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독비행........공포의 사창리 골짜기....

자유게시판

첫 단독비행........공포의 사창리 골짜기....

김수원 6 1,222
(이 글은 조종동기회 홈에 올린 글을 항공기를 잘 모르는 동기들이 이해가 쉽도록 재 편집해서 올리니 관심있는 동기들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계사년을 맞아 모든 동기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1978년 이른 봄 어느 날 지금은 핼기 착륙장으로 변한 것으로 알고있는 화천군 사창리 꼴짜기 사이에

자리하고 있던 사창리 R-317 생지 비행장(비주둔 비포장 비행장)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몇번씩

그곳으로 비행을 해본 조종사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쪽은 비포장 도로가

또 한쪽은 논바닥이 있어 잘 구분이 안되고 활주로 위에서 360도 회전이 가까스로 가능한

지상활주 회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뒷 바퀴가 활주로 바깥으로 벗어날 정도로 좁고

착륙 지점을 조금만 OVER해도 착륙이 어려울 정도로 짧은 27사단 비주둔 생지 비행장 이다.

남쪽방향에서(사창리 읍) 어프로치하면 교회 종탑과 그앞에 큰 미류나무가 있어 엉덩이에 다을 듯한 기분이 들어.....
착륙하기 위해선 종탑을 지난 뒤 곧바로 가파른 급강하로 접근해야 하고.........
북쪽방향에서(명월리에서 진입) 어프로치하면 높은 산 계곡사이로

회오리 바람이 몰아쳐 가끔씩 조종간이 먹히지 않을 만큼 콘트롤이 무척 어렵고........

배풍로와 터닝 배이스 지점이 높은 산을 끼고 돌아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정말 까다로운 비행장이었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앞서 말했지만 비행장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예상치 못한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변하여 이착륙을 어렵게 하는 곳으로 육군항공의 웬만한 고참 조종사들도 혼이 나는 곳이어서
사창리로 비행임무 나오는 것을 피할려고 한다 .
그 당시 어느날 공지합동작전에서 공중폭격을 유도하는 공군 O-1기가 공지작전 지원차 사창리 비행장 상공에 왔었다.
마침 사단에 나와있는 공군 공지연락장교에게
사창리 비행장에 Touch & Go를(착륙하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활주로에 바퀴만 살짝 찍고 다시 상승하는 비행훈련의
일종임) 하도록 공군기에 부탁해 보라고 하였더니 3번이나 활주로에 접근을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었다.
(사실 공군기들은 큰 비행장에서 만 이착륙을 하기 때문에 전방의 좁고 작은 비행장에서는 엄두를 못낸다)
다시 본 이야기로 들어가서................

독실한 불교신자이신 조종 도사로(실제로 비행기 안에도 염주가 있슴) 유명한 사단 항공대장 문대식 중령님의
열렬한 가르침에 잘 못하면 죽도록 기합 받아가며 한달 동안 이 곳에서 이착륙 훈련을 받았고
드디어 사창리 비행장에서 단독 비행임무 가능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항공대장의 책크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 대장님을 태우고 춘천 샘밭 비행장을 이륙하여 사창리로 향했다.
이륙 시 기상조건은 좋았다. 터브란스도 없었고 하늘 상태는 조용했다.
그러나 사창리에 다가 갈수록 산악풍이 불어 기류가 불안정 했고 비행기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창리 비행장에 착륙하기 위해 멀리 복주산(1130미터)을 바깥으로 끼고 돌아
명월리에서 다목리로 넘어가는 수피령 고개 위를 스치듯 지나쳐
양쪽에 높은 산들이 있어 골이 깊은 사창리 계곡 Final Leg에 진입하여 직진 하강 접근을 하는데
산악풍으로 인한 난기류때문에 조종간으로 콘트롤이 어려울 만큼 비행기가 심하게 아래 위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대장님에게 오늘 그만 춘천 비행장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싶은데.......대장님의 위압에 눌려
감히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비행 태스트를 받다니 재수 더럽게 없네.....라고 속으로 투덜대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깡술 먹고 맨땅에 해딩하는 기분으로....... 깡다구로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설마 내가 탄 비행기가 떨어져 죽기야 하겠는가......라고 자위하면서 대장님의 코치아래 겨우 비행기를
활주로 위에 내렸다.
여기서 잠깐......조종사 교육을 단계별로 이야기 하자면
 
