에 억 단위로 계약을 요구했다. 품질과 디자인인 우수한 MB주얼리 제품은 박람회를 가는 곳마다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번 하얼빈국제경제무역박람회에서도 MB주얼리 부스는 장사진을 이뤘다.
명 사장은 "전시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과 제품, 가격대 등을 알아내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 쇼핑몰이자 관광명소인 '더 플레이스' 입구. 25m 높이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 아래 친근한 한국 브랜드가 눈에 띈다. 바로 국내 대표 베이커리 체인인 '파리바게뜨'다. 광장 한가운데 위치한 파리바게뜨는 현지인에게 프랑스 브랜드로 인식될 만큼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4. 브랜드 고급화에 공을 들여라
파리바게뜨는 2004년 상하이 구베이에 처음 1호점을 열었지만 시장 조사에 들어간 건 이보다 8년 앞선 1996년부터다. 이후 회사는 시장 조사를 꾸준히 했고 2002년에는 10여명의 본사 전문가가 상하이에서 2개월 동안 상주하면서 입지 조건과 시장 상황을 체크했다.
문상준 파리바게뜨 중국 베이징법인 부장은 "처음 중국에 올 때부터 합자는 어렵다고 봤고 실제 시장 조사를 해보니 합작해서 성공한 외식 브랜드가 거의 없었다. 중국에 1등 베이커리 브랜드도 1등 파트너도 없었기 때문에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독자 브랜드로 가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브랜드 고급화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등록하게 된 건 지난해 말이다. 그동안 '파리'라는 지역 상호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허가가 안 났지만 오랜 기간 브랜드를 구축하고 명성을 쌓은 덕분에 뒤늦게 등록할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의 공식 파트너로 대회를 후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단독으로 빵을 공급했다. 매장도 유럽식 빵을 갖추고, 커피 등도 함께 파는 '카페형 베이커리'로 꾸몄다. 유럽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인들의 방문도 늘었다. 중국 인기 영화의 PPL에도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베이커리협회에서 최고급 제과업체에 수여하는 '명성점'을 비롯해 '중국 10대 브랜드' 'AAA(신뢰·품질·서비스 우수 기업) 브랜드' 등에 선정되면서 전문가와 소비자가 손꼽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상하이, 베이징, 톈진 지역 등에 현재 58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14년까지 중국 내에 200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 1억원어치도 제대로 못 팔면서 중국은 땅이 크고 인구가 많으니까 잘만 하면 어디서든지 10억원, 100억원어치를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됐어요."
5. 목표·수량을 정확히 정하라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성리 SBA베이징대표처 관장은 "현지 박람회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제품력이나 기술력만 믿고 무작정 진출했다가 돈과 시간을 낭비한 기업들이 많다. 구체적인 판매 목표와 수량을 정하고 그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 현지 대리상(바이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땅이 큰 중국 특성상 직접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보다 핵심 대리상을 잡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대리상은 공급업체에 보증금(담보)을 걸거나, 일정 비율의 상품대금을 선지급하고 판매를 대행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대리상은 실력에 따라 크게 총대리상급과 지역 대리상급으로 구분된다. 총대리상급은 직접 국외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을 말한다. 평소 중국 총판(주로 상하이와 광둥성 등에 있음)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으나, 품목에 따라 직접 수입 판매할 수도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반면 지역 대리상급은 소재하고 있는 성(省)이나 시(市)만 맡을 수 있는 판매 네트워크를 갖춘 업체다. 상당수가 이에 속한다. 소재지역의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일종의 지역 도매상인 셈인데, 일반적으로 무역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회사 능력상 수입을 하더라도 소량에 그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제대로 된 대리상을 잡기 위해선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중국 사업가는 "중국 사람들은 서로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흔히 한국 사람들이 빨리빨리 하고 중국 사람들은 만만디(慢慢的·천천히)라고 하지만 일단 파트너와 사업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천천히 하다가도 콰이디얼(快點兒·좀 더 빨리)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TIP 중국 수출가격과 소비자가격
중국시장을 잘 모르는 한국 수출업체들은 일반 소비재의 경우, 수출가격이 100위안(FOB·본선인도가격 기준)이라고 가정할 때 동일한 제품이 중국시장에서 200~250위안으로 판매되면 자사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비재의 경우, 수출가격이 중국 소비자가격의 3분의 1 정도 수준에 달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중국시장에서 판매 가능하다. 100위안짜리 화장품을 예로 들자면, 통관 시 관세 10%, 소비세 8%를 더하면 118위안, 여기에 부가가치세 17%를 더하면 약 138위안이 된다. 해상과 내륙운송 비용, 통관잡비 등을 추가할 경우, 수입상 창고의 입고가격은 약 152위안 정도가 된다. 중국은 지역이 광대해 수입제품의 총대리상(총판)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省)별로 총판을 두고 또한 성별 총판은 관할지역 주요 도시에 판매점을 통해 판매하는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치게 된다. 마진율을 중국 총판 10%, 성(省) 총판 20%, 판매점 40%로 잡으면 화장품의 최종 소비자가격은 281위안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료:SBA 북경서울무역관
인터뷰ㅣ베이징 대표하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 만든 신자상 애강산(愛江山) 회장 상위 5% 겨냥해야 승산 있어
중국 베이징에서 최고 한식 레스토랑을 물으면 이구동성 '애강산(愛江山)'을 꼽는다. 애강산은 한국 사람보다 중국의 장관급 정관계 인사들이 더 자주 가는 곳이다. 영화배우 장쯔이나 장이머우 감독 등 스타들도 이곳을 찾는다. 2006년 리두에 1호점을 오픈했고 현재 베이징에 3곳(하이뎬 공원, LG트윈타워 등)이 있다. 1인당 평균 가격이 1200위안(약 20만원)을 훌쩍 넘지만 예약하지 않고선 먹기 힘들 만큼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애강산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에서 한식은 외국 음식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다. 중국 음식과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애강산이 일반 한식당보다 비싸지만 중국 최고 고급 음식 가격의 3분의 1 가격 수준이다. 제대로 된 한식을 먹고 싶거나 대접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의외로 음식이 토속적이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맛이어야만 중국인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한식 세계화도 마찬가지다. 한국 고유의 맛을 지켜나갈 때 한식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다. 한국 음식의 기본이 되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은 이미 수천 년 역사를 통해서 맛으로 검증이 끝난 음식이다. 어설프게 퓨전을 시도하다 보면 정체불명의 음식이 되고 만다.
올 1월에 '만(MAAN)커피'란 커피전문점도 내놓았는데.
중국의 커피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중국은 차 문화가 강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지만 의외로 반응이 뜨겁다. 현재 베이징 내 6곳에 공사하고 있고 올해 30개까지 직영점을 늘릴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는 의외로 적게 들린다.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앞으로 중국에서 사업할 때는 상위 5%를 겨냥해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나머지 95% 시장을 보고 시장에 뛰어들어선 성공하기 힘들다. 그만큼 똑똑하고 발 빠른 사람들이 중국에 많다. 외식업만 해도 조선족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승부를 내기 힘들다. 사업하려는 사람들은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를 고급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처음 중국 진출할 때는 합작보다는 단독으로 하는 게 좋다. 어렵더라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최고 브랜드를 만들고 난 다음부터 다른 성과의 합작은 저절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