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월드 5월호

건강/상식

리더스 월드 5월호

정용상 1 14

무너진 공동체적 가치, 다시 세워야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검찰조사를 받던 한 기업인의 죽음은 기성 정치권을 강타하였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고생을 하며 일군 기업이 불법정경유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그는 폭발적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정치권 로비행각은 국민의 눈에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니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면서 정치권에 연을 대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기업경영을 하면 금방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법학도의 시각에서 볼 때 도저히 이루어 질 수 없는 중범자에게 특별사면을 두 번이나 한 것도 그렇고, 또 작은 기업이 대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고인이 된 사람을 길게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사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명경알처럼 정의롭게 살다 간 분은 아니며, 더 더군다나 기업의 CEO가 국회의원까지 하면서 기업확장을 도모하려 했던 그 발자취는 결코 존경받을 일이 못된다. 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 분 또한 이 세상의 어두운 역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돈을 받은 사람은 논할 가치도 없거니와 준 사람은 아무런 대가없이 그냥 인사치레로 힘 있는 다수의 인사들에게 돈을 쥐어 줬을까? 선물을 돌린 명단에는 하나같이 힘 있는 사람만 포진하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부정과 비리의 수단으로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 가뜩이나 공동체적 가치가 무너져 내린 현시점에서 분열과 갈등 그리고 불신을 가중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줬다는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받았을 법한 사람은 돈은 고사하고 그 사람을 잘 모른다며 받은 사실을 부인하니 그럼 그 돈은 어디로 증발되었을까? 더 이상 부패하려 해도 할 것이 없을 만큼 부패한 기득권층의 은밀한 거래, 검은 거래의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세상의 현실은 이러함에도 김영란법은 누더기로 만들어 놓고, 그것도 국회의원 자기들 임기 끝 날 때 법이 시행되도록 해 놓고도 얼굴 들고 다닐 수 있는 세상, 그렇게 해도 또 당선되는 우리네 선거풍토는 잘 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정경유착, 권언유착,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는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부정과 부패, 반칙과 비리가 통하지 않는 맑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국민의 하나 된 힘이 필요한 때이다. 국민의 힘만큼 더 무서운 힘은 없다. 맑고 밝은 세상을 만들자는 국민의 단합된 힘이 선거에서도, 시장에서도, 노동시장에서도 작동될 때 부정과 부패, 불의와 비리는 사라질 것이다.

최근 서울 시내 어느 주택에서 가장이 모 공기업 소유의 주택인 뒷집과 경계를 이루는 무너진 절벽에서 실족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공기업 소유의 집을 개축하면서 앞집에 바싹 부쳐서 담을 쌓았는데 담이 배가 불룩해져서 여러 번 개축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지난 3월 초순 공기업소유의 주택 담이 무너져 앞집 아들이 압사할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후 무너진 불순물만 치운 채 피해자측의 계속되는 개축보수공사의 요구를 외면한 채 위험한 상태로 방치하였고, 그 사이 이미 무너진 좌우 벽이 또 불룩하게 나오면서 쏟아질 위험에 처하였고, 앞집 가장과 그 가족은 끊임없이 위험을 지적하며, 장마가 오기 전에 공사를 조속히 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비용분담을 하라! 예산이 없다! 다른 공사장이 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위험을 방치하던 중 지난 4월 중순 비가 와서 걱정이 되어 현장에 나갔던 가장은 즉사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접한 가족은 황망 간에 장례를 치르고 한 참 지나서도 주택소유자인 공사측은 최소한의 조의 표시는 물론이고 깜깜 무소식이었다. 공작물의 설치하자와 업무상 과실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공기업의 행태를 바라보면서 공기업의 현주소를 생각케 했다. 인권과 생명을 중시하고 국민에 대한 적극적 봉사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지킬 생각도 않는 공기업의 정서에 대해 피해가족은 적개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이 국민위에 군림하고, 개혁은 커녕 못된 관행, 무사안일의 매너리즘, 무책임무의식무질서가 뼛속까지 베인 반인륜적 태도, 범죄에 대한 죄의식도 없는 냉혈한의 공기업 정서에 혀가 내 둘린다. 특히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어떤 대책도 세울 수가 없다며, 판결이 나면 그에 따라 배상할 것은 배상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식은 가히 피해자 입장에서는 탈리오의 법칙을 손에 쥐고 싶은 절망뿐일 것이다.