1단계로 조종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책크하는 관숙비행을 거쳐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고공 공포증이 있는지 비행에 적합한 체질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항공학교 입교 첫날 교관조종사가 직접 비행하면서 비행적응 합격여부를 가린다.
물론 간혹 이전에 여객기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처음 약한 단계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공중곡예비행까지 하는 것이 보통인데...대부분은 중간단계까지 만 한다.
고공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머리를 비행기 바닥에 내려 놓는다.
또 땅에 내리자 마자 토하거나 어지러움, 창백한 얼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탈락이다.
1단계에서 탈락하는 사람들도 매 기수에 몇명씩 나온다.
여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곧바로 원대복귀를 시킨다.
 
2단계 비행교육은 기본비행 기술을 (주로 이착륙 절차) 가르치며.......본격적으로 조종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관숙비행 다음날부터 바로 조종석에 태우고 교관조종사와 조종간을 공유하며 교관조종사의
조종술을 손으로 그리고 몸으로 전수받는 단계다.
어느정도 숙달이되면 조종학생이 모르게 교관이 조종간을 잡지 않는다.
조종학생도 언제 교관이 조종간을 놓는지 모른다.....다만 교관이 손끝으로 전해 준 감각을 살려 조종한다.
 
3단계는 혼자 비행기를 이착륙시키는 단독비행인데......난생처음 혼자서 하늘을 나는 것이다.
단독비행은 항공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다. 드물지만 단독비행 시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탈락자들에게 한두번의 기회를 주지만 그래도 안될 경우에는 퇴교 시킨다.
여기에서 많은 조종학생장교들이 탈락을 하게 된다. 물론 퇴교되면 원병과로 간다.
 
4단계는 야전부대에서 수행해야 할 전술비행 기술을 배우고 기본비행 기술을 숙달하는 과정이다.
즉 항공학교의 마지막 단계이며 이 단계가 끝나면 자대로 배치를 받는다.
항공학교 졸업 시 필수비행시간은 130시간이다.
 
5단계는 야전부대 배치후 각 군별로 신임조종사 집체교육을 한달간 각군 사령부 항공대에서 실시한다.
이 과정은 각군별 지형숙지와 전술비행을 훈련시킨다.
 
6단계는 자대에서 사단 항공대장 주관하에 임무수행 비행 기술을 배운다. 이과정은 통상적인 비행임무를 수행하면서
틈틈히 하는데 지휘관에 따라 비행훈련을 많이 하는 부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부대도 있어
이때부터 조종사들의 기량과 비행시간에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그 이외 회전익(핼리콥터)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기종을 조종하기 위한 기종전환 교육이 있다......이때는
조종교육이 그렇게 빡쎄지 않다.
이미 조종사가 되어 비행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존 조종사들이기 때문에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사창리 비행장에서 내린 후
대장으로부터 단독비행에 대한 몇가지 주의 사항을 흘려 들은 뒤 비행기에 올랐다.
약간은 떨리면서도.....또 다시 비행훈련을 받는 고생을 하지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꼭 패스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스로틀 레바를 앞으로 밀었다.
그러나 비행기는 마음같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산골짜기에 강한 난기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활주로에 착륙이 어려워 복행(착륙 실패 시 다시 상승하는 것) 을 세번이나 하였고
나중에는 기진맥진 반 혼이 나간 상태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조종간을 휘어잡고 바람과 싸운 결과
비행기를 활주로 끝 착륙 지점에 겨우 내려 앉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행기가 가라앉지 않고 위로 떠 올랐다.(순간적인 회오리 바람으로 인한 상승 기류를 만난 것 같음)
아마도 그 높이가 5미터가량 되었을까
지금 못 내리면 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활주로를 반 이상 넘어간 상태에서 스로틀 래바를 컷트하고 조종간이 빠질 정도로 뒤로 잡아 당겼다.
강제착륙을 한 것이다.
밑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은 한참이 되는 듯 하였고 바운딩 된 비행기가 얼마나 튀어 오를 것인지.......

