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사
존경하는 참모총장님! 이 자리를 빛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오늘, 35년의 현역생활을 마치고 명예롭고 자랑스럽게 걸어왔던 정든 군문을 떠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 전역식 행사를 이처럼 의미있고 성대하게 마련해 주신 존경하옵는 총장님과.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동기생 및 / 선.후배 전우들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러모로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육본 부.실.단장을 비롯한 관계관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특히, 일평생 국가를 위한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조국 대한민국과 우리 육군에 무한한 충 성을 바칩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35년의 군 생활은 의미있는 긍지의 나날이었습니다. 77년도 ROTC 15기로 임관하여 삭풍이 몰아치는 GOP 전선으로부터 해안선, 산악지대 등 전.후방 각지와 정책부서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인내.시련과 용기 등 많은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군인답게 행동해 왔습니다.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자세로 솔선수범하면서 균형된 시각을 가지고 공저하게 원칙 중심의 리더쉽을 실천하려고 고뇌하고 노력하였습니다. 모름지기 후회 없는 정도의 군 생활을 위해 그 하루하루를 노심초사, 동분서주한 가슴 벅찬 나날이었습니다. 더욱이, 현역생활 마무리를 이곳. 육군본부 감찰실장으로 근무한 것은 저한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훌륭하신 참모총장님의 지휘의도를 받들어 육군의 현실을 직시하고 전투력 향상과 부대 화합.단결의 일익을 담당 할 수 있었던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육군은 그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리더쉽 부재와 화합.단결을 저해하는 마찰요인이 다소 산견 되고있습니다만 그러나 현 김상기의 참모총장님 부임이래 공명정대하고, 탁월한 리더쉽으로 군심을 결집하여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육군으로 일지궁행 하고 있는 것은 육군의 행운이요 복덕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총장님을 모신 것이 영광이며, 앞으로도 육군 정책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충정과 고언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서산대사의 명언대로 ‘오늘 내가 남긴 행적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아들 혜원이와 / 며느리 주실이에게 반듯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정진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군인의 가족으로 동고동락하면서 늘 가까운 곳에서 어려울 때 / 격려와 위안이 되어 준 사랑하는 아내 (최천숙 여사)와 나날이 슬기와 지혜가 충만해가는 사랑하는 딸 혜련이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현역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제 2의 인생도 의미있고 보람차게 살아가겠습니다. 끝으로,다시 한 번 이토록 성대하고 감동적인 전역행사를 주관해 주신 존경하는 참모총장님과!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자리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동기생 및 친구 여러분! 또한,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전우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울러 행사에 고생하신 / 육본 관계관과 기수단 및 군악대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의 승리와 / 영광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1.12.20. 육군 소장 김 홍 배
아버지께 드리는 글
조훈현 바둑기사는 50년 동안 바둑만 두었다고 합니다. 그는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 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유후인 민예촌에 갔을 때 어느 할아버지는 팽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칼로 나무를 깎고 오색달록한 색을 입히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모습에서 오랫동안 그 일만을 했을 장인의 숨결이 느껴졌지요. 할아버지의 엄지손가락은 마치 팽이처럼 닳고 닳아 뭉툭했는데 참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한 길을 오랫동안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을 보면 깊은 감동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이 제 곁에도 한 분 계십니다. 바로 35 년 동안 군인이셨던 국가에 충성하고 위국헌신의 군인정신으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아버지, 김홍배 장군이십니다. 아버지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12년 전 고 3 딸인 저에게 아버지는 멀리 강원도 대관령에서 편지 한통을 보내셨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 혜련이에게.이제 가을도 저물어 낙엽이 지고 초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섰구나. 이 곳 대관령의 아침 기온은 영하로,얼음과 눈이 벌써 내렸다” 로 편지는 시작합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딸에게 아버지는 ‘진인사 대천명’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를 되새겼을 때 그 한통의 편지가 저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고 위안이었는지 아마 모르실 거에요. 군인이신 아버지의 가르침은 항상 그러하셨습니다. ‘남들보다 조금은 손해 보며 살아라’ 그래서 저희는 타인에 대한 겸손함과 배려심을 군인의 자식들이기에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자랐습니다. 명예! 저는 아버지를 통해 ‘명예’ 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진정한 명예를 가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명예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고고하고 순결한 정신이며, 정석을 지키며 인생을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높은 자리에 계신 아버지, 지난 35년 동안 아버지께서 어떤 군대 생활을 하셨는지, 타의 추종을 보이셨는지,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 하지 않으며 오로지 군인 정신으로 원칙과 신뢰를 지키며 우직하게 정도를 걸어오셨다는 것을 아버지께서는 아버지의 온 인생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삶을 통해 저희에게 여실히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 있는 저 역시 아버지의 ‘가장 명예로운 명예’ 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 항상 잊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그 명예로운 영광 뒤에 한결같이 아버지의 곁을 지킨 어머니를 말입니다. 대한민국 군인의 아내로서 쉽지 않았을 생활을 하고 가정을 지켜낸 어머니의 큰 존재를, 어릴 때부터 수 많은 이사를 다니고 정든 학교와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던 아들과 딸. 그러한 어린 시절을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적극성으로 우리의 삶속에서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저희들을 말입니다. 아버지가 항상 우리의 큰 우산이자. 버팀목이었듯이 우리 역시 아버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오늘은 대한민국 최고의 군인이신 김홍배 장군님과 그 가족들의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합니다. 전역식이 슬프지 않은 것은 군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 아버지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가장 명예로운 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하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걸어온 삶을 항상 응원하고 지지했듯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 역시 무한한 축복과 행복으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 유명한... 그리고 가장 진실한 “노병은 죽지 않는다.다만 사라질 뿐이다”
-김혜원, 김혜련 , 이주실 드림-
전역후의 새로운 시작은 감사와 사랑이 풍성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