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월드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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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월드 9월호

정용상 0 17

                            국회! 과연 입법부인가?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국회가 국민의 신망을 잃은지 오래 되었으나 요즈음의 국회는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라는 입법은 하지 않고 붕당식의 패가름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국익이 아닌 그들만의 이익추구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국회의원은 그가 속한 정당 또는 계파의 이익에만 눈멀어 사리사욕에 몰입한 탐욕적인 사람처럼 비쳐지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입법관련 직권남용·금품수수 등으로 입법부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켜서 결과적으로는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그들의 만용이 과연 정당화 될 일인가?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권을 행사하고 행정부를 감시함으로써 국정의 중심기관으로 군림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국정은 의회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민주주의는 곧 의회주의를 의미하기에 이르러 의회주의는 민주주의의 이념이며 요건이 되었다. 의회주의에 대한 정치적 역량은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과 직결된다.

현대사회의 발전속도가 가속화되면서 복잡화·다양화·전문화·특성화 등의 추세에 따라 입법수요는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입법분야도 전문화·기술화·구체화 등이 요청되고 있다. 이렇듯 국회의 전통적인 입법사항을 국회가 단독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복잡화·기술화되었고, 사회적 변천에 대응하는 전문적 입법조치를 신속히 처리하기에는 국회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따라서 국회는 전문적인 관료조직을 가진 행정부에 그 입법권을 행정입법으로서 위임하거나 행정부의 도움을 받아 입법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국회의 기능이 입법부로서의 기능보다 행정부에 대한 비판·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이 강화되고 국회가 입법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입법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만이 갖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고 권력분립의 원칙의 요체이다. 국회의 권한행사의 중심에는 국회의원이 있고 국회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과 국정참가자로서의 전문적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의 참여와 의회주의의 원칙에 따라 공개적이고 책임있는 입법과정을 거쳐 법이 제정되어야만 법의 정당성이 보장된다. 의회주의는 국정의 중심과 상징이 됨으로써 입법과정은 민주주의의 원칙으로서 국회의 입법절차는 지방의회는 물론 일반회의의 규정에도 준용된다. 모든 공적·사적 단체에서의 규정을 만들기 위한 의사결정절차나 방식의 범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저렇게 오시범만 보이고 있으니 어떻하면 좋을까? 국회가 좋은 법을 만들고 잘못된 법을 고쳐 국리민복을 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국회를 늘 걱정하고 염려해야만 하는 이런 얄궂은 운명이 대명천지에 한국 외에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결국은 국민의 훼초리를 맞아야만 정신을 차릴 것이다. 선진국회를 세우기 위해 국민은 국회와 국회의원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우선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이 입법의 기능이 무엇인지를 숙지하여 그에 걸맞는 입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법의 기능은 첫째, 민주주의의 실천으로서의 기능이다. 국민적 합의하에 다양 속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청이라면 입법은 국회가 이를 구체화하는 입법절차이다.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합의를 가져 오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이며 입법은 그 실천의 결과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의미하며 다수결의 원칙은 힘의 대결이 아닌 논리의 대결인 설득과 타협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입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뜻을 법제화하는 입법작용으로서 권력분립상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입법은 그 목적과 절차에서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여야 한다. 입법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정치적 상대주의와 절차적 공개주의에 의해서 진행됨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의 활력소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 상임위 활동이나 본회의 장면은 위와 같은 입법의 기능과는 전혀 매치가 안된다. 물리적 힘의 대결, 공중부양의 차력시범(?), 대화와 토론, 설득과 타협 대신 몸싸움으로 무법천지를 연출하는 것이 우리 국회의 안타까운 현실상황이다.

둘째, 국민의사의 수렴기능이다. 법은 국민전체의 총의의 표현으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가의 입법적 요구에 따라 제정한다. 국민의 여론형성이나 국가시책이 정책집행의 필요성으로 인식되고 이것을 국회나 정부가 수용함으로써 입법이 시작된다. 입법부는 법안의 준비단계뿐만 아니라 입법의 전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고 그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함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데 소흘함이 없어야 한다. 입법은 국정에 대한 국민의지의 결단이고 입법의 참여는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입법과정에 국민참여가 활성화됨으로써 국민의 주권의식이 함양되고 법치주의는 정착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쪽지 입법, 압력단체입법으로 얼룩진 국민 극소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종종 이루어 진다. 그 과정에서 불법적 입법로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서 입법부의 물을 흐리는 경향이 왕왕 있다.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세심하게 수렴·반영하라고 했지 극소수의 이익집단 내지는 특권세력의 이익을 위하여 다수의 이익을 저해하는 입법을 하라고 하진 않았다. 이런 잘못된 입법과정에서 금전거래가 이루어 지는 등 입법비리가 싹트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은 정치권의 부실로 나타나게 되고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입법이 이루어 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정치통합과정으로서의 기능이다. 입법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대립·모순되는 의견을 조화시킴으로써 국민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국민적 의사의 통합과정이다. 다양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한 통합과정이 국민적 합의인 입법으로 승화됨으로써 높은 수준의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하여 민주적 역량을 발전시킨다. 또한 여야간의 상이한 견해가 입법과정을 통해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 권력투쟁의 양상이 화합과정으로 발전한다. 입법은 단순한 법의 제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회갈등의 해결을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계기가 된다. 민주주의의 약점인 국론분열은 입법을 통하여 소모적인 정치적 갈등에서 생산적인 정치의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국회에서의 입법절차나 과정에서 이러한 기능을 엿볼 수 있는가! 난해한 법안의 경우 상임위에서부터 난장판이 되고, 여야간에 이견이 심화되면 아예 표결에 불참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아예 안건 상정을 물리적으로 막는 등의 후진적 입법현실은 정치통합과정으로서의 고유의 입법의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세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는 민주성의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에 합의과정이 중요하다. 의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다수국민의 이익과 공공복리를 충족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국민적 합의로써 입법을 하여야 한다. 둘째는 효율성의 원칙이다. 입법의 효율성은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신속하게 최고의 입법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입법 수요는 양적·질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고도의 전문성·기술성·신속성이 요청되고 입법시기도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있다. 입법수요에 적절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입법에 대한 불신과 법질서의 위협을 가져와 입법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세월호입법이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지리한 논쟁을 벌이며 표류하는 것은 입법의 효율성의 원칙에 반하는 입법현상이다. 셋째, 공개성의 원칙이다. 입법은 원칙상 공개주의를 통하여 국민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입법과정은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입법에 대한 공청회나 청문회 등과 같은 열린 제도적 장치가 활용되어야 한다. 입법과정의 투명성없이는 법에 대한 신뢰가 이루어질 수 없다. 특정이익을 대변하는 밀실입법이나 날치기(?) 입법은 입법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입법부를 입법부답게 세우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고, 정당의 민주화를 이루어서 입법부내의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 온라인상에서 흔히 국회의원을 탄돌이, 양아치, 예스맨 등으로 비하하는 표현이 전혀 이상스럽게 들리지 않으며, 비리 1순위로 정치인을 꼽는 현실 앞에서, 정당과 국회의원, 넓게는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를 국회답게 세우는 일에 국민이 훼초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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