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식 관피아는 사회악이다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며칠 전 제자 두 명이 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 나가서 관피아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주장하여 결선에 올라 곧 관피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대 팀과 격렬한 토론을 해야 한다며 자문을 구하러 연구실에 찾아 왔다. 관피아의 문제가 급기야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피아라는 용어 그 자체가 비속(?)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정말 듣기만 해도 기분 나쁜 용어이다. 관피아란 여러 직역에서의 전관예우를 의미하는 것인데, 특히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산하기관이나 단체의 고위직에 안착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후 급부상한 이러한 전관예우의 병폐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그 적폐를 고치려는 개혁적 손길은 안보인다. 관피아는 국가기관은 물론, 공기업, 정부투자기관, 비영리단체, 사기업에 이르기 까지 모피아(재경부), 해피아(해수부), 법피아(법조),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방부)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가 활개를 치고 있다.
관피아는 공직생활에서의 전문성을 필드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편협한 시각의 긍정론도 없는 것은 아니나 천하의 독소제도이다. 감독·감시하며 행정지도를 해 왔던 그 기관에 가서 방패막이 역할이나 하고 앉았으니 제대로 통제가 될 리가 없고, 크로스 체크는 커녕 최소한의 규제도 불가능한 마비상태에 빠져서 식물기관(?)으로 둥둥 떠 다니다 보니 사고가 안 일어 나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되고 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상호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하다가 그 쪽의 대표나 감사로 가면, 금융감독원에 서 감독하던 그 곳에 자기 상관으로 모시던 분이 둥지를 틀게 되는데 과연 공정하고 적법한 통제나 규제나 감독이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어느 직역이든 마찬가지이다. 해수부출신이 해운조합이나 선급협회에 눌러 앉아 선박운항에 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대미문의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 것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보았다.
법피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판사나 검사가 옷을 벗고 나가서 변호사를 개업하여, 현직 때 자기의 부하가 맡은 사건에 변호사로 사건을 수임하여 소송에 임하면 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거나 유리한 수사결과가 내려지게 되고, 그로 인한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는 식으로 먹이사슬구조가 강고하다 보니 국민은 검찰의 수사결과나 사법부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는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은 직역마다 이러한 잘못된 관피아 관행 때문에 유능한 민간전문가가 정부나 단체에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막히고, 관피아라는 희한한 방식을 통하여 독점적 또는 특권적 지위에 있는 그들끼리의 리그를 통하여 기득권이나 특권을 세습 또는 확대재생산하게 되어, 이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사회분열과 사회양극화의 칼 날 위에서 위험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관피아의 척결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힘이 있는 그들끼리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과 룰에 의해 외부의 진입을 차단하여 돌아가면서 특권을 챙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근본적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비서관, 주요 공공기관의 장 등 정부 고위직의 인사에 있어서 공정하고도 합법적인 절차나 방법에 따라 적재적소의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한정된 범위내에서가 아닌 널리 천하의 인재를 구해야 한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다고 하지 않는가? 정부직 인사에서부터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그 인사는 적어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카드이어야 한다. 정부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 투명성 등이 확보되면 다른 인사에서도 그것이 표준전범처럼 활용될 것이다. 근자에 내각구성을 함에 있어서 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낙마하는 그런 사례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둘째, 정부나 공공기관, 공기업 등의 고위직 인사문호를 민간인에게 개방하여 개방형 인사의 폭을 대폭 확장해야 한다. 철밥통 인사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 민관기관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전문성과 서비스정신의 함양 등을 통해 섬김과 봉사의 경쟁을 하다 보면 결국은 공공의 이익, 즉 국민의 이익우선이라는 전제에서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불통만 나무라지 말고 국민의 의식 전반은 물론이고,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공기업 등 공적 기능을 중시하는 전 분야에서 불통을 깨고 투명한 소통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의 각종 정보의 공유와 소통의 확보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한 전제이다.
셋째, 고위공직에서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공기업 임직원의 경우 누가 뭐래도 사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에 비해 씀씀이가 헤푼 모습을 더러 목격한다. 공직자나 공공기관종사자들은 정부 예산이 내 쌈지 돈인 양 쉬이 쓰는 경향이 있고, 급여 이외의 여유 자금(눈먼 돈)이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언행을 흔히 발견한다. 특히 정부투자기관(공기업)의 과도한 복지혜택과 상위직의 무절제한 낭비성 지출은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동인이 된다. 솔선수범하여 근검절약을 생활화 하고,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여 부패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끊을 수 있는 투명경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정부의 공직으로 들어 간 자가 원래 근무했던 자기 친정의 업무와 관련한 거래(관급공사수주계약)시장에 개입하여 민간 사업자에게 뇌물을 받으며 공사수주를 지원하는 식의 역관피아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근래 코레일에서 근무하다가 감사원으로 옮겨 간 공직자가 코레일 사업관련 거래 상대방 다수에게 금품을 요구하여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부한 예가 사회적 문제가 된 바가 있다. 건축이나 토목공사, 원자력부품공급시장 등 모든 관급수주시장에서의 부패사슬의 상당부분은 이러한 검은 커넥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특히 사고가 났을 경우의 치명적 인명살상을 감수해야 하는 원자력 불량부품 공급의 부패구조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다섯째, 공직자출신이 사기업에 가서 정부 관급거래의 수주를 위하여 뛰는 관피아 또한 문제이다. 최근 군 장교출신이 군사기밀을 외국 어느 군수사업자에게 넘기려다 잡힌 일이나, 장성급 퇴직자가 무기수입업체에 근무하며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의 관피아의 문제점은 실로 방대하고 심각하다
여섯째, 대학사회에 만연한 교피아는 어찌할 것인가? 대학의 평생교육이나 사회교육을 전담하는 직역의 경우, 다양하게 개설된 프로그램(풍수, 그림, 사진, 생활음악, 댄스, 부동산--)마다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외부의 단체 또는 개인의 책임 하에 강사를 선발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대학에서는 최소한의 감독과 통제를 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 운영기간동안 강의를 한 분들이 평생을 교수명함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소행이다. 또한 종편에 출연하는 패널들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대학교수이다. 그들은 오랜 기간 공직, 언론, 기업, 연구소 등에서 종사했던 경륜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일정한 조건으로 임용한 교수이다. 대학에는 교수 대 학생비율을 산출할 때 그 비율이 너무 낮다고(교수가 적다고) 여론으로부터 채찍을 맞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형상으로는 교수가 넘치고 넘친다.
그나마 이건 이해할만하다. 대학의 경쟁력이 약한 대학이나 전문대학의 경우 그 감독기관인 교육부의 관리감독이나 규제 또는 패널티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부 고위직 출신을 총장으로 영입한다. 이런 유형의 총장 중에는 대학을 정부부처 운영하듯이 하다가 교수나 학생으로부터 반대에 부딪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교피아 역시 고등교육현장을 부실하게 하고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다.
관피아는 부정과 부패 비리와 사고의 원인이 된다. 관피아는 분열과 갈등과 반목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이 나쁜 제도는 척결해야 한다. 공직인사의 문호를 민간인에게도 대폭 개방하고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뽑으면 업무의 효율도 높이고, 법치도 견인하고, 전문성도 신뢰도 담보하게 될 것이므로 조직통합, 사회통합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인사구조에 있어서의 투명성을 통한 소통과 교류의 활성화는 부정과 부패를 미연에 방지하는 소금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