공기업! 손해나면 정부가 보전해 주고, 적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들의 인건비는 계속 올리고, 철밥통에 복지부동에 세상을 훔쳐 먹는 흡혈귀에 다름 아니다. 정말 공기업은 우리에게 필요악인가?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죽기 살기로 외쳐도 마이동풍인 공기업! 그들의 귀책으로 사람이 죽어도 판결결과에 따라 물어 주면 그만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저런 악질적 공기업은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민영화를 통해, 처절한 경쟁을 통해 기업이윤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의 개혁 외에는 약이 없다. 공기업의 병폐를 일소하기 위해 철밥통을 깨야 한다. 공기업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비전문가의 낙하산 인사로 어영부영 국록만 축내는 편향인사를 지양하고, 철저히 민간전문가가 진입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에서의 자유로운 입퇴출 구조가 정립되어야 한다. 주인없는 기업! 누구든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식의 공기업 방만경영은 결국 부도덕비윤리적 기업생활관을 만들었고, 국가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급급하며 그저 가분나리(소에 붙어 있는 진드기의 일종)처럼 백해무익한 존재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매국노일 뿐이다. 국민의 힘으로 공기업 개혁을 밀어 부쳐야 하고, 그들의 인간중심의 가치경영이 아닌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 식의 얼음장 같은 가슴을, 뜨거운 사랑이 숨 쉬는 인간미 넘치는 영혼으로 바꾸기 위해 결집된 국민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

구석구석 퍼져 있는 암덩어리인 구조적 부패와 비리도, 적국의 기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무기력하고 몰상식한 공기업의 방만함도 모두 고쳐야 한다. 이념으로 점령당한 교단도 바로 세워야 한다. 복지논쟁도 정쟁화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공동체적 이익관점에서 통섭적으로 바라 보아야 한다. 역사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노동의 유연성도 기업가의 저급한 기업관도 바뀌어야 한다. 개나 닭이 물어 뜯으며 싸움질 하듯이, 패가 갈리어 분열과 갈등과 불신과 불통으로 자기 영역의 이익만을 위해 설친다면, 더 이상 무너진 공동체의 가치를 바르게 세울 수가 없다. 전교조가 기업노조와 동일하게 노조의 성격을 재단한다면 그건 오해다. 기업노조의 쟁의는 기업주가 골병(?) 들지만, 전교조의 쟁의는 국가나 학교법인이 아닌 학생이 골병들기 때문에 투쟁의 효과는 전혀 다르다. 전교조도 전교조다운 초심으로 돌아가서 교단의 정의를 지키는 일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교단 이외의 사회부조리에 대해서까지 전교조가 일거에 해결하려는 투쟁은 과잉충성(?)이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공통의 이익차원에서 볼 때 과공비례일 따름이다. 모두가 제 자리에 서서 제 몫을 다할 때 무너진 공동체의 가치를 일으켜 세울 수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훌륭한 지도자에게 이런 것을 신탁할 수가 없다.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 국민의 결집된 힘으로 무너진 공동체적 가치를 반듯하게 다시 세워야 한다. 국민의 힘 이외에는 믿을 만한 힘이 없다.

세월호 사고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사회전반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악습과 병폐가 일소되었는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 전혀 바뀐 게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 바꾸어야 한다. 구부러진 그 모든 관행과 악습과 불법과 비리를 일소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공동체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크지 않은 땅덩어리 안에서 끼리끼리 그들만의 리그는 너무 많아서 어지럽다. 한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원칙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차별은 없는 세상의 룰을 만들어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전반적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개인(사익)의 양보와 희생과 헌신의 미덕을 살려 공동체의 이익(공익)을 지키려는 시민정신의 고양이 필요하다. 각자에게 자기의 것을 가질 수 있도록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 갈 수는 없다. 정부의 힘이 못 미치고, 시민단체의 힘이 미약하다면 국민의 힘을 결집하여 새로운 세상! 반듯한 세상! 올곧고 심굳은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가능한 한 개인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며, 세상 어디든지 공정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의식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Comments

정진앙
미세먼지의 공포보다 더 무섭고 출장 마치고 공항에 도착할 즈음 곧 집에 도착한다는 설레임보다, 마음이 아주 깝깝합니다.
이것이 현주소입니다. 그래도 내일은 좀 나으려나......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State
  • 전체 방문자 346,036 명
  • 전체 게시물 23,350 개
  • 전체 댓글수 88,376 개
  • 전체 회원수 1,148 명