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6<br>(사)국악진흥회’의 출범을 축하하며
진짜 창조적인 것은 위기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창조는 천재적인 것이 아니라 미리 대비하고 분석하다 보면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이 한 명이면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람이 많으면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교류를 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어령 교수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고 했다. 옛날 이야기에는 한 개의 화살은 꺾이지만 다섯 개의 화살이 모이면 못 꺾는다고 했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서는 다르다. 오히려 각기 흩어져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화살이 꺾여도 남는 화살이 있기 때문이다. 요인(要人)들이 흩어져 있으면 지휘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 구조가 허물어지지 않는다. 미사일이 날아와 한 군데를 폭격해도 다른 곳은 살아남을 수 있다. 네트워크 체제를 폭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조를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돌연변이’이다. 기승전결에서 ‘전(轉)’에 해당한다. 컴퓨터 같은 시스템으로는 나올 수 없는 것이 창조다. 그런 것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다. 그 돌연변이적 순발력에서 나오는 임시변통의 창조물을 브리콜라지(bricolage)라고 한다. 산에서 갑자기 지팡이가 필요할 때 나뭇가지를 사용하거나 대장장이의 기술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들을 브리콜라지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악계에서 브리콜라지의 현상이 나타났다.
브리콜라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국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당연히 국립국악원 등이 국악진흥법 제15조에 의해 국악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맡게 되었는데, (사)한국국악협회가 그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악인들은 국악협회가 국악계의 의견을 모으고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역할과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차에 브리콜라지의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사)국악진흥회가 지난 4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 인가를 받으며 공식 출범하게 된 것이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단법인 국악진흥회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는 국악진흥법 통과 직후인 2023년 8월 16일에 국가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사단법인 국악진흥회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2023년 7월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설립 준비는 2년 가까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회의와 심의, 공연과 세미나를 거쳐 왔다. 그리고 2023년 8월에는 창립총회, 11월에는 ’국악진흥법 제정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의 세미나, 12월에는 국립극장에서 ’국악진흥법 제정 기념 희설(喜設) 공연‘을 개최하면서 법인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여 왔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영희 이사장은 ”국악인들이 사회적으로 더 존중받고, 전통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이번 법인 설립의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국악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진흥을 위한 실질적 시스템과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이번 국악진흥회의 출범은 그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국악진흥회는 정관에 따라 국악의 보존·계승·진흥·연구 및 국악 전문인력 양성, 국제교류 및 해외 공연, 국악 방송·공연 콘텐츠 기획, 장애인·다문화 가족을 위한 국악 실기 프로그램, 국악상 및 축제 운영 등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11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해서 분야별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임웅수 부이사장은 "2년에 가까운 준비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보완과 검토를 거쳤다”며 "이제 국악인들과 함께 국악의 가치와 위상을 더 높이는 실질적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조는 미리 대비하고 분석하다 보면 남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창조적인 사람이 한 명이면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람이 많으면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교류를 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게 (사)국악진흥회는 창조적인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일궈낸 좋은 결과물이다.
(사)한국국악협회와 (사)국악진흥회는 오래된 정원에서 탄생한 이란성 쌍생아와 같다. 양쪽의 정관도 비슷하다. (사)국악진흥회는 국악진흥법에 의해 탄생된 돌연변이적 창조물이다. 국악진흥회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국악협회의 몫까지 다할 것을 당부한다. 그래서 한국국악협회가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가 되도록 지혜가 모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악진흥회가 새롭게 융합하고 통섭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악진흥을 위한 실질적 시스템과 공동체로서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교류를 강화함으로써 국악계의 대단합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비영리법인 설립 인가에 대한 취지도 거기에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국악진흥회의 발전은 물론, (사)국악진흥회의 노력에 의해 전체 국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다시 ’(사)국악진흥회‘의 출범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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