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말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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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말 지키기

최원익 6 1,257

강릉 말 지키기 첫 세미나

"여러분 마커 방굽소야. 날이 데우 마이 따땃해졌잖소(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날씨가 아주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올봄에 그 아전매루 달르게 날궂이 마이 하구 지질거렌데요. 그 나불에 영껭이불인 봄불 걱정으 요항 들구 말구랬지요(올봄엔 예년과 달리 비가 많이 왔는데요. 덕분에 산불 걱정을 많이 덜었습니다)."

얼핏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말들이다. 하지만 강원도 강릉에 가면 어르신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사투리다.

강릉 출신의 이익섭(73)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25일 강릉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사라져 가는 강릉 사투리 보존을 위한 제1회 학술 세미나에서 강릉 말들을 발표했다.

강릉 사투리에는 여성들만 쓰는 말이 있다. '우떠 여서 이러 만내는과(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만나느냐). 아이구 자내잔가. 이 눈찔에 어레 왔과(아이구 자네 아닌가. 이 눈길에 어떻게 왔느냐). 그 말이 한 개두 안 틀리는 같으과(그 말이 하나도 안 틀리는 것 같다).' 이처럼 '~과'로 끝나는 문장은 강릉에서도 여성들만 쓰는 사례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젠 할머니들만 겨우 알아듣는 잊혀진 강릉 말도 있다. '우리 하르버이는 우떠 그러 재미동지거 읎는지(우리 남편은 어째 그렇게 재미가 없는지)' '재미동지'는 '재미'의 사투리다. '디디미쌀'도 마찬가지다. 디디미쌀은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에 도착해 가마에서 내리면서 첫발을 딛도록 쌀을 담아 놓은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강릉 사투리의 과학적 장점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강릉 사투리는 말을 길고 짧게 발음하는 음장(音長)과 말의 높낮이를 가리키는 성조(聲調)를 뚜렷하게 구분해 발음한다"며 "강릉 사람들의 음장과 성조 구별 능력은 놀라운 경지"라고 했다.

이밖에 '마커(모두)', 쫄로리(나란히)', '씨갈이(종자·種子)', '미데기(쓰나미·해일)', '동고리(무등)', '느르배기(새총)', '땀바구(땅방울)', '소꼴기(누룽지)', '장개장개(아이에게 손으로 장난하는 곤지곤지)' 등 구수한 강릉 사투리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
정겹고 구수해 인기가 높은 강릉사투리(강릉말)에는 말의 길이나 높낮이를 뚜렷이 구분해서 발음하고 여자들만 쓰는 말이 있는 등 어디에도 없는 귀중한 언어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빠른 속도로 붕괴해 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25일 ㈔강릉사투리보존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강릉방언의 개성과 그 가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강릉말을 온전히 구사하는 농촌 주민들의 노령화로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정말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 뻔하다”라며 이같이 걱정했다.

이 교수는 “강릉말은 말의 길이나 높낮이인 음장(音長)과 성조(聲調)가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따라 말의 뜻이 달라지는 단어들이 참 많고 활자로 인쇄할 때는 찍을 수도 없는 아주 귀하고 귀한 언어요소들이 가득한 특징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서 ’아이들의 말(兒童之語)’이나 ’시골말(邊野之語)’에 혹간 있으니 필요하면 쓰라고 ’ㅢ’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고어의 흔적이 강릉말에는 그대로 남아 있고 ’-과’처럼 여자들만 쓰는 말이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꽤 있어 아주 귀중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릉말에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정말 귀중한 보석이 많지만, 그것이 지금 격랑에 휩쓸려 빠른 속도로 붕괴돼 가고 있는데 그 속도를 줄이는 길은 ’공부’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대 김봉국 교수는 ’강릉말의 보존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강릉말의 보전과 발전을 위해서는 어휘자료의 지속적인 발굴과 체계적인 정리, 관용적 표현이나 속담 발굴, 구술발화에 대한 자료수집과 정리, 웹데이터베이스 구축, 개방형 강릉방언 사전의 출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강릉사투리보존회 조남환 회장은 “강릉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문화유산인 강릉사투리의 보존을 위해 앞으로 강릉 고사를 인용한 사투리 코믹 연극, 콩트집 발간, 노인 사투리 교실 운영, 문화와 관광, 숲 해설사에 대한 안내말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omments

박두현
최회장 좋은 정보 고맙네.
덕분에 마커가 무슨 뜻인지도 알았소. 마커 방굽소야 !!

임우순
강원도도 사투리가 매우 많구나...방언연구에 표준어를 잘 정화시켜서 바른말 고운말을 많이 써야 되겠네그려,,,
좋은 정보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용상
정겹네요.
정진앙
정겨운 우리말이구요, 강릉 사투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랍습니다.
우리말 고유 사투리들의 어감을 보면 정말 정겹지요!
이승준
마커~ 재미동지거 있네~
고경웅
구수하고,, 정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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