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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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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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7

수학은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교과목, 그런데...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지난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와 우리 교육체계와 관련한 각 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었다. 이번 회와 다음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 관련한 마지막 이야기로서 지난 회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2회에 걸쳐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한세희 과학전문기자, 김도연 칼럼, 수학동아 등 보도기사 참조 및 인용)


최근에 초등학생 2229명에게 수학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거기에 참여한 학생 중 36.5%는 "수학이 너무 어려워 공부를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중학생(2755명 조사)에서 46.2%, 고교생(2735명 조사)에서 59.7%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그 폭이 증가하였다. 그동안 수학 과목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고 ‘수포자’ 문제도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현황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수학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 ‘수학 내용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 다음은 ‘배워야 할 양이 너무 많다’ ‘진도가 너무 빠르다’ ‘선생님 설명이 어렵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그렇다면 수학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길 래 우리 학생들에게 외면 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는가, 수학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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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1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고등과학원에서 필즈상 수상을 기념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수학은 자연과 인간 세계의 모든 현상을 정밀한 체계 속에서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학문이다. 피타고라스는 "수(數)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간파했다. 인류가 하나, 둘, 셋을 개념화 하고 이를 1, 2, 3이라는 기호로 나타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예를 들어 ‘1+1=2’라는 수식들은 인류 문명의 모태가 됐다. 지혜의 결정(結晶)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 때 배우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즉 직각삼각형에서 세 변의 길이가 갖는 관계인 ‘a²+b²=c²’도 세상을 뒤바꾼 방정식이다.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2500여 년 전에 오로지 스스로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증명한 것이다.


어린 아기에게 있어서 세상사는 모든 것이 신기한 일일 것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손을 움직여 만져 보고 심지어 혀로 핥아 보기도 하지만, 보통은 성장하면서 그런 호기심은 모두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이를 간직하며 성장한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별로 쓸모도 없었을 것들에 대한 정리를 위해 피타고라스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을까.


그리고 현대사회에서의 피타고라스 정리가 지닌 유용성은 그야말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지상의 거리를 알아낼 때 그의 정리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수학은 문명 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다른 어느 자연과학보다도 그 실제적 영향을 체감하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허 교수의 연구 업적도 미래에는 인류의 삶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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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필즈상’(Fields Medal)은 국제수학연맹(IMU)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만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의 상이다. 2022.7.8

 

수학은 학생들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교과목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가장 외면 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있어서의 수학은 쓸데없는 암기와 지루한 반복학습이 요구되는 짜증나는 과목이 되었다. 급기야 수학을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는 의미의 ‘수포자’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오를 정도가 된 것이다. 최근의 한 설문 조사대로, 고등학생 세 명 중 한 명은 스스로를 수포자라 이야기할 만큼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 되었다.


수학을 이용하는 명징(明徵)한 사고력은 자연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세기 가장 빼어난 경제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존 케인스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는 ‘확률론’이다. 우리 고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에도 포함돼 있는 확률과 통계는 실생활과 가장 연관이 깊은데, 수능에도 자주 출제되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포자라면 다섯 개 답안 중 하나를 찍어 정답을 맞히는 20%의 확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런 행운이 몇 개 성공하면 학생들은 이를 수능 대박이라 부른다.


또한, 확률론에 있어서 2012년 호암상을 수상한 옥스퍼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는, 확률적 사고, 혹은 수학적 사고를 통하면 주어진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편견 없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능이 상당히 높은 젊은 여자(남자) 대부분은 자기보다 훨씬 열등한 남자(여자)를 선택해 결혼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편견에 따라 다양한 답을 제시하지만, 사실 그 정답은 단순한 확률에 있다. 즉, 지능이 상당히 높은 배우자보다 그 배우자가 열등할 것은 확률적으로 당연하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필즈상을 받은 허 교수는, "수학 연구는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돌파하는 과정이다. 인간이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고 또 얼마나 타인과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라던 그의 수상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허준이 교수는 초등, 중등, 대학으로 이어지는 모든 국내 교육과정에서 그는 부적응자였다. 매 단계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그를 밀어냈다고도 볼 수 있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재능의 수난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합리적 사고가 부족하고 서로 소통이 결핍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허 교수는 어둠을 밝히는 긍정의 등불이 되었다. 그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은 학생이 수학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교육혁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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