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법률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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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결혼이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혼인이 성립되는 법률혼주의를 따르고 있다. 즉 혼인성립을 위해서는 법정요건을 갖춘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사의 존재 및 혼인장애사유의 부존재(실질적 요건)와 혼인신고(형식적 요건)가 있어야 한다.
혼인의 실질적 요건으로서 첫째, 당사자간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혼인의사란 정신적·육체적으로 부부관계를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말한다. 또한 혼인의사는 사회습속상의 부부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 뿐만 아니라 신고에 의하여 법률상 부부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당사자 사이에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가 전혀 없는 가장혼인, 순풍양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부·기한부 혼인 등은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혼인의 실질적 합의여부의 판단은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동거에 대한 합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혼인신고가 유효하게 평가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혼인의 합의는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도 존재해야 한다. 혼인의사가 성립하려면 물론 의사능력을 필요로 한다. 만약 혼인식을 거행하고 사실혼관계에 있었으나 어느 한 쪽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에 혼인신고가 아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신고에 의한 혼인은 무효이다. 둘째는 혼인을 취소 또는 무효로 하는 사유가 없어야 한다. 혼인의 장애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그 혼인은 취소 또는 무효가 될 뿐만 아니고 혼인신고서의 수리도 거부된다.
혼인의 형식적 요건으로는, 첫째, 호적법이 정한 바에 의하여 혼인신고를 해야 혼인의 효력이 생긴다. 즉 혼인신고로 인하여 혼인이 성립되어 부부관계 및 가족적·친족적 관계가 형성된다. 그 절차는 당사자 쌍방과 성년자인 증인 2명이 연서한 서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고가 수리되면 혼인의사나 동의권자의 동의가 있었음이 인정되고 신고서가 수리된 이상 그 효력이 발생하며 혼인은 성립한다. 다만 일정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무효나 취소를 주장·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둘째,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는 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청구를 할 수 있는데, 그 전에 조정을 신청하고, 조정에 의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사실혼이란 혼인신고없이 남녀가 부부로 함께 사는 것을 말하는데, 사실혼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상의 혼인관계를 영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상식적으로 부부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사실이 존재해야 하며, 미풍양속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첩을 두는 것은 일부일처제 및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으로서 아무리 부부로서 동거하고 있더라도 사실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실혼은 혼인신고가 없다는 점에서 법률혼과 차이가 있을 뿐 실체는 동일하므로 법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사실혼을 보호해 주고 있다. 즉 사실혼 당사자간에는 동거의무, 협조의무, 부양의무가 있으며, 보험이나 연금관계법령에서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법률상의 배우자와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법률적 효과는 받지 못한다. 예를 들면 당사자 일방이 다른 사람과 혼인하여도 중혼이 되지 않고,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되지 않아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사실혼관계에서의 배우자 사망시 재산상속을 받지 못한다. 사실혼 상태는 이러한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가 있으므로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법이 인정하는 혼인은 첫째, 양 당사자가 혼인할 의사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혼인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 한다. 18세가 안된 경우는 당사자 또는 부모가 취소할 수 있으므로 부모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셋째, 8촌 이내의 혈족,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민법 제809조). 예를 들면 형수, 제수, 백모, 숙모, 시동생, 시숙, 시삼촌, 형부, 제부, 고숙, 처제, 처형, 처남댁, 시누이의 남편 등과는 혼인하지 못한다. 넷째, 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남편이거나 아내가 아니어야 한다.
혼인의 효력으로서, 혼인하게 되면 부부간에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첫째, 부부가 되면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된다. 부부는 혼인하면 배우자로서 친족이 된다. 상대방의 4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사이에 인척관계가 생기게 된다. 부부가 되면 처는 夫의 家에 입적한다. 그러나 入夫婚(家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여자와 혼인하는 남자가 여자의 家에 입적하는 혼인)의 경우는 夫가 妻의 家에 입적한다. 둘째, 부부는 기본적으로 같은 집에 살아야 할 동거의무가 있다. 주거장소는 부부가 서로 협의하여 정해야 하나 만일 시부모를 모시는 문제 등으로 남편과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가정법원에 동거장소지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 합의가 없더라도 당연히 합의가 예상될 경우에는 동거의무에 위반되지 않으나 무기한 별거계약은 무효이다. 셋째, 부양의무이다. 부부사이의 부양의무는 일방이 경제적 여유가 있을 대에만 부양하는 친족적 부양과는 달리 무조건적 부양이다. 부부사이의 부양의무는 그 내용이 재산적인 것이기 때문에 일방이 부양의무를 위반하면 타방은 이에 대하여 부양청구의 심판을 구할 수 있으며, 부양이행명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사채무의 이행확보절차에 따른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셋째, 협조의무이다. 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각 방면에서 협조하여 함께 생활해야 할 의무를 진다. 부부의 공동생활비용은 사전에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부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업주부는 생활비를 벌지는 않으나 가사노동이나 육아, 가정관리 등을 담당하므로 결국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넷째, 정조의무이다.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중혼금지규정이나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아 양당사자는 정조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된다. 다섯째, 미성년자는 혼인을 하면 성년이 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미성년자라도 자기 자식에 대한 친권행사가 가능하고,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없이도 금전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이 외의 법률(공직선거법, 청소년보호법, 근로기준법, 국세기본법 등)에서는 여전히 미성년자로 취급된다. 여섯째,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의 일방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부부사이의 계약은 감정적 애정이나 압력에 의하여 체결될 경우가 많아, 자기의 진정한 내심의 의사와 무관(非眞意意思表示)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한 부부사이의 약속을 법률문제로서 재판을 통해 해결토록 하는 것은 부부생활의 평화를 해칠 수 있으므로, 이를 人情에 의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입법된 것이다. 일곱째, 혼인을 하면 부부가 혼인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혼인 중에 이를 변경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는 혼인하기 전의 당사자들의 재산계약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혼인 후에도 존중하기 위한 제도이다. 여덟째, 부부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여 부부가 각자 관리·사용·수익하고, 단지 귀속불명재산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추정한다. 현행민법은 개인주의적 법리를 바탕으로 처의 재산에 독립성을 인정하고 부부평등을 실현하는데 적절한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아홉 번째, 부부는 일상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고, 부부의 일방이 일상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거래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진다. 예를 들면 임차권 같은 것은 부부쌍방에게 귀속된다고 본다.
혼인은 각기 다른 두 인격체가 법률상 부부로 맺어지는 특수한 신분관계의 변동을 가져 오므로 민법에서는 혼인의 요건과, 혼인의 성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상세히 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민법의 태도는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이전의 법에 비해 처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입법태도를 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의하므로 남녀 공히 혼인을 위한 준비단계에서부터 신중하고 냉정하게 배우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결혼 후에는 부부가 서로를 신뢰하며 진실과 인내를 근간으로 하는 사랑으로 가정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