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택영 재불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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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택영 재불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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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 재불예술인총연합회장


파리는 예로부터 예술의 도시로 명성을 유지해온 도시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파리의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하며 마음껏 자신의 예술혼을 불살라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가 중에서도 파리에 거주하면서 예술을 꽃피운 경우가 무척 많다. 지난해, 파리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의 예술가들이 모여 의미 있는 연합회를 만들었다. 재불한국예술인총연합회가 그것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재불한국예술인총연합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대한민국의 예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택영 작가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앤갤러리에서 만났다.
<편집자 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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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일시 귀국한 정택영 재불예술인총연합회장.


“나는 파리의 대한민국 예술가”


정택영 작가는 현재 앤갤러리에서 자신의 최근 3년간의 작업들을 선보이는 전시회(2012년 7월18일~8월20일)를 열고 있다. 씨앗과 우주, 희망, 꿈을 담아낸 작업들이다.
정 작가의 작업에는 밝고 희망찬 에너지가 가득하다. 내면의 고통을 모두 가라앉히고 맑고 밝은 이미지를 오롯이 드러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내 작업의 주제는 ‘생(生)의 예찬’이었다. 이름 없는 풀이나 돌멩이, 곤충, 해파리, 날벌레 이런 모든 것들이 인간의 소중함과 똑같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들려주고 싶었다. 비탄에 빠지고 가난에 지친 사람들을 향해 소리 없는 웅변을 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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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정택영 작가의 개인전 전경


지난 2006년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이후 작품 세계도 크게 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색채다. 기존의 화려한 원색은 점차 사라지고 톤다운 된 색채가 주조를 이루게 됐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오방색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표현했었다. 그런데 프랑스에 가보니까 프랑스 미술에는 원색 대신 가라앉고 점잖은 속에서 핵심이 있고 촌철살인의 철학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나 자신도 색을 극도로 절약하기 시작했다.”

색채 변화와 함께 씨앗이 가진 원형질에 대한 탐구도 본격적인 작업으로 드러내게 됐다. 작은 씨앗이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는 신비를 통해 생명과 대지의 신비를 노래한다.

프랑스에서 한국 미술을 바라보면서 한국 미술에 대한 시각도 객관화됐다. 경쟁심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이 예술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예술을 하는 분들의 심성이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예술은 결코 누가 잘 그리나 시합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자각을 예술로 표현하는 분위기다. 철학자라도 예술을 사랑하면 예술가가 된다. 한국처럼 공모전에서 잘 그린다는 걸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나 비엔날레에 가보면 휘황찬란하다. 너무 잘 그리려는 몸부림이 눈에 띈다. 고도의 테크닉 개발에 몰두하고 또 고도의 극사실적 기법을 통해 누구도 나를 따라올 수 없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자기집착에 빠져 예술의 본질을 간과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말씀을 드리는 저 자신도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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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ed of Hope-6>, 2012, 캔버스에 아크릴, 80 x 80cm


프랑스 사람들이 경쟁이나 물질 숭배 보다는 스스로 자족하고 느리게 사는 삶을 기꺼이 선택하는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최첨단 기술을 창조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은 빠른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프랑스는 첨단 인공위성이나 초고속열차 등을 개발하고 외국으로 수출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첨단을 즐기는 습성이 없다. 인터넷이 느려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정 작가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욱 더 충만한 내면의 평화를 느끼고 있다는 고백이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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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ed of Hope-4>, 2012, 캔버스에 아크릴, 80 x 80cm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정 작가는 함께 졸업한 동기 30여 명 중 현재 화가로 남아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고 밝혔다.
“예술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학 동기들 중 현재 60세가 돼서 화가로 남아있는 사람이 나 하나다. 다 떠났다. 택시운전수,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술선생, 음식점 사장으로 다 떠났다. 나는 어려움과 궁핍함을 딛고, 다른데 눈 안 돌리고 묵묵히 이 자리에 계속 있다 보니 결국은 화가로 불리고 있다. 화가는 결국 남는 자라는 생각이 든다. 화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난이다. 예술은 손재주의 산물이 아니라 뼈저린 삶의 체험이고 영감이고 몸으로 부딪쳐 깨닫는 고통이다.”

재불한국예술인총연합회 초대 회장 맡아 한국예술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
프랑스에 이주한 한국 이민사 50여 년 동안 한국 예술인들을 묶어주는 한국예술인총연합회가 없었다. 현재 프랑스에는 한묵 화백, 영화배우 윤정희, 피아니스트 백건우, 빛의 작가 방혜자, 물방울 작가 김창렬 등 쟁쟁한 예술인들이 많다. 이에 수년 전부터 재불예술인총연합회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지난해 3월 재불예술인총연합회가 정식으로 발족됐다. 정 작가는 재불예술인총연합회 초대 회장직을 맡아 대한민국 예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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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ed of Hope-1>, 2011, 캔버스에 아크릴, 90 x 90cm


정 작가는 재불한국예술인총연합회의 초대 회장으로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먼저 재불예술인의 날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이 행사를 통해 재불한국예술인을 프랑스 및 유럽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또 열악한 환경의 한국문화원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고,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을 짓기 위한 기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의 대통령 내외가 주불한국문화원을 방문해 현지 예술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국문화원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파리 한국문화원은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실에 위치해 있는데 여름이면 비가 샐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 또 현재 프랑스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줄서서 신청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이 없다. 일본문화원은 한국문화원의 20배 크기라는 사실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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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ree-1> 2010, 캔버스에 아크릴, 50 x 50cm


정 작가는 또 파리 남부 시떼 인터내셔널 국제학생기숙사 지역에 한국관을 짓는 사업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짓기 위해 재불한국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작품 전시를 하고 판매 기금을 전액 기증했다.

“페스티벌도 기숙사 건립도 모두 기금이 없어서 예술인들이 그림을 팔아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렵지만 오랜 꿈을 그리는 자는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꿈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마음을 보태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약한 힘이지만 한국인을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뛰겠다.”



글 ‧ 사진=김효원 스포츠서울 기자 hwk@artmuseums.kr
동영상 촬영=전정연 기자 funny-movie@hanmail.net
작품 및 전시장 사진=앤갤러리 제공
2012. 8. 13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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