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비리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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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언제부터인가 서민생활이 자꾸 힘들어 진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자주 듣게 된다. 듣지 않아도 필자의 삶속에서도 점점 뭔가 모르게 경제적 궁핍함과 공허함을 느낀다. 그런데 발표되는 각종 경제관련 통계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금융권이 사상최고의 배당을 할 정도로 이익이 엄청나다든지, 현대차가 18조원의 이익을 냈다든지, 전체적인 경기흐름이 유럽의 금융위기와는 달리 비교적 양호하다는 등의 뉴스는 전혀 서민들에게 공감을 주지 않는다. 세계적인 명품제작회사나 고급 와인이나 위스키제조회사들은 오로지 한국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량생산과 맞춤식 마케팅을 통하여 매년 매출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한 나라 곳곳에서 터지는 부정과 비리의 크기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이다. 그냥 대가성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법조인끼리 뒤를 봐주거나 정보를 흘려 주고 벤츠승용차에 명품가방에 거금의 용돈까지 온갖 검은거래가 횡행한다. 권력 근체에 얼쩡거렸던 사람들의 주고받는 뇌물액수가 기본이 몇십억이다. 특히 청와대나 권력자의 친인척은 시간이 없어서 돈을 못 긁어 모으는 것 같다. 하여간 규모의 경제에 걸맞게(?) 특정직역에는 돈이 넘치고 넘친다.
대기업 또는 상당 수 기업이 대박매출에 기록적 이익을 냈다는데도 대부분의 국민은 왜 이리도 삶이 춥고 배고플까? 대기업 임원연봉이 수십억을 호가하니 꿈의 연봉이라는 샐러리맨의 연봉 1억원에 비교하더라도 수십년치를 1년에 받으니 만약 비정규직의 연소득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물론 단순비교 그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물 반 고기반 식으로 흘러 넘치는 곳에서는 돈잔치(?)로 마치 환락의 도시처럼 그들끼리 즐기고, 여기저기 권력과 유관한 언저리에서 노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랏 돈이거나 아니면 서민들이 모은 돈을 세탁하여 마치 주인없는 돈인양 공금을 물쓰듯 자기들끼리 주고 받으며 낭비하는 것이 과연 서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져 신음하는 일상의 경제물고를 좀 적셔 주기나 한다는 말인가?
통계적 경기는 아주 좋은데 체감적 경기는 서민에게는 공포를 느낄 정도로 안좋다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부의 정책기조가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교역액 1조달러로 세계 9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의 경제정책이 수출 1억달러를 목표로 대기업중심의 수출창구를 열어 몰아주기를 해서 수출목표를 달성하던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진게 없는 현실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대기업이 그들 나름대로의 자생력을 기를 생각은 안하고 맨 날 어렵다며 징징 짜기만 하는 모습은 선진형 기업경영구조가 아니다. 세상이 다 열려 글로벌화가 대세인 이 대명천지에 정부가 앞장서서 대기업을 이런저런 온갖 특혜를 다 주어 국제경쟁력을 높혀 보겠다는 발상은 거두어야 한다. 이제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국제거래에서도 공정경쟁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OECD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체계인데도 불구하고, 거기에 더하여 기업 특히 대기업에는 특별히 원가에 훨씬 못미치는 싸구려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마치 국익을 위한 애국적 정책결정이라는 듯이 그 당위성을 홍보한다. 결국은 힘이 센 자에게는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대신 일반서민의 실생활에 쓰이는 전기값을 올려 받아 그 적자를 메꾸어 나가려는 못된 정책은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나라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왜냐 하면 FTA시대가 오면 이런 식의 불공정한 특혜를 해외 경쟁국가 또는 경쟁업체에서 용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손상익하(損上益下)라고 하여 경제적 강자에게 다소 부담을 늘리고 경제적 약자에게 그 늘린 만큼의 이익을 나누어 주어 균형있게 국가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의 정책을 쓰는 것 같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눈대중도 없는 후안무치한 마구잡이식 경영을 하다가 회사가 망하게 되면 공적자금이란 명목으로 국민이 낸 세금을 천문학적 액수로 쏟아 부어 죽을 기업을 살리는 식으로 하다 보니 회사는 망해도 경영자는 산다는 말이 사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은 도외시 하고 오너가 회사 돈이 쌈지 돈인양 마구 횡령하다가 감옥가는 뉴스는 너무 잦아서 이제는 듣는 것조차도 식상하다.
필자는 상사법을 공부하는 법학도로서 친기업적 입법을 주장하며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가능한 한 풀고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강화를 위한 명목으로 서민경제의 흐름을 멈추면서 까지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정의관에 반한다. 기업의 자생력을 오히려 죽이는 식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선택과 집중의 경제정책은 경쟁력강화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발전에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말 것이다.
경제권력도 정치권력도 독식하는 먹성좋은 하마와 같은 특권층이 이 땅에서 엄연히 활개치는 한 공정사회는 먼 아야기이며 사회정의의 구현이란 개발에 닭알이라고나 할까! 부정과 비리의 먹이사슬을 끊을 수 있는 정부지배구조, 공공기관․기업지배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진보진영에서 부르짖는 무상시리즈는 이러한 비리와 협잡과 반칙적인 경제정책이나 국가시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더욱 증폭되어 마치 그것이 진리이며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국민에게 착시현상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념을 논할 상황은 아니나 현재의 사회전분야의 기득권층의 썩고 낡은 사고가 세상을 지배하는 한 보수는 멸문의 길을 재촉할 것이며 아마도 되돌아 오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진보적 주장들은 일리가 있을까? 병든 보수이상으로 위험한 자가당착적 주장일 뿐이다. 왜냐 하면 모든 것의 최종목표는 국민의 이익이어야 하는데 그 또한 너 죽고 나 살기식의 편을 가르는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2012년은 선거의 해이다. 선거가 두렵다, 정권이 바뀌어도, 보수건 진보건 간에 국민은 뒷전이고 자기편의 이익만 추구해 왔던 지난 날의 선거경험이 서민에게 아픔을 남겼다. 그렇다. 결국은 유권자인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반칙과 부정과 비리와 부패가 근원적으로 발붙일 수 없는 시스템의 정비, 즉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과정 또한 적법해야 하며, 그 실행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시스템이 사회를 리더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의 주인이 국민이어야 한다. 적어도 그간에 국민에게 숨막히는 고통과 처절한 슬픔을 안겨준 실패한 리더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 한다. 암울한 역사를 쓴 그 나쁜 손들은 펜을 놓아야 한다. 국민을 갈기갈기 이간질 시켰던 검은 손들은 깨끗이 손을 씻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들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양극단에서 서서 적개심으로 바라보던 국민 모두가 중심으로 모여 하나되어 함께 정의를 노래하는 분위기의 쇄신이 필요하다.
원칙으로 돌아가자!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법치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시책과 정책이 반듯하게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하며, 특히 이 땅의 협잡적 기득권을 다 내려 놓고, 공정한 기회! 정의로운 분위기! 신뢰의 사회를 만드는 일에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더 이상 사회 구석구석에서 반칙적 인치가 아닌 원칙적 법치, 적법적 법치가 이루어 질 때 서민의 억울함은 멎을 것이며, 사회정의의 실현의 과실을 다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어려움이 닥친다면 가진 자! 배운 자! 앞선 자들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요원의 불길처럼 이 세상을 덮어, 그 기운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잠자는 세상을 깨우며, 잘 못된 세상을 바꾸는 동력으로 작동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