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 파리의 이방인들

파리팡세

파리팡세 : 파리의 이방인들

파리팡세 : 파리의 이방인들
| 2010·04·15 17:49 | HIT : 1,110 | VOTE : 45
1062731775_CLM82KhO_72d5519e6429f4fbb5917677dfd608ffd544d87c.gif 1062731775_Je3INjpD_fe68bbafbc67a310602457c6808e036cf1b34144.gif 1062731775_yqYeugEp_c5ff4d6fa49503f0f2f3744e2213a498f84a2520.gif 1062731775_nArWS8iQ_16842ee2b5755e3cdd13d99b939c79138bf6c813.gif
 
이른 새벽의 여명을 뚫고 메트로에 오르면 많은 이방인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반쯤 눈을 감고 비스듬히 몸을 누인 사람, 하루의 일과를 위해 작업 공구가 든 비닐 백을 끼고 조는 사람, 그들의 굵은 손마디에서 삶의 애환과 노동 후에 굳어진 거북 등 거죽 같은 손 등에서 녹록치 않은 삶의 모습을 읽어내게 됩니다. 이른 시간에 일터를 향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방인들이 많음을 알게 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일들이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체류증을 갱신하기 위해 관공서를 가보면 역시 이른 아침부터 예약된 이방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놓치면 거의 하루를 그 일로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원과 이방인 사이는 얇은 유리창으로 공간을 가르고 있지만 유리 벽 안쪽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전화기를 붙들고 긴 통화를 하거나 안쪽으로 들어가 서류더미를 느릿느릿 헤집고 있는 모습은 밖에서 긴 줄을 선 이방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불평하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을 본 일은 없습니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서두를 것이 없다는 듯 마냥 기다리는 모습을 봅니다.
이방인 L'étranger - 하면 우리는 알베르 카뮈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문학가로 소설 ‘이방인’속의 주인공 뫼르소Meursault 를 통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l'absurde 에 대해 저항하며 실존에 대한 의미를 던져줍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마치 제 3자인 것처럼 바라보는 주인공의 이름은 얼핏 우리말 ‘모르쇠’와 흡사하게 들립니다. “인간의 가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미칠 듯한 명징에의 요구와 이 불합리한 세계의 충돌, 이것이 바로 부조리다.”라고 카뮈는 말합니다.
자신의 죄를 판결하는 재판장에 우두커니 앉아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재판을 지켜보는 뫼르소처럼 이젠 세상이 제시하는 방식에 무덤덤하게 판결을 받는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사실은 모두 이방인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을 썼던 카뮈 자신도 알제리 태생의 이방인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프랑스인들 중에는 사실은 이방인들이 적잖이 있습니다. 화가 마크 샤갈은 러시아 태생이었고, 피카소는 스페인 태생이며 라듐을 발견한 물리 화학자 마리 퀴리는 폴란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보고 이방인이라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부친은 헝가리 출신이었으며 중국과 외교마찰을 빚었을 때 중국에서는 사르코지의 족보를 파헤쳐 그의 조상들이 기원전 황하유역에 출현한 ‘사오하오족’인 여진족으로 중국 북방민족이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들은 모든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됨을 발견하게 되며 동질성과 이질성을 알게 됩니다. 그 속에서 융화와 저항의 행동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방인을 미국에서는 The Stranger로 영국에서는 The Outsider로 번역했는데 전자는 외국인, 후자는 외부인, 혹은 제3자, 소외인, 타인, 낯선 사람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사회나 문화의 충돌은 있게 마련입니다. 이 충돌 사이에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은 자신의 인격과 삶의 철학에 의해 선택될 뿐입니다. 이 사회가 주는 감사로, 또는 불이익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 선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어리석은 일은 남의 결점만 찾아내는 일이란 점입니다.
내 삶에 이방인이 아니라 주인일 때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며 의미가 있어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그림: 정택영(화가) greatart@hanmail.net
Hot

인기 2014.10.20~11.9 갤러리건국 정택영 초대전

| 댓글 1 | 조회 6,567
2014.10.20~11.9 갤러리건국 정택영 초대전
Hot

인기 파리팡세 : 검소한 삶, 그 실루엣의 미학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090
파리팡세 : 검소한 삶, 그 실루엣의 미학 | 2010·05·13 07:22 | HIT : 956 | VOTE : 52 ‘이 세상은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해서는 풍부한 곳이지만 탐욕… 더보기
Hot

인기 짝퉁과 시뮬라크럼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450
파리팡세 : 짝퉁과 시뮬라크럼 | 2010·05·06 16:54 | HIT : 726 | VOTE : 32 한 때 이런 유머가 유행한 때가 있었습니다. 중국인과 한국인, 그리고 일… 더보기
Hot

