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저널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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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저널 10월호

정용상 2 19
약혼의 법률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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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성의 짝을 찾아 사랑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커플들은 둘이 함께 하는 것에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그러면서 연인들은 행복한 내일이 존재하리라고 확신하며 결혼을 결정한다. 그러나 결혼을 위한 약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파혼을 하기도 하고, 혼인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에는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결혼을 하기 전에 이루어진 약혼이 깨어지는 경우 여러 가지 법률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약혼이란 혼인적령기에 달한 두 남녀가 장래에 부부가 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가의 어른들끼리 정혼하는 것은 본인들의 승낙이 없는 한 무효이다. 약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혼에 특별한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약혼은 혼인의 의사없이 공동생활을 하는 동거와는 구별되며, 실제로는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나 혼인신고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혼의 경우와도 다르다. 또한 법률상 배우자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지속적으로 성적 관계를 가지는 부첩관계와도 구별된다.
약혼도 약속(계약)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하지만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대해서 강제로 혼인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약혼 한 후에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림으로써 파혼할 수 있다.
법률상 유효한 약혼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 만 18세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약혼할 사람이 20세 미만일 경우에는 당사자들 간의 약속만으로 약혼을 할 수는 없고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약혼하려는 사람이 만 20세 이상일 경우에는 본인들의 의사만으로도 자유로이 약혼을 할 수 있다. 배우자 있는 자의 약혼이나 이중약혼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다만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그 혼인을 해소한 후에 부부가 된다는 약속은 사정에 따라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한 약혼의 효력을 인정해도 무방하다.
약혼을 하면 당사자는 서로 성실하게 교제하고 가까운 장래에 혼인을 성립시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약혼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없이 혼인을 장기간 지연시킨다면 그것은 파혼사유에 해당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혼인과는 달리 약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약혼자 사이 및 약혼자와 상대방의 가족사이에는 아무런 친족관계도 생기지 않는다. 즉 약혼기간에도 법률상으로는 남남이다. 또 약혼 중에는 성행위를 요구할 권리와 이에 응할 의무도 없다. 성관계를 맺었더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결혼을 강요할 수 없다. 예전에는 남자가 혼인할 마음이 없으면서 결혼할 것처럼 속여서 성관계를 가졌다면 상대방은 그를 형사상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할 수 있었지만, 해당 형법규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폐지되어 현재는 고소가 불가능하다.
파혼은 두 사람이 합의하면 아무런 이유없이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약혼이 혼인을 강제할 수는 없다하여도 약혼 그 자체가 약속(계약)이므로 아무런 이유없이 깰 수는 없다. 우리 민법(제804조)에서의 약혼해제사유로는 ①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 ② 약혼 후 금치산 도는 한정치산선고를 받은 때, ③ 성병, 불치의 정신병 기타 불치의 악질이 있을 때, ④ 약혼 후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 ⑤ 약혼 후 타인과 간음 한 때, ⑥약혼 후 1년 이상 그 생사가 불명한 때, ⑦ 정당한 이유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하는 때, ⑧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사유’란 상대적 해제사유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중대한 모욕, 재산상태에 관한 착오, 연령사기, 심한 불구자가 된 경우, 애정상실, 간음외의 부정행위, 약혼 전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등을 말한다. 반면에 임신불능 또는 빈곤한 환경, 약혼상대방의 저시력증 등은 약혼의 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
약혼해제, 즉 파혼을 하려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상대방에게 직접 이야기하거나 전화나 편지 등의 방법으로 알리면 된다. 그러나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파혼의 의사를 전달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증명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에 대하여 파혼의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해제의 원인이 있음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
파혼을 하면 당사자 사이에는 처음부터 약혼이 없었던 것과 같이 된다. 서로 합의하여 파혼을 하면 각자 자기가 받은 예물 등을 상대방에게 반환하면 된다. 그러나 파혼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에 타방 상대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청구에는 예물반환, 약혼비용 등 재산상 손해는 물론 정신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포함된다.
파혼이 되었을 때에 당사자 사이에 수수된 예물에 대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유책인 경우와 쌍방이 모두 유책인 경우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당사자 일방의 유책이 있는 경우 그 상대방은 예물을 반환받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문제는 유책당사자가 예물반환청구권을 갖는지에 대해 학설의 대립은 있으나, 통설과 판례는 예물은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이며, 혼인의 불성립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약혼해제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당사자는 그가 제공한 약혼예물을 적극적으로 반환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즉 혼인불성립시 서로 교환한 예물은 부당이득이 되어 서로 반환청구할 수 있으나, 파혼의 책임이 일방에게만 있을 때에는 유책당사자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다만 혼인이 상당기간 지속된 후에는 배우자 일방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된 경우에도 예물반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쌍방이 모두 유책인 경우에는 쌍방에 과실이 없는 경우에 준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가미하여 반환의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사례를 들어 보면, 여성 갑과 남성 을은 중매로 만나 약혼하고 을은 약혼예물로 1천만원정도의 예물을 갑에게 주었다. 약혼녀 갑과 약혼남 을은 약혼 후 곧바로 성관계를 맺었다. 약혼한 지 4개월 후 을은 갑의 빈곤한 가정환경과 처녀가 아님을 들어 약혼을 해제(파혼)하자, 갑은 혼인예약불이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처녀성 상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을은 약혼예물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갑과 을의 청구는 정당할까?
위 사례를 법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갑의 빈곤한 가정환경이나 비처녀성은 약혼파기의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약혼의 해제에 대하여는 을에게 과실이 있으므로 약혼파기로 인한 손해를 갑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범위에 있어서 갑은 재산상의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상의 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다. 육체관계 또는 처녀성 상실에 대한 손해는 을이 결혼할 의사도 없이 약혼한 것이라면 인정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약혼자간의 혼전 성행위는 각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으로 보아 갑이 처녀성 상실에 대한 위험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약혼의 부당파기에 관한 위자료에 정조상실의 대가는 포함시킬 수 없다. 약혼의 해제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유책한 배우자는 약혼예물반환청구권이 없다. 그러므로 을의 약혼예물반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정당하다.
약혼은 결혼을 전제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 약속이 깨질 경우 쌍방간에 입는 정신적 충격은 크다. 특히 약혼을 하면 일반적으로 쌍방간에 자연스럽게 성생활을 하게 되고, 또 서로 예물을 교환하거나 결혼준비를 위한 과정에서 서로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혼으로 이어질 것을 전제로 한 약속인 약혼이 해제될 경우 법률문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약혼 전에 상호간의 깊은 신뢰와 사랑을 확인해야 하고 서로에게 각별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과거 형법에 혼인빙자간음죄를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 조항은 남성만을 처벌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남녀평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어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률이라는 위헌결정을 받고 폐지되었다. 남녀평등사상이 지배하는 법치사회질서 속에서 결혼을 앞 둔 젊은이들 스스로가 철저한 자기책임의 원리에 입각하여 배우자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Comments

임우순
약속을 안지키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구나.....현대는 파혼과 이혼도 너무 많다...심지어는 청첩까지 다 돌리고 나서 혼인식날 2-3일 남겨놓고서 파혼되었다고 연락이 온다 ...사정을 알고보면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문제. 종교문제등등 여러가지로 문제로 파혼을 한다..이것도 법적인  제재로보면 문제가 아닐까?..세상살이가 참말로 많이도 급변하는구나...항시 좋은 글 정학장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진앙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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