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월드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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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월드 8월호

정용상 0 14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새삼스레 민주주의, 법치주의, 정치, 경제, 안보, 복지, 교육 등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무엇 하나 국민이 전제되지 않는 개념이 없다. 그 주인은 국민이다. 주인 없는 그 어떤 개념도 존속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된다.

세상을 뒤흔든 매르스도 한 풀 꺽인 것 같고, 농심을 울리던 가뭄도 해갈이 된 것 같고, 또 정치학개론에도 없는 희한한 정치권의 코메디 쇼(?)도 쿨하게 막이 내린 것 같다. 성하의 찌는듯한 더위가 풍년을 기대하는 신호로 들리는 요즈음 잠잠히 국민과 정치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우리 헌법 제1조에서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밝히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그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주권재민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또한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의 최상위개념이 국민이고, 정치권력은 물론이고 모든 힘의 근원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지 않고 국민을 무시하거나 국민을 비하하는 것은 천륜을 져버리는 것이요, 헌법위반이다. 헌법은 국민의 동의하에 만든 국가최고규범이다. 헌법이라고 마구잡이로 반인륜적이거나 반인권적인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그것은 비록 국민의 합의에 기초했다 할지라도 헌법으로서의 권능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헌법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으며, 그 헌법은 실효성이 없는 얄궂은 약속에 불과하다.

국가는 국민을 국민답게 받들 의무가 있다. 그 한 가운데 국민의 인권이 있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침해받을 수도 없고 양도할 수도 없는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으로서의 가치인 천부인권을 가지고 태어났다. 국민은 당연히 행복하게 살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으며, 그 어떤 명분도 이를 앞설 수 없으며, 이것은 국민(인간)에게 부여된 최우선의 가치인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정부는 국민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혹시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국민을 특권층의 지배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을 국가의 주인이 아닌 종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국민을 받들고 섬기는 자세는 실종된 체 고도의 이기적 기득권보호 위주의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닌지? 갈등과 분열과 반목과 이반을 부추기는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닌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의 불협화음 속에서 물러 난 여당 원내대표가 헌법 제1조의 준수를 정치신념으로 삼았다는 퇴임의 변을 듣고 오랜만에 그런대로 들을 만한 얘기를 듣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부도 정치권도 하도 몰헌법적 발상과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정치에서의 헌법정신 실종을 당연시 하며 살아가는 와중에 귀가 번쩍 띄는 얘기다 싶어서 반가웠다. 필자는 특정 정치인이나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대의와 이론에 근거한 평가를 할 뿐이다.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며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보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가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였다. 지금 우리 정치가 과연 생물인가? 아니다 동물농장을 연상하듯 매우 경직된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세몰이를 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권력의 진의를 모르는 그들끼리의 무한쟁투인 것 같아서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늘 섭섭한 마음이다.

권력은 멈춰 있으면 썩는다. 권력은 독점하면 독재로 가기 마련이다. 철저한 견제와 균형의 저울이 필요한 것이다. 영국은 의회권력이 강하고 미국은 사법권력이 강하다고들 한다. 어느 권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가별 법환경이나 국민정서, 법감정, 법의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분명한 것은 어느 특정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어떤 경우도 안 된다. 궤변일지 모르나 철저한 권력분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 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법치주의가 꽃 필 수가 없다. 국가권력은 법을 만드는 입법부와,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법을 해석하는 사법부로 나뉘어져 있다. 삼권분립이 바로 그것이다.

주권재민의 주체인 국민이 진정한 국민으로서의 지위, 주권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삼권분립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3부 중에 특정 부가 다른 부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미 견제와 균형의 절묘한 조화는 깨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는 국민에게 불이익 또는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장치는 헌법에서 명확히 해 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헌법은 정부형태가 내각제인지 대통령중심제인지를 명확하게 선을 그어 줘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헌법은 1987년 개정당시 국민의 입장이 아닌 대권후보들의 이해의 합치에 의한 정부형태와 대통령의 임기, 각 부의 권한 등을 정한 면이 강하다.

헌법은 국민중심의 헌법!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그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잘 해 둬야 한다. 현행 헌법이 그러한 점에 소흘했다면 그건 시급히 고쳐야 한다. 과연 현행헌법이 국민통합형 헌법이며, 국민중심의 헌법이라 확언할 만큼 그 태생적 배경이 분명하지 않은게 문제이다. 국민의 최고의 버팀목이자 기댈 언덕이자 보호벽인 위대한(?) 우리 헌법이 불임헌법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이리 밀리고 저리 얻어 터지는 안타까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반듯하고도 분명한 정부형태 및 적정한 권한의 분배, 새로운 21세기형 기본권의 충분한 보장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의 기준이며 교과서인 헌법이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서고, 국민의 지위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뒤뚱뒤뚱한 흔들리는 여객선처럼 불안정한 정치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헌법을 반듯하게 손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통합과 국민화합, 그리고 국론통합과 통일한국을 향하여 하나 되어 한 길로 나아가면서 경제도 살리고 문화·예술, 교육, 안보, 노동, 복지 등 모든 시장에서의 화합과 연합을 도모하는, 함께 하는 대장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날의 경험칙에 의하면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무늬만 그를듯하게 꾸며 놓고 실질은 비어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국민을 속이는 방법이다. 법은 그럴듯한데 그 집행과정을 보면 법의 제정목적이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옭아매기(규제) 일색으로 가는 바람에 오히려 국민생활에 올가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측면에서 행정입법지상주의, 행정입법의 남발은 상위법으로부터 위임받은 재량권을 일탈한 월권이며, 그것이야 말로 권한남용이다. 그러한 잘못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우(잘못)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의 세심한 확인이 필요한데, 당리당략적 이익에 눈이 멀어 입법의 내용이 뭔지도, 입법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 체 법이 통과되는 식이니 상위인 국회입법권과 하위인 행정부의 행정입권권의 충돌에서 명쾌하게 어느 쪽의 과오를 지적하기가 어려운 것이 오늘의 입법시장의 현실이다. 서로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이에 국민의 허리는 휘어진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하기 위한 대전제는 첫째, 권력분배시스템의 개혁이다. 이것은 헌법개정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이다. 둘째, 주권재민의 주체인 국민의 명확한 주인정신, 권리의식이다. 국민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권리 위에 잠자면 누군가가 내가 누릴 권리를 다 빼앗아 간다. 셋째, 정치권의 명확한 법치의식이다. 법에서 정한 권력질서를 존중하고, 권력의 절도짓이나 강도짓을 하면 안 된다. 스스로에게 정해진 권한범위 내에서 행동하고 타 권한이나 권력을 탐내거나 침범해서는 안 된다. 각자에게 자기의 몫을 인정해 주는 것이 정의가 아닐까? 남의 밥그릇에 자꾸 눈을 돌리면 안 된다. 권한(권력)남용이나 침탈은 결국은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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