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9 <br>오래된 정원에 거름주기 - 한류산업진흥 기본법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국악진흥연구소 소장, 사회문화 칼럼니스트)
문화(文化)의 기본적 의미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게 그리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 양식의 과정을 말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다음 사전 참조)
문화란 현재 타고 있는 불꽃을 문화라고 하지 않는다. 문화란 저 깊은 곳에서 마그마처럼 오랫동안 끓고 있다가 마침내 화산으로 폭발할 때 생기는 축적된 지열(地熱) 같은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문화를 다지고 문화 예술의 정원을 가꾸는데 마그마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렇게 축적된 지열 같은 문화를 다져온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우리 문화 예술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조상님들이 물려 주신 가난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는가.
가장 현대적인 것을 만들려면 가장 오래된 정원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 묵은 정원에서 기막힌 다양한 꽃들이 피지 않는가. 선조들이 만든 오래 묵은 정원 속에서 기막힌 꽃들이 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오래 묵은 정원이 국악이고 전통문화이다. 그 오래 묵은 정원에서 피어난 기막힌 꽃들을 ‘한류(K-컬처)’라고 부른다. 앞으로 잘 가꿔질 그 기막힌 미래의 꽃들은 과연 가격이 얼마나 될까?
지난 9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 관련 최초의 법령인 '한류산업진흥 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한류산업진흥 기본법'은 한류 산업과 연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한류, 한류산업, 한류 연관산업 등의 법적 정의를 처음으로 명시해 한류 관련 정책 대상과 목표를 명확히 했다. 또한 한류산업 등의 진흥을 위한 범정부 기본계획 수립과 한류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국가적 지원시책을 규정하고 있다.
한류산업 및 한류 연관산업의 진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의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그리고 그동안 흩어져 있던 한류와 관련한 정책들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류 관련 동향 파악을 위한 정기적 실태조사 실시 ▲문화상품 및 한류 연관상품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 ▲한류산업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일원화한 한류산업정보시스템 구축 ▲한류사업자의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 지원 ▲지식재산권(IP) 보호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이번 법안에는 문화상품의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한류산업'뿐만 아니라 한류의 확산과 수출 연관성이 높은 상품에 대한 지원까지 폭넓은 지원을 규정하고 있어 식품 등 소비재, 관광 수출액 등 한류와 관련된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K-콘텐츠의 매력을 전 세계로 확산'을 선정하고 관련 법 제정에 힘써왔다. 이번 ‘한류산업진흥 기본법’은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공동발의하여 제정된 법으로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다.
문체부는 법안 통과를 계기로 한류산업 등의 진흥에 관한 범정부 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민간사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시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한류는 우리 문화를 확산하는 것에서 나아가 막강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총괄·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었다"며 "한류 진흥과 한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부의 안정적 지원이 절실한 만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준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 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8월 19에 제가 대표 발의한 「한류산업진흥 기본법」 제정 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제정법임에도 불구하고, 22대 국회 개원 4개월여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라고 말하며 "특히, 임오경 간사님의 법안과 협치하여 진행된 만큼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그리고는 "우리 한류산업이 세계적인 영향력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 법안이 관련 산업의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선조들이 만들어 준 오래 묵은 정원 속에서 피어난 기막힌 꽃이 ‘한류(K-컬처)’이다. ‘한류산업진흥 기본법’에 의해 우리 한류산업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장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극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