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는 사회정의의 등불이어야 (리더스월드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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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는 사회정의의 등불이어야 (리더스월드 9월호)

정용상 0 21

 

 

 

                                                  법률가는 사회정의의 등불이어야

                                                                                                정용상(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예로부터 법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오늘 날 한국사회는 분열과 갈등, 불신과 불통, 반목과 이반, 반칙과 불법이 판치는 난장판이다. 법치국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만큼, 정의의 자리에 불의가, 원칙의 자리에 반칙이, 법치의 자리에 인치와 떼법이 우글거리고 있다. 옛 어른들이 부도덕하거나 무모한 장면을 목격할 때면, “어찌 그런 법이 있는가!”라며 경우 없음을 질타하곤 했는데, 요즈음은 법이고 도덕이고 다 무너져 버려 세상이 통째로 아수라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대형 부정·부패사건에는 법률가들이 거의 감독이나 연출 아니면 주연을 맡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왠일인가!

사회가 있는 곳에 반드시 법이 있게 마련이다. 세상에는 여러 직역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혼재되어 생활하면서 다양한 거래를 하게 되므로 자연히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그 때 분쟁당사자는 정의의 상징인 사법부가 그러한 충돌을 공정하게 판단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국민은 세상이 다 망해도 사법부는 정의를 바로 세우며 살아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사법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통상 사법부란 법조로 통칭되며 그 의미는 넓은 의미의 사법, 즉 판사, 검사, 변호사를 포괄하는 직역을 말한다. 법이 법답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을 잘 만들어야 하며, 법을 잘 적용하고 집행해야 하며, 그 무엇보다 법을 잘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결국 법을 핸들링하는 3권 즉,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법의 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진력해야 한다. 결코 법은 이기적인 특정인이나 특정부류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의 발전과 구성원의 수준 높은 법치의식에 따른 준법정신의 실천이 필수적이다. 특히 법률가가 법을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악용하여 사리사욕을 도모하면 상대적으로 일반시민의 이익과 사회적 공익을 해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현실은 어떠한가? 시민의 의식 속에 우리 법이 잘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할까?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며 법 앞에서 기회의 균등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믿을까? 이 땅에 정의는 구현되고 있다고 확신할까? 아니다. 부정과 불의, 부패와 비리가 판치는 오늘 날의 법률시장의 일그러진 모습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물음에 대해 부정적인 답이 나올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법률가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극에 치달아 있다. 그들의 탐욕적·부정적 행태가 국민의 시각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 공분을 산 대형비리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법돌이(법률가)들이다.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대형사건을 수임하여 일확천금을 손에 쥔 사람은 초고속승진을 한 수퍼 엘리트 검사장 출신이고, 부정한 해외원정도박 등으로 파렴치범 수준인 사업가를 변론한다며 100억인가 90억인가의 천문학적 수임료를 챙기면서 인신구속을 면하게 하기 위해 법조직역에서 온갖 추악한 거래를 다 한 사람은 여성 부장판사 출신의 엘리트 법조인이고, 기업 CEO가 친구에게 주식매입대금을 주면서 까지 자기회사 주식을 사게 해서 120억의 투자수익(?)을 올리게 한 장본인도 한 사람은 법전공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법시험 기수 선두주자인 현직 검사장이다. 그 검사장은 검찰사상 초유의 검사장해임이라는 블명예를 안은체 40년 우정이 깨어지며 친구와 나란히 법정에 섰다.

