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 몸살을 앓는데
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 겸 사무총장)
요즈음은 대학입시시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1학기말 수시전형에서 시작되어 12월에 피크(?)를 이루고 다음 해 2월말까지 복수합격자들의 대학선택에 따라 예비합격자들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입학식 전 날까지 전화를 기다린다는 진기한 일이 벌어지면서 거의 반년동안 대입전형열풍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전국의 4년제 대학이 200여개에 이르고, 2-3년제가지 합치면 430여개의 대학이 존재한다. 대학재적총학생수는 약 373만명이고, 이 중에는 외국에서 온 유학생도 약 9만여명이나 된다. 금년 모집인원은 약 57만명에 이른다.
국민 수 대비 대학생 수가 세계 수위권의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전쟁과도 같이 온 세상을 뒤흔든다. 왜일까? 그것은 학벌위주의 사회구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들이 사회지도층을 구성하게 되고, 또 그들이 사회각계각층에서 학연으로 선후배간에 이어지는 밀고 당기는 식의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특권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수험생이라면 누구든지 기를 쓰고 명문대로 진학하려고 재수나 삼수를 마다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서울소재 대학을 “인서울(in seoul)“이라 칭하면서, 명문대학이 아니면 여기라도 입학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야단법석이다. 명문대나 서울소재대학을 나와야 사회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왜 전국의 수험생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가? 왜 지방에서 공부한 학생이 지방대학을 마다하고 비싼 교육비를 들여가면서 서울로 진학을 하게 되는가? 또한 무슨 이유로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울소재 수험생의 80% 이상이 지방대학으로 가서 집을 서울에 두고도 비싼 교육비를 지출하며 지방대학을 다녀야 할까?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런 대입 지옥 하에서 고졸자 취업우대라는 외침은 무슨 실질적 효험이 있는 것일까? 기능인을 양성하는 전문계 고교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대부분의 전문계고가 인문고로 전환하거나, 전문고로 운영하면서도 대학 진학반을 운영하여 졸업생의 다수가 대학진학을 하는 기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벌사회해체는 결국 특권구조, 기득권자의 독과점구조의 해체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초중등 공교육 병폐의 근원을 찾아보면 결국은 잘못된 대학입시에 있다. 선행교육의 병폐, 과도한 사교육비의 지출 등 모든 문제의 근원이 대학입시에서 비롯된다. 이 망측한 명문대 중심의 학벌구조를 고착시키는 대학입시의 병폐는 사교육시장의 번성과 초중등 공교육현장의 기형화를 초래 했고, 학교가 사회양극화를 확장시키는 비난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입시위주의 한 줄 세우기는 인성교육이나 적성교육의 부재를 불러 왔고, 인문학적 사고력과 상상력의 확장은 물론이고, 순수 기초과학적 탐구력이나 호기심으로부터 아이들의 관심을 멀리 하게 하는 동인이 되었다. 학생의 적성을 찾아가며 가르치는 맞춤식 지도가 필요함에도 그러한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냥 기성품 찍어 내듯 동일한 교육과정 하에서 현대사회의 니즈에 부합하지 못하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고, 그들은 현장에 적응할 기회조차 없이 실업자로 내 몰리게 된다.
이런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근본적으로는 없다. 그러나 무너지는 학교, 무너지는 교실, 무너지는 사제관계의 회복을 통한 공교육현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으면 입학할 수 있도록 수험생의 적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총론적인 과제로는, 교육의 독립, 자치, 자유, 자율성의 확보이다.
첫째, 대입지원자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독일과 같은 직업교육과정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고졸자와 대졸자간의 과도한 임금격차 등 사회적 대우에 있어서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
둘째, 대학과 고등학교 간의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교수와 교사간의 인적교류가 활성화되어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일정요건을 갖춘 교사가 연구년을 통해 대학의 교양학부나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교수는 연구년을 무조건 외국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중고교로 나가서 특강 등 재능기부를 통한 전문성을 전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서로가 교육현장의 이해를 통한 함께하는 교육루트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중고교 교사가 담당과목과 관련한 사회영역에 파견근무를 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현장체험을 통하여 익힌 내용을, 학습현장에 대입하는 것은 산학 협동적 차원은 물론이고, 담당교과목 강의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넷째, 지방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지방마다 명문거점대학을 만들어, 그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소위 서울대이동이란 엑서더스는 완화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 중앙정부의 권한 대폭이양 등이 따라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우수한 인재가 지방대학으로 몰릴 수 있도록 지방대학을 육성·발전시킨다는 전제에서, 정책적으로 각 지역별(지방대학) 취업할당제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현재 공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에서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할당비율을 대폭 늘려 지방대학출신에게 메리트를 주면 서울로의 대학진학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 정상화를 위한 각론적 과제로는, 우선 대학입시제도의 단순화이다. 학기별 수시와 3개 그룹의 입시 군으로 구성된 정시의 조정을 통한 단순화가 필요하다. 현재 입시전형의 종류가 6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진학담당교사도 잘 모를 희한한 전형제도가 여기저기 숨어 있어서 입시지도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입시 컨설팅 전문 사설학원에 거액을 주고 진학상담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단순화시키되 선택의 폭이 넓도록 유형화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생부나 수능시험의 결과만 가지고 한 줄 세우기식의 전형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전형방식은 결국 초중고교과정에서 인성이나 적성교육을 시킬 수 없는 동인이 된다. 학업성적 외에 선량한 민주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역량을 평가하고, 잠재력을 평가하여 선발하는 방식, 즉 사회봉사, 불우이웃지원 등의 봉사활동 등의 실적을 중점적으로 반영하는 전형방법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셋째, 대학별로 특성화전략을 앞세워, 각 대학별 특화된 전공영역을 두어 전형요소를 통일화하여 학생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대학 간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전공간의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립대학은 기초과학, 순수인문학 중심으로 모집단위가 설정되고, 사립대학의 경우 건학이념이나 대학의 특성에 맞추어 스스로 특성화방향을 정하고 정부가 조정할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넷째, 입학사정관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한 줄이 아닌 여러 줄을 세우는 식의 전형방식으로 입학사정관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면 대학입지지옥이 한결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를 잘 운영하면 중고교에서의 취미·특기생활을 통한 상상력을 키우고 전인격을 육성하는 디딤돌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대입전형과 관련한 일체의 정책결정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 행정관료나 교육공급자에게 맡기는 것은 대학입시의 전향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입시로 인한 부작용과 해결방안을 피력하면서 우리사회가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성과 적성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 정책에 힘을 실어 주면서, 말 뿐 만이 아니라 진실로 학벌과 지연이 아닌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성숙된 가치의 공유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몇년간 진통을 격겠지만 ~~~~~~~~~~~~~~~ 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