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독립, 검찰을 자유케 하라!
정용상(동국대 법대 교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문제로 세상을 발칵 뒤집더니 최근 그 연결선상에서 검찰내부에서 파열음이 울리며 하극상이니 항명이니 하는 극단의 용어가 언론에 회자되면서 국민을 멍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치권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검찰 길들이기를 계속하며 검찰의 정치예속화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정치권이나 언론이 그렇게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앞서가면서 훈수를 두는지 모르겠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자기 입맛에 맞게 부리고 싶은 유혹은 어느 정권이건, 어떤 권력자이건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검찰을 놓아 줘야 한다. 검찰의 독립, 자치, 자율,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는 엄정한 수사를 할 수가 없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정치권의 도움과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항명이니 하극상이니 하는 최근의 검란사태 또한 채동욱사건(?)과 연결된 사건이며 그 본질은 마찬가지다. 정부기관인 국정원의 대선개입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선거개입정황이 확인되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공소장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실여부는 묻친체 채동욱의 혼외자문제가 불거졌고, 이번에는 국정원의 선거개입관련 추가자료를 확보하여 공소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검사장과 특별수사팀장간의 사건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내부문제가 그 본질인 국정원선거개입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여부를 따지는 문제보다 앞서서 거론됨으로써 사건의 본질·실체는 덮어 두고, 내부적인 사건처리과정상 지엽말단의 절차상의 문제를 침소봉대 함으로써 주객이 전도된 흐름으로 이 사건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되었고, 국민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치는 얄궂은 연극(?)이 되어 버렸다.
이 사건의 핵심은 수사, 즉 국정원직원의 대선개입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 수사과정에서의 절차상의 흠결문제, 즉 검찰청법에 의한 보고결재의 적법성문제와 국가정보원직원법상 수사시 통보절차위반문제 등이 본질의 문제보다 우선하거나, 절차의 문제가 본질의 문제를 덮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본질을 우선순위로 두고 판단할 경우, 보고결재의 절차상 흠결은 검찰내부의 문제이고, 국가정보원직원법상 직원수사의 통보절차 위반문제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이 문제 또한 이번 국가정보원 직원을 조사한 조서 이외에도 증거가 충분하므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법원이 그 진위를 판단하게 될 문제이다. 설사 절차상의 흠결문제를 우선시 하더라도, 그 문제는 공소장변경과정 또는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사를 빨리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법원은 위법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라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상 흠결이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규명하는 것에 우선할 수 없다는 판시를 한 적이 있다(대판 2009. 3. 12, 2008도763).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를 수사해야 한다. 수사하지 않으면 그것이야 말로 직무유기다.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된다(검찰청법 제4조).
사건의 전말을 보면, 첫째, 특수팀장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위배한 항명이자 하극상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국정원직원의 대선개입의 실체규명이라는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오히려 위법한 지시를 내린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둘째, 상부의 승인없이 국정원직원을 압수·수색·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절차상의 흠결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 수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못하게 했다면 오히려,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제195조)상의 검사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된다. 절차상 흠결이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혐의를 규명하는 것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무시하고 절차를 소흘히 했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하여 지휘·감독의 적법성이나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팀장은 여러 경로와 방법을 통해 사안처리의 불가피성을 보고하였고 또 이의를 제기했으며, 또한 주요사건의 체포영장청구는 차장검사의 전결사항이므로 차장검사급인 수사팀장의 결정은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넷째, 국정원직원 3명을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것은, 국정원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제23조) 위반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건의 핵심인 상황에서 국정원에 직원체포사실을 미리 통보하면, 증거인멸우려, 해당직원을 도피시킬 우려, 피의자에게 수사내용을 사전에 통보하는 것이므로 이는 국민정서에 맞지도 않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국정원 직원이 일반형사사건에 연루되었을 때에 해당되는 법조항이므로 이번 사건의 경우 급박하게 체포해야 할 사유가 있고, 비밀을 유지할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법위반을 문제 삼아 수사팀장을 팀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충분히 외압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이다. 다섯째,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해 허가할 것인지의 문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추가하려는 공소사실은 기존공소사실과 포괄일죄에 있기 때문에 동일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문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다. 결국 상급자의 결재를 받지 않고 수사팀장이 단독으로 편향적 사건처리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특수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것은 사건을 정당하고 적법하게 처리하려는 검찰내부의 판단으로 보기 어려우며, 특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그 당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신속한 수사를 방해한 검찰지휘부의 책임이 더 큰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가 생기게 된다.
수사팀장의 업무수행행태가 완변한 것은 아니나 그래도 수사과정상의 절차의 흠결을 이유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팀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킨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정당한 수사가 우선이고 검찰청법위반은 검찰내부적인 부수적인 사항이다. 검사는 정당하게 수사를 해야 함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상의 당위이고, 항명이니 하극상이니, 보고의무위반 등은 검찰 내부의 문제이다. 하위법이 상위법을 압도하는 식의 비법률적, 정무적 판단은 잘못된 해석이다. 절차상의 사소한 흠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증거능력채택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국기를 흔드는 국정원의 선거개입혐의가 있는 중차대한 사건을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법률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으로 판단하거나, 검찰이 정치권 또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으로 국민의 눈에 비치는 오해를 사는 것은 안될 일이다.
내부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더 이상 망가질 것이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검찰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검찰개혁의 당위가 여기에 있다. 검찰개혁은 내부적 측면과 외부적 측면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검찰권행사를 검찰의 이익중심이 아닌 국민의 검찰이라는 지위에서 공명정대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예속화를 막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검찰의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검찰, 정의를 세우는 검찰이 되기 위한 검찰내부의 뼈를 깎는 노력과 검찰의 독립을 위한 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절실한 때이다. 국민은 더 이상 검란(?)을 목격하려 하지 않는다. 너무 자주 목도하여 이젠 지겹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