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0 ‘경상남도 국악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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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국악 이야기 20<BR> ‘경상남도 국악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잘 가꾸어진 오래된 정원에 다색다양한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그 꽃들은 다시 갖가지 화병이나 화분에 포장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오히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다. 그 꽃의 이름은 K-컬처이다.

 

K-컬처의 영향으로 북미에서는 한글을 배우는 인구가 70%나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인구는 미국에서 거의 제자리라고 한다. K-컬처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K-컬처는 K-팝이 선도하고 K-푸드가 공격적 경영으로 성과를 내면서 K-무비, K-드라마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맵고 짠 음식으로만 인식되던 K-푸드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K-컬처에 ‘K’라는 숟가락 얹는 데에만 신경 쓸 뿐 ‘K-컬처’ 개발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장르들이 있다. 특히 음악계가 그런 것 같다.

 

100년 동안 서양에서 수입한 음악만 연주하다 보니 K-컬처에 대한 불감증도 존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00여 년 동안 축적된 서양음악 장르의 음악적 인프라를 오래된 정원에서 꽃을 피우듯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품이 연주된다면 자연스럽게 ‘K-클래식’의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류(韓流)라는 K-컬처의 이름도 우리나라에서 명명(命名)된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악진흥법’이 시행 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악인들은 국악진흥법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지 못하다. 특히 대다수의 국악인들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에서는 국악진흥법 시행에 대한 관심 조차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경상남도에서 "‘경상남도 국악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그것은 경상남도 의회의 임철규 의원이 주도하는 것으로서 지방자치 단체에서 국악진흥법 관련 정책 토론회는 첫 사례인 것 같다. 국악인이라면 누구나 국악진흥법이 시행되고 조속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국악인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서만이 가능하다. 사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는 국악진흥법을 인지하고 있기만 해도 다행이다. 대부분은 무관심할 거라는 생각이다.

 

임철규 경남도의원(국민의힘, 사천1).jpg 임철규 경남도의원(국민의힘)

 

임철규 도의원은 평소 지역의 국악인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손양희 명창(경남 ‘수궁가’ 예능보유자 후보)에 의하면 임의원은 이날치의 ‘범내려 온다’를 듣고 경상남도 무형문화재인 ‘수궁가’에 주목하면서 ‘경상남도 국악진흥법’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치의 ‘범내려 온다’는 유튜브 조회수 5,2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면서 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된 사례로 기록된다. ‘범내려 온다’는 그야말로 오래된 정원을 잘 가꾸어 새로운 아름다운 꽃의 K-컬처를 피워낸 사례로 꼽힌다. ‘범내려 온다’는 한류의 특징인 우리만의 전통인 독창성과 세계인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록/메탈 풍의 보편성이 함께 조화롭게 연출된 콘텐츠이다.

 

‘국악진흥법’에서 국악에 대한 정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演戲) 등과 이를 재해석・재창작한 공연예술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경상남도에는 국악 관련 도(道)무형유산인 판소리 수궁가, 판소리 고법, 신관용류 가야금산조 등 외에는 국악이 별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경남 지역 대학에 국악과가 없는 탓일 것이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에 국악과가 신설되지 않은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경상남도와 강원도 두 곳이다. 그나마 강원도는 춘천에 강원도립국악단이 설립되어 있고 강릉에는 국립국악원 분원이 개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도립국악원 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대학과 예술중고등학교에 국악과가 설립되어 그 지역에 전통예술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글로벌 시대에 K-컬처를 리드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990년도에 경남예술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 음악과와 실용음악과가 있다. 그동안 2023년 기준 280명을 배출하였다. 음악과에 국악전공을 확대해서 국악교육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음악과와 실용음악과 졸업생들이 자기 전공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전통국악을 공부해야 한다. 실용음악과에서 ‘이날치의 범내려온다’ 같은 음악을 창작할 수 있게 하려면 국악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에 개설되어 있지 않다면 개설하기를 권고한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국악인들의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국악 인프라가 열악한 경상남도에 ‘국악진흥과 지원을 위한 법률의 제정’을 토론한다는 노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관(官)에서 민(民)을 일깨우는 좋은 사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마디 조언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남의 국악 인프라 환경을 감안한다면 조례제정에 ‘국악진흥법’과 ‘국악문화산업진흥법’을 함께 담기를 권유한다. ‘국악문화산업진흥법’은 국악진흥법이 통과되기 훨씬 이전인 2017년 9월에 김두관 의원이 최초로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아마도 경상남도의 여러 가지 전통음악 환경을 감안한 법안으로써 ‘국악문화산업진흥법’이 발의됐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법으로써 반영은 안 됐지만 ‘국악문화산업진흥법’과 ‘국악진흥법’을 버무려 입법조화가 잘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경상남도의 열악한 환경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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