루프(착륙방향유지 실패)가 들어가지나 않을지......랜딩 기어가 부서지지나 않을지........
순간적으로 별 생각을 다했는데.................

한두번 정도의 약한 바운딩이 있었으나 튀어 오르지는 않았다.
활주로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어 비행기의 강한 바운딩을 흡수하였기 때문이었다.
순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반복 교육으로 숙달된 몸짓으로 라다(방향타)를 정신없이 차면서

비행기가 안전하게 굴러 가도록 애쓰는 중에 비행기는 100 미터도 굴러 가지않고 정지하였고

정신 나간 나는 비행기가 정지하고도 한참이 지날때까지 라다를 열심히 차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계류장으로 돌아와 엔진 STOP, 올 스위치 오프를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오니 염라대왕같던 문 대장님은

의외로 GO ROUND(복행)를 잘 했다고 칭찬을 하였고 나는 멍한 체로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당연히 단독임무비행에 통과할 수 없을 것이고.....또 한 바탕 기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잘 했다는 칭찬과 함께 그 다음부터 사창리 단독 비행임무를 부여 받았다.

아마도 그때 문 대장님이 단단히 기합을 줄려고 별렀으나
비행기에서 내리는 나의 몰골을 보고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은 비행훈련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시키신 분이었다.

그분의 가르침으로 어렵다는 절선착륙 (공군들도 어려워 하는) 까지도 마스터했으니까.............

문대식 중령님 소문에 스님이 되셨다고도 들리는데...............................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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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ROTC
아슬아슬한 착륙기 스릴도 있고 재미있네.
이제는 노련한 조종사이니 여행중에 비행기 기장이 문제가 생기면 대타로 조종간을 잡아도 되겠네.
글 감사!
정재화
이정택(광운대).최형경(전남대) 두분의 항공장교님은
현재 대한항공 수석기장으로 재직하고있지요.
김수원동기의 생생한 항공훈련 일지
감동적입니다.
임우순
스릴있는 비행 멋이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수원
먼저 저의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 주신 동기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정택과 최형경은 대한항공 747 수석기장으로 현역 민항기 조종사입니다. 이정택은 항공학교 고정익조종79기 과정을 1등 졸업하였고 단독비행도 제일 먼저 나갔어요. 최형경은 손재주가 뛰어나 현역시절 나무로 깍은 모형 비행기가 아직도 항공학교와 항공대에서 비행교육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전설처럼 남아 있다고 합니다. 2명 모두 조종기술이 뛰어난 동기들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내가 타고 가던 비행기의 조종사들이 문제가 있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된다면 콘트롤 타워의 무선유도 안내 또는 기내 조종사의 구두지시가 된다면 어렵겠지만 어느정도 조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 그런 경우도 외국에서는 있었다고 합니다.
최해원
니 울산군단 참모회의에 참석하여 신고부터 하거라 ~~~~~~~~~~~~~~
3월 15일 날 비워놓쿠 비상대기 하거라 ~~~~ 출동 명령 떨어지면 재깍 출동해라 !!
서옥하
참 대단하네! 하긴 사람 몸값보다 훨씬 비싼 비행기를 조종할려면 훈련강도가 높아야겠지!
모르기는 해도 김수원 동기가 훈련받던 그시절보다 비행기 자체 기능이 많이 개선되었을테니, 지금은 조금은 쉬워졌을라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소공포증은 당연히 있을테니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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