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여자의 책임
정용상(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이름을 좀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상법(제24조)에서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그 허락한 자를 영업주로 알고 거래한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그 타인(명의차용자)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부로 나타난 상황을 믿고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사회생활을 하는 중에 이러한 명의대여를 하면 본의 아니게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름이나 상호를 사용토록 남에게 빌려 주는 것은 신중을 필요로 한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허락이라 함은 양자간의 명의대여계약에 의함은 물론이고, 명의대여자의 일방적인 동의·승인 등으로 행해질 수도 있다. 특히 허락은 묵시적으로 행해질 수도 있다. 타인이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저지하지 않거나 묵인한 경우도 허락한 것으로 본다.
타인에게 명의를 대여한 경우에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와 함께 선의(명의대여사실을 모르는)의 거래상대방인 제3자에게 연대책임을 지는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첫째, 성명이나 상호는 물론이고, 호적상의 성명이 아닌 아호·예명·약칭 등을 사용한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장나라’라는 예명의 유명가수가 음반을 판매하는 상인에게 ‘장나라의 집’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했다면 명의대여가 된다. 또한 성명·상호 등의 명칭에 지점·영업소·출장소·현장사무소 기타 명의대여자의 영업소로 여겨질 만한 명칭을 부각시켜 사용하게 하는 것도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시키는 외관이 있으므로 명의대여에 해당된다. 그러나 거래시에 세무처리를 위해 필요한 납세번호증 사본을 타인에게 사용케 하는 것 정도는 명의대여라 할 수 없다.
둘째, 명의 대여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일반적인 적법한 명의대여의 유형으로는 어떤 상인이 자기의 상호로 영업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상호로 영업을 하도록 허락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자신의 영업을 타인에게 임대하는 영업의 임대, 타인에게 자기영업시설의 일부를 임대하면서 임차인이 임대인의 상호에 부가한 형식으로 상호를 사용하는 영업시설일부의 임대 등의 경우도 명의대여자의 책임이 인정된다. 후자의 경우 ‘갑백화점’의 일부를 임대하면서 ‘갑백화점 식품부’라는 상호로 영업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 외에도 대형공사에 있어서 수주를 한 적격건설업체가 하도급을 주면서 외관상으로는 직접 공사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 수출입면허를 가진 종합무역상사가 무면허 오퍼상에게 수수료를 받고 그 명의를 빌려 준 경우에도 명의대여관계가 생길 수 있다.
반면에 위법한 명의대여의 유형으로는 면허대여의 경우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인․허가사업에서 영업을 하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 행정관청의 면허 등을 얻어야 하고, 이러한 면허를 얻지 아니한 자가 그 영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면허 등이 있는 자로부터 그 명의를 빌리는 것이다. 이것은 위법한 명의대여로서 특별법에 의하여 금지되므로, 이에 위반하여 명의대여를 한 경우에는 명의대여자가 당해 특별법에 의하여 처벌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 대여행위가 당사자 사이에서는 위법행위로서 무효가 된다. 그러나 명의를 대여받은 자가 그 명의로 제3자와 거래를 했을 때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는 보호되어야 하므로 설사 위법일지라도 거래 상대방인 선의의 제3자의 보호를 위하여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셋째,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상대방이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한 경우인데, 오인의 의미는 명의차용자가 명의대여자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서 거래를 하므로, 상대방은 이 거래가 명의대여자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법은 명의대여사실을 모르고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제3자의 불측의 손해를 막기 위하여 명의대여자에게 연대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연대책임은 명의차용자의 채무를 보증한다거나 대신하여 변제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한다는 의미이므로, 거래상대방은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중 그가 선택하는 누구에 대하여도 전액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명의대여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범위는 명의차용자의 영업상의 거래와 관련하여 생긴 채무에 한하므로, 명의차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나, 단순한 개인적인 채무와 같이 거래관계 이외의 원인으로 인하여 생긴 채무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한 명의차용자의 거래로 인한 채무라 하더라도 그 채무는 명의대여자가 허락한 영업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산물매매의 중개영업행위를 하도록 명의대여를 했는데 명의차용자가 냉동명태를 거래한 행위에 대해서는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없다. 또한 정미소의 경영에 관한 영업행위를 하도록 명의대여를 했는데, 명의차용자는 정미소의 점유부분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해서도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는 영업범위외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명의대여자가 영업에 관하여 명의대여를 하고 명의차용자가 이 영업과 관련한 어음행위를 함에 있어서 명의대여자의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 해석상 논란이 있긴 하지만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의 연대책임을 인정한다.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의 거래상대방에 대한 책임을 부담함에 있어서 보증책임을 지거나 변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의 청구가 있으면 전액 책임을 지게 되므로 사회생활, 특히 영업을 하는 상인에게 자신의 상호나 성명을 사용토록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허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후사정을 잘 파악한 다음에 명의대여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학장도 깜빡 깜빡 하누 ???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