인기 파리팡세 : 주노 모네타의 경고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362
파리팡세 : 주노 모네타의 경고 ‘처음엔 인간이 건물을 모양 짓고 그 후엔 건물이 인간을 모양 지운다.’고 말한 사람은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었습니다. 건축은 인간이, 하지… 더보기
Hot

인기 통곡의 벽 VS 사랑의 벽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055
파리팡세 : 통곡의 벽 VS 사랑의 벽 ‘인간들이 길을 너무 멀리 볼 수 없게 하기 위해 신은 지구를 둥글게 만들었다.’고 합니다.지금 우리네들은 멀리는커녕 한치 앞도 내다볼 수 … 더보기
Now

현재 파리팡세 : 파리의 이방인들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413
파리팡세 : 파리의 이방인들 | 2010·04·15 17:49 | HIT : 1,110 | VOTE : 45 이른 새벽의 여명을 뚫고 메트로에 오르면 많은 이방인들과 마주치게 됩니… 더보기
Hot

인기 파리팡세 : 모바일 세상의 삶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502
모바일 세상의 삶 2010·04·08 17:57 | HIT : 781 | VOTE : 36 오늘날 개인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는 ‘모바일(Mobile)’ 입니다.모… 더보기
Hot

인기 파리팡세 : 아! 좋은 것 같은데요!?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572
파리팡세 : 아! 좋은 것 같은데요!? | 2010·04·01 17:38 | HIT : 1,081 | VOTE : 46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나 G세대라 일컬어지는 젊은이들에게 지금… 더보기
Hot

인기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183
파리팡세 :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 2010·03·25 17:56 | HIT : 941 | VOTE : 38 샹젤리제 거리- 파리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일… 더보기
Hot

인기 고난 위에 핀 꽃이 더 향기롭다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308
파리팡세 : 고난 위에 핀 꽃이 더 향기롭다 | 2010·03·18 18:59 | HIT : 1,180 | VOTE : 45 성경 다음으로 지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이 책… 더보기
Hot

인기 그림이 있는 칼럼 ‘파리팡세’ 게재 시작

정택영 | 댓글 0 | 조회 8,174
본지는 이번호부터 정택영 화백의 그림이 있는 칼럼 ‘파리팡세’를 매주 연재합니다.정택영 화백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국제교류전을 통해 활발한 … 더보기
Hot

인기 <KBS 이충형 파리 특파원> 재불 작가들, 유학생 위한 한국관 건립에 앞장

정택영 | 댓글 10 | 조회 9,057
재불 작가들, 유학생 위한 한국관 건립에 앞장프랑스가 땅을 무상제공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유학생 전용 기숙사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KBS 이충형 특파원… 더보기
Hot

인기 在佛작가들, 유학생 위한 한국관 건립에 앞장

정택영 | 댓글 8 | 조회 6,758
<在佛작가들, 유학생 위한 한국관 건립에 앞장>(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 전용 기숙사를 건립하기 위해 재불 작가들이 발벗고 나섰… 더보기
Hot

인기 <파리알림> 파리 국제학생기숙사 단지 한국관 건립기금조성 특별전

정택영 | 댓글 9 | 조회 7,749
파리- 긴급 알림 - URGENT INFORMATION from Paris <시테 국제유학생기숙사단지 한국관 건립기금조성 특별전>EXHIBITION FOR ESTABLI… 더보기
Hot

인기 ROTC15기 홈피가 빛나는 까닭- from Paris

정택영 | 댓글 5 | 조회 7,250
몇년 만에 찾은 조국, 나의 조국, 서울은 퓽요와 소망으로 충만된 열정의도시였습니다. 그리운 동기생들과 포옹을 하며 진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고 켜켜이 쌓여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더보기
Hot

인기 문화축제를 위한 휘호- 정택영

정택영 | 댓글 6 | 조회 6,757
"八色鳥 그 千年의 노래" October 2011 휘호/ 정 택 영 from Paris
Hot

인기 비상하라-RO15! 휘호 기증

정택영 | 댓글 5 | 조회 6,885
"비상하라- 알오 15기여 !" October 2011 휘호/ 정 택 영 드림 from Paris
Hot

인기 기증작품 설명 - 정택영 작 from Paris

정택영 | 댓글 4 | 조회 7,418
ROTC15기 총회장단에 기증작 기증자/ 정 택 영 작품명제/ 풍요의 계절 Season's Wind 기증년도/ 2011년 10월 작품설명/ 이 작품은 가을걷이가 끝난 10월의 들녘… 더보기
Hot

인기 Paris에서 드리는 글 - 존경과 사랑

정택영 | 댓글 8 | 조회 6,936
존경과 사랑! ROTC15기 동기생 여러분, 참으로 감개무량感慨無量 할 뿐입니다. 모든 일에,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에게쏟아주신사랑과 관심에감사가 있을 뿐입니다. 모든 면에 부족하…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