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의 종류와 집행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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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 사이에 다툼도 생기고 사고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 때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당사자간의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한 법률상의 다툼이 있는 사건을 민사사건이라고 한다. 반면에 국가에서 법으로 범죄라고 규정한 사건이 일어나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놓아 둘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강제로 형벌을 가하는데 이를 형사사건이라 한다. 형사사건 발생시 그 처리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또 형벌의 종류나 그 집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낭패를 당하는 일이 흔히 있다. 사람이 살아 가면서 죄를 짓는 경우에는 벌을 받게 마련인데 그에 대한 형벌의 종류는 다양하다. 최근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의 후보자매수관련 재판에서 돈을 준 자는 벌금형을 선고 받고 출소했는데, 돈을 받은 자는 실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서 징역살이를 하는 예를 봤다. 형벌의 종류와 관련되는 법제도들에 대한 이해는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의 기본적 생활법률상식이므로 이에 대한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형벌은 범죄에 대한 법률상의 효과로서 국가가 부과하는 법익의 침해 내지 박탈행위이며, 책임을 전제로 하는 점에서 보안처분과 구분된다.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형벌은 어디까지나 공형벌이고 국가적 형벌이다. 현대에 와서는 전통적인 형벌 이외에 보안처분제도가 발달되었고, 행정법상의 범칙금이나 과태료 등의 새로운 제재수단이 등장하여 형사제재방법이 다양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형법상 형의 종류를 9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생명형으로서의 사형을, 자유형으로서의 징역, 금고, 구류를, 명예형으로서 자격상실과 자격정지를, 재산형으로 벌금과 과료를, 부가형으로서 몰수를 규정하고 있다.
첫째, 생명형으로서의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존폐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형법에서 살인죄나 내란죄 등에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고, 특별법인 국가보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군형법 등 수십 군데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살인죄, 존속살해죄, 강도살인죄, 해상강도살인·치사죄, 강간죄, 강간살인죄, 폭발물사용죄,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 내란죄, 내란목적살인죄, 외환(外患)유치죄, 여적죄, 모병이적죄, 시설제공이적죄, 시설파괴이적죄, 간첩죄에 사형이 규정되어 있다.
둘째, 자유형은 수형자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 징역이나 금고가 이에 해당되는데 모두 교도소에서 구치하여 집행된다. 징역은 무기와 유기의 2종이 있는데, 전자는 종신형과 비슷한데 10년이 경과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유기는 1개월 이상 15년 이하인데, 가중할 경우 25년까지 가능하다. 금고는 징역과 달리 노역에 복무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과실범이나 정치범 등 수형자의 명예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부과하는 형벌이다. 구류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동안 수형자를 교도소에 구치하는 것을 말한다. 또 벌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1년 이상 3년 이하, 과료의 미납시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동안 노역장에 유치를 하기도 한다.
셋째, 재산형은 벌금, 과료, 몰수 등을 말하는데, 벌금형은 범죄자에게 일정한 금액의 지불을 강제적으로 부담시키는 형벌로서 5만원 이상으로 하고 상한선은 없다. 벌금을 30일 이내에 납입하지 아니하면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케 한다. 과료는 경미한 범죄에 부과되고 2천원 이상 3만원 미만이다. 벌금과는 그 액수와 노역장 유치기간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는 달리 범죄로부터 얻은 재산을 국가가 박탈하는 몰수는 다른 형에 부가하여 선고된다.
넷째, 명예형으로 범인의 명예나 자격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형벌로 자격형이라고도 한다. 그 종류로는 자격상실과 자격정지가 있다. 전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선고로 당연히 일정한 자격이 상실되는 것을 말하며, 후자는 일정기간 동안 일정한 자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정지되는 것을 말한다. 자격정지기간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이다.
법원이 형을 선고하는 유죄판결을 확정하면 국가기관은 선고된 형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에게 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형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사회복귀라는 형벌목적을 교도소 등이 아닌 사회내에서 달성하고 경미한 형집행과 결부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첫째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행위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 동안 형법질서를 준수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선고유예의 요건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나, 개전의 정황이 현저할 것과,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없을 것 등이다. 선고유예를 받으면 그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즉 면소판결을 받은 것과 동일한 효력이 생기며 이로써 실체적 공소권이 소멸된다. 단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확정판결이 있거나 전과가 발견되면 실효된다. 따라서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던 자라도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다시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
둘째, 집행유예는 일단 유죄를 인정하여 형을 선고하되 일정한 요건아래 일정기간 동안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것이 취소 또는 실효되지 않고 유예기간을 경과하면 형의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로 법원의 공권적 의사표시이다. 집행유예의 요건은, 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 ②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을 경우, ③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④ 집행유예의 기준이 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은 최종적인 선고형을 의미한다. 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도록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집행유예선고 후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지 않고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형선고의 효력이 상실된다. 집행유예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동안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종전의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의 선고는 그 효력을 잃는다. 법원은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 사이에 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
선고유예와 집행유예의 차이는, 전자는 유죄사실은 인정되지만 단지 형의 선고만을 유예하는 것이고, 후자는 유죄사실이 인정되고 그에 따른 형의 선고도 있었으나 단지 그 형의 집행만을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형의 집행은 형벌의 종류에 따라 교수형, 교도소 구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집행이 이루어지게 된다. 또 형이 선고된 내용에 따라 현실적으로 집행되는 형의 집행종료 외에도, 형이 집행되는 도중에 이를 중지하고 더 이상 형의 집행을 하지 않기로 하는 집행면제나 조건부로 석방하는 가석방제도 등이 인정되고 있다. 자유형인 징역·금고의 집행을 받고 있는 자가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고 인정될 때 형기만료전에 조건부로 수형자를 석방하고, 그것이 취소 또는 실효되지 않고 일정기간을 경과하면 형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가 가석방제도이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무기의 경우 10년, 유기의 경우 형기의 1/3을 경과한 상태이며, 행형성적이 우수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물론 벌금이나 과료의 병과가 있을 때에는 그 금액을 완납해야 한다. 가석방처분을 받은 후 그 처분이 실효 또는 취소되지 않고, 무기형은 10년, 유기형은 남은 형기가 경과하면 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가석방 중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가석방처분은 효력을 잃는다.
형벌의 종류나 요건 등의 이해를 통하여 복잡다기한 사회생활 속에서 응겁결에 실수로 형사벌을 받게 될 경우를 가정하여, 그 형벌의 종류별로 어떤 요건을 요하며, 어떤 집행절차를 거치게 되는지에 대한 법률상식을 터득해 놓는 것이 적절한 법적 대응을 통하여 자신의 명예 및 인권보호와 경제적 손실을 막고, 일상적 사회생활로부터의 부당한 이탈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법은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결코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