세상에 법을 바로 세우려면 법률가들이 그 선봉에 서서 정의의 횃불을 들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며 정의가 하수와 같이 흐르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하며, 솔선수범하여 법치와 법의 지배가 가장 소중한 이 사회의 덕목이자 가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오시범도 유만부동이지 세상에 어찌 이렇게도 후안무치한 일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단 말인가!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어느 정도라야지 이건 완전히 몰염치의 극치이다. 일부 법률전문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악용하거나 법망을 피해 다니는 통에 정작 비난받아야 마땅할 그들은 뒷거래를 통해 사리를 도모하고, 공연히 법 그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배척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법체계에 대한 부정적 의식과 준법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식의 법혐오감이 점증되는 얄궂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법문외한인 범죄형 얼간이(?)들이 법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법전문가들이 법을 무너뜨리는 격이다. 법전문가들이 반법치, 몰법치, 역법치, 혐오법치를 조장한다면 과연 이 사회에 법이 온전히 세워질 수 있겠는가? 이런 환경에서 정의가 하수처럼 흐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공정한 경쟁이어도 패자가 승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제아무리 기회가 균등한 상태에서의 게임에서도 패자가 그 결과에 승복할 리가 없다. 이러한 많이 가진 자, 많이 아는 자, 특권 또는 기득권을 가진 자의 불공정 게임을 바라보면서 양극화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적 다수의 시민들은 분노하고 좌절하며, 기성의 사회체제나 질서에 동의하지 않고 떼법으로 사회분열과 분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가진 자가 좀 더 희생하고 손해보며, 좀 더 섬기고 받드는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회통합도 사회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 날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법률가그룹에 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지금까지 법조비리가 터질 때면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자주 내세우곤 했으나 이제는 전관과 현관이 공히 부패하여 사법불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 버렸다. 법률가가 법률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역에 가 있어도 서로 연결 지워져서 끊임없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부패의 상징이 되고 보니, 법률가에 대한 질시와 분노의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어두운 사회의 길목마다 왜 법률가가 끼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공적·공익적 소명을 띈 법률가의 발길이 어두컴컴한 범죄의 길목에서 서성이는 한 사법부의 신뢰회복은 무망하다. 오로지 황금에 눈이 멀면 정의는 그 눈에 보일 리가 없으며, 돈에 눈이 멀면 불의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범죄사슬에 편입되게 된다.

법률가가 국민으로 부터 눈총 받고 질시 당하는 오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근원적 사법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타의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강요당하면 그건 사법부의 수치이다. 스스로 개혁의 칼을 갈아야 한다. 법학교육과 법조인양성시스템, 사법제도의 전반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연한 전관예우니 현관예우와 같은 반칙에 익숙한 법조문화를 확 갈아 엎어야 한다. 사법개혁은 사법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한 개혁이어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법부로 환골탈태하는 제도개혁이어야 한다. 혁명적 개혁이 아닌 소나기 피하기식 개혁은 더 큰 사법불신과 법률시장 생태계의 교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국민중심의 사법개혁이어야 한다. 아울러 법률가들의 의식개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전영역의 법률가들은 서로 소통하며 상호 직엮 간 순환이 가능한 구조이어야 한다. 물과 권력이 흐르지 않으면 썩듯이 법률시장 또한 내부직역간 문을 굳게 닫고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되어 대원이식으로 자기 밥그릇만 채우려 든다면 법률시장 자체가 교란되어 결국은 모두 시장을 떠나야 하는 사변이 발생할 수 있다. 법조내부직역간의 상호 이동이 자유로운 구조가 되어 서로가 물 흐르듯 흐르면 썩지 않을 것이다. 법률가들의 인식의 대전환과 아울러 이를 뒷받침할만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사법불신을 사법신뢰로 바꾸기 위한 법률가와 법률직역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름지기 법률가는 공공적·공익적 이익을 우선하는 지사적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법사상 검사 제1호인 이준열사는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어 국권회복을 위해 싸우다 순국하였고, 우리나라 판사 제1호인 박상진애국지사는 조선광복군을 창설하여 총사령이 되어 김좌진 등 불후의 독립투사를 양성하며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 투쟁하다 일제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법률가라면 이런 애국, 애족, 구국의 위한 선이 굵은 일생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을 사는 이 땅의 법률가들이여!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진 선배 법률가들의 우국지사·애국지사적 인생관을 본받아 만인의 존경을 받는 법률가로 자리매김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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