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 검소한 삶, 그 실루엣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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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검소한 삶, 그 실루엣의 미학

파리팡세 : 검소한 삶, 그 실루엣의 미학
|                                                 2010·05·13 07:22 | HIT : 956 | VOTE : 52
 
 
 
 
‘이 세상은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해서는 풍부한 곳이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라고 간디는 지구촌 시대의 풍요와 빈곤에 대해 말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구촌은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역경이 나와 무관하지 않은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저쪽의 불행이 조만간 나의 곤경으로 바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수없이 겪어오고 있습니다.
인간이 써온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 사건의 기록이었으며 혁명의 기록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혁명, 속도의 혁명, 그리고 지식의 보편화 등이 그것입니다. 모든 인간의 삶에서 야기되는 어려움과 갈등은 대개의 경우, 이해득실과 이해타산에 의한 것들이며 더 가지려는 소유욕과 탐욕에 의해 일어나는 것들입니다. 그것은 소유의 문제로 귀착되게 되며, 결국 그 소유는 경쟁을 불러오고 휴식을 말살시킵니다. 소유의식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한계를 짓습니다. 정신은 자유를 갈망하나 소유가 그를 소유하게 됩니다. 그들이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고 마는 것입니다.
석유를 더 많이 생산해 이윤을 늘리려던 회사의 시추선이 폭발하여 푸른 대양을 검게 뒤덮고 있지만 망연자실할 뿐, 점점 다가오는 환경의 재앙을 피할 길이 없는 모습을 봅니다. 빼앗은 땅, 약탈한 문화재, 해상 소유권 등이 국가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것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유란 마치 촛불과 같아서 소유할수록 주변의 산소자원을 점점 고갈시킵니다. 사람들은 소유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의 부재와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주변을 흡수하고 주변환경을 파괴해 나가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웃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불평등사회를 낳게 되는 것이며 정신적 공황과 물질적 고갈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날 찬란했던 문화와 철학과 지식으로 세계를 지배하던 그리스의 역사를 봅니다.
그들 스스로를 지칭하던 헬렌 Hellen이란 이름으로 그리스적 정신과 동방정신이 융합한 범세계적 문화를 심으려던 헬레니즘 문화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런 그리스의 영광과 역사의 힘이 오늘날 경제의 어려움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음을 봅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영광도 없음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인은 물론 아주 복합적이고 난해한 내부의 갈등과 문제로 불거진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채 오직 지금의 현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심리와 소유욕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환경과 여건이 변화하면 자신도 그것에 맞추어 변화해야만 합니다. 만일 그러한 변화를 거부한다면 정체됩니다. 정체란 정지이고 후퇴이며 도태를 의미합니다. 그것이 냉혹한 현실인 것입니다.
미술의 표현기법 중에 실루엣 Silhouette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흑백으로 된 회화나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표현한 표현기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용어는 18세기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실루엣 Etienne de Silhouette 씨가 당시 재정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절약을 호소하며 초상화도 그림자로 표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검은 종이를 가위로 잘라 다른 대지 위에 붙여 값 싼 프로필 초상화를 그린 데서 유래되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 파리의 정경은 차고 회색이 감도는 어렴풋한 실루엣 도시를 보게 됩니다. 그처럼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실루엣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세상은 탐욕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궁핍한 곳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이는 오직 검소와 절제가 인간을 만들고 치유해 줄 것입니다.

글․그림: 정택영(화가) greatart@hanmail